허리펑 부총리, 90일 무역 휴전 기간 중 협상력 시험대에 올라
40년 우정으로 맺어진 시진핑의 측근, 미국과의 대치 속 중국 경제 살릴 묘수 찾아야
40년 우정으로 맺어진 시진핑의 측근, 미국과의 대치 속 중국 경제 살릴 묘수 찾아야

중국 정치국 위원인 허리펑(70세)은 지난 주말 스위스에서 열린 미국과의 고위급 무역 회담에 참석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와 정면 대결을 펼쳤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상호 수입 관세를 115%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30% 관세가 그대로 유지되긴 하지만, 결과는 중국이 예상했던 것보다 좋았다는 평가다. 협상 타결 후 허 부총리는 12일 스위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소를 짓기도 했다.
미·중 휴전 협상은 5월 9일 시 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를 관람할 때도 막후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국내 경제 문제로 인해 양국은 강경한 입장에서 후퇴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트럼프의 높은 관세로 인해 중국과의 무역이 중단될 경우, 크리스마스 상품 가격 상승과 품절 사태를 우려했다. 주로 저장성에서 수출되는 중국의 크리스마스 관련 상품 미국 선적 성수기는 여름이 끝날 무렵까지 이어지는데, 90일간의 휴전은 8월에 끝날 예정이다.
한편, 중국의 많은 시장 참여자들은 중국 경제 침체의 진짜 원인이 트럼프의 관세가 아닌 시진핑의 국내 경제 정책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감독할 허 부총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시 주석과 허 부총리의 강한 유대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5년, 30대 초반이었던 시진핑이 샤먼의 부시장으로 일할 때, 그보다 약간 나이가 어렸던 허리펑은 샤먼 정부 비서로 일하고 있었다. 농구를 좋아하는 두 사람은 함께 경기를 즐기며 친밀한 우정을 쌓았고, 이는 허리펑의 탁월한 승진 경로를 열었다.
허 부총리는 2023년 3월 경제 담당 부총리가 되기 전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며 시 주석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대한 종합 계획을 감독했다. 그는 푸젠성 출신으로 샤먼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전임 류허 부총리와 달리 해외 유학 경험이 없고 영어도 유창하지 않다.
그러나 허 부총리는 경제 외교에서 특별한 무기를 갖고 있다. 바로 푸젠성과 대만에서 널리 사용되는 민난 방언이다. 이 방언은 표준 중국어와 크게 달라 베이징 사람들도 이해할 수 없지만, 엔비디아 CEO 젠슨 황과 같은 대만계 미국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실제로 그는 최근 황 CEO의 중국 방문 시 민난어를 언급하며 교류를 심화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타결 후 "이번 주말쯤 시진핑 주석과 이야기할 것"이라며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가장 큰 것은 중국의 개방"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과학기술 및 금융 시장 개방 압력에 직면할 수 있으며, 트럼프는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관세를 다시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시진핑의 오랜 농구 친구인 허리펑의 협상 통찰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8월까지 미중 관계가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그의 협상 전략이 양국 관계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