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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의 신작 '더블빌: 시나위', 한국 창작춤의 미학적 지평을 넓히다

배정혜의 '살풀이 生'과 배진호의 'AHRA'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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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의 더블빌: 시나위(배정혜 안무의 '살풀이 生')
국립무용단(단장·예술감독 김종덕)의 가을(10월 8일~11일) 신작 '더블빌: 시나위'는 한국적 정서를 두고,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서울시립무용단 단장을 역임한 82세의 배정혜의 전통춤 숙성도와 SAL의 예술감독으로서 다양한 신체 움직임과 현대적 무대 언어를 탐구해 온 32세의 배진호의 신체 언어 사용법이 비상한 관심을 받으면서 나흘간 공연되었다. 시나위의 두 안무가는 서사와 형식, 움직임과 상상력의 차원에서 전통의 심연과 신체의 파동으로 차별성을 보인다.
'더블빌: 시나위'는 한국 창작춤을 다루는 두 세대의 전통의 기억을 오늘의 신체 언어로 번역한다. 배정혜의 '살풀이 生'이 살풀이춤에 내재한 한과 생명의 정서를 호흡과 정서적 응축의 관점에서 심화하고, 배진호의 'AHRA'는 아리랑에 축적된 집단적 감각을 신체의 미세한 진동과 움직임의 해체·재구성을 통해 새롭게 조직한다. 전자는 전통의 내면적 깊이를 현재의 생명성으로 전환하고, 후자는 전통이 동시대의 몸에서 새로운 운동 질서로 생성되는지를 탐색한다.

두 작품의 ‘시나위의 미학’은 상이한 움직임과 리듬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도 관계적 질서를 형성하는 데 있다. 춤의 기교는 신체적 숙련이나 시각적 효과를 넘어, 호흡과 무게중심, 반복과 변주, 긴장과 이완으로 작품의 사유를 구체화해야 한다. 전통춤의 정서 계승은 익숙한 형식 재현에 그치지 않으며, 움직임의 해체 또한 새로운 미학을 보장하지 않는다. 주안점은 각 동작이 어떤 필연성으로 연결되고, 음악과 공간 속에서 정서적 밀도와 의미를 획득하는 법이다.

배정혜와 배진호의 차별성은 전통과 현대의 대립이 아니라 전통을 현재화하는 창작 원리에서 드러난다. '살풀이 生'은 맺힌 정서가 풀리며 생명력으로 전환되는 시간을, 'AHRA'는 신체적 진동이 확장·재구성되며 새로운 감각을 형성하는 과정을 사유하게 한다. 두 작품은 전통의 정서를 내면에서 발효시키는 방식과 그 정서를 새로운 움직임의 구조로 재생산하였다. '더블빌: 시나위'는 전통춤의 계승을 넘어 한국 창작춤의 미학적 지평을 확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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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의 더블빌: 시나위(배정혜 안무의 '살풀이 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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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의 더블빌: 시나위(배정혜 안무의 '살풀이 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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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의 더블빌: 시나위(배정혜 안무의 '살풀이 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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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의 더블빌: 시나위(배정혜 안무의 '살풀이 生')

서사는 정서의 심화와 신체적 생성을 보여준다. '살풀이 生'에서 서사의 핵심은 정서의 변화이다. 살풀이춤에 내재한 맺힘과 풀림의 원리를 생명의 과정과 연결함으로써, 한은 과거의 상처에 머무르지 않고 새 생명의 가능성을 얻는다. 춤의 서사는 감정을 직접 설명하기보다 호흡과 움직임의 완급, 정지와 이완의 관계 속에서 점진적으로 형성된다. 전통적 정서가 신체의 시간 속에서 충분히 숙성될 때, 춤은 삶의 고통과 회복을 아우르는 보편적 경험으로 확장된다.

'AHRA'는 아리랑의 정서를 완결된 서사로 재현하기보다 신체의 미세한 진동이 증폭·변형되는 과정으로 구성한다. 서사는 주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움직임이 생성하는 사건의 연쇄가 된다. 몸의 떨림이 에너지로 축적되고 개별 움직임이 관계를 맺어 새로운 질서를 형성할 때, 관객은 정서의 발생과 변화를 직접 경험한다. 배정혜가 정서의 깊이를 통해 생명의 의미에 접근하며, 배진호는 정서의 신체적 변환을 통해 새로운 서사를 생성하려 한다.

두 작품은 형식 면에서 전통적 정서의 연속성과 움직임의 재구성으로 구분된다. 배정혜의 안무는 전통춤의 호흡과 장단이 지닌 연속성을 보인다. 전통의 형식은 움직임과 움직임 사이의 여백, 힘의 축적과 해소, 장단의 흐름에 따라 의미를 만들어내는 체계다. '살풀이 生'은 이러한 원리로 한의 정서를 생명의 감각으로 확장한다. 형식은 감정의 깊이를 조절해 내었으며, 전통의 아름다운 형식이 오늘의 관객에게도 살아 있는 감각으로 전달되도록 하였다.

'AHRA'는 움직임의 해체와 재배열을 통해 전통의 정서를 새로운 구성 원리로 전환한다. 신체의 미세한 진동과 에너지의 확장, 음악의 해체와 재구성은 이러한 시도를 보여준다. 개별 동작은 반복과 변주를 거쳐 전체 안무 구조를 형성하며, 파편화를 넘어 움직임의 연결이 지닌 필연성과 아리랑 정서와의 결합이 작품의 형식적 설득력을 결정한다. 이러한 형식적 실험이 신체의 감각과 전통의 정서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면서 동시대 창작춤의 가능성을 획득하였다.

두 안무가는 호흡의 깊이와 신체의 진동이라는 움직임을 조직하는 방식에서 차별화된다. '살풀이 生'은 호흡과 무게중심, 움직임의 완급이 정서의 깊이를 주로 형성한다. 느린 움직임은 감정이 신체 내부에 머물며 변화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정지에 가까운 순간에도 내적 에너지가 유지되고, 풀어지는 동작 뒤에도 여운이 남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살풀이 生'의 예술적 성취는 감정이 호흡과 몸의 무게를 통해 얼마나 섬세하게 변화하는가에 달려 있었다.

'AHRA'에서 핵심 움직임은 신체의 작은 진동과 부분적 움직임의 확장이다. 몸통과 어깨, 팔과 손의 미세한 변화가 반복되거나 증폭되면서 전체 신체의 리듬을 형성한다. 춤은 움직임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예술로 확장된다. 신체의 분절은 익숙한 신체 질서를 낯설게 바라보고 다른 관계로 재조직하는 방법이다. 움직임의 세밀함과 복잡성이 기교의 완성도는 아니다. 각각의 동작이 음악과 공간, 다른 무용수의 움직임에 유기적으로 반응할 때 새로운 신체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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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의 더블빌: 시나위(배진호 안무의 'AH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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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의 더블빌: 시나위(배진호 안무의 'AH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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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의 더블빌: 시나위(배진호 안무의 'AH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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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의 더블빌: 시나위(배진호 안무의 'AHRA')

두 작품의 상상력은 전통의 내면화와 새로운 감각의 창출로 나타난다. 배정혜는 살풀이의 한을 특정 역사의 경험이나 개인의 비애에 한정하지 않고, 상처와 회복을 반복하는 인간 삶의 보편적 과정으로 전환하여 전통을 현재의 감각으로 살려낸다. 창작의 상상력은 전통적 형식을 무조건 유지하거나 거부하는 데 있지 않다. 작품의 깊이는 전통의 상징을 얼마나 많이 사용했는가가 아니라, 그 상징을 통해 관객이 얼마나 새로운 생명의 의미를 발견하는가로 평가된다.
배진호는 전통의 정서를 신체의 구조와 움직임의 관계로 치환한다. 아리랑을 신체의 떨림과 긴장, 반복과 소진, 개인과 집단의 상호작용으로 전환한다. 이는 전통의 의미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가 발생하는 방식을 바꾸는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재구성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현대적인 움직임의 외형만으로는 부족하다. 관객이 작품을 통해 아리랑의 정서를 새롭게 감지할 수 있어야 하며, 해체된 움직임이 전통의 기억과 연결되는 내적 논리를 확보해야 한다.

'더블빌: 시나위'는 전통춤의 숙성과 변환의 차이를 사유케 하는 예술감독 김종덕의 담대한 결정을 읽게 한다. 이 작품은 한국 창작춤의 미학적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살풀이 生'은 전통춤의 호흡과 정서적 깊이를 생명성으로 확장하였고, 'AHRA'는 아리랑의 집단적 감각을 신체의 진동과 새로운 움직임의 구조로 재구성하였다. 하지만 전통의 숙성에는 형식적 혁신이, 신체 언어의 창조에는 정서적 깊이와 역사적 맥락이라는 과제가 부상했다. 대조적인 두 작품은 동시대의 신체 언어로 미학적 성취를 이루면서, 한국 창작춤의 미학적 지평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국립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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