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윤덕경의 춤은 전통춤의 내재적 질서를 바탕으로 개인의 삶과 시대의 감각을 신체 언어로 전환해 온 창작적 여정이며, 전통의 계승과 현대적 변용을 하나의 미학적 체계 안에서 조율한다. 이화여대 무용과에서 출발해 창작무용단과 윤덕경무용단을 이끌며 축적한 그녀의 작업은 삶의 본질과 사회적 역동성을 춤의 언어로 가시화하려는 예술적 의지를 드러낸다. ‘태평무’와 ‘수건춤’의 전승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무대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춤은 신체의 차이를 포용하면서 인간의 존엄과 공존의 가치를 탐색하는 확장된 예술적 지평을 형성한다.
윤덕경 춤의 서정성은 감정을 직접적으로 분출하기보다 호흡과 여백, 시선과 손끝의 미세한 떨림을 통해 내면의 정서를 응축하는 데서 비롯된다. '밤의 소리'에서 간지(間紙)의 경계를 오가는 듯한 존재의 불안과 고요는 가야금의 섬세한 울림 및 장고의 리듬과 만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긴장을 형성하며, 절제된 움직임 속에 깊은 정서적 파동을 일으킨다. 이러한 서정성은 기쁨과 슬픔을 어느 한쪽으로 과장하지 않고 삶의 상흔과 희망을 함께 품는 태도로 이어지며, 그의 춤을 감정의 재현을 넘어 내면의 시간을 사유하는 예술로 승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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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윤덕경은 전통음악과 무용, 시적 언어와 무대 이미지의 상호작용을 통해 종합예술적 가능성을 모색한다. '아리랑과 베사메무초'는 한국 민요의 집단적 정서와 라틴 음악의 이국적 선율을 교차시키면서 문화적 차이를 단순한 병치가 아닌 신체적 대화의 계기로 삼고, '밤의 소리'는 국악 연주자의 실연을 춤의 호흡과 결합해 음악과 움직임이 서로의 표현 영역을 확장한다. 이처럼 전통음악과 세계음악, 시각적 무대 구성과 신체 표현을 연결하는 방식은 춤의 장르적 경계를 넓히지만, 서로 다른 문화적 요소가 필연적인 예술적 논리로 통합될 때 융합의 미학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그녀의 상상력은 전통적 소재를 현재의 감각과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원천으로 활용하면서 두드러진다. '에스프리, 꽃의 기억……'이 꽃과 기억의 이미지를 통해 시간의 흔적과 인간관계의 정서를 환기하고, '태평무'가 왕과 왕비의 위엄 및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전통적 상징을 무대 위에서 재해석하듯, 윤덕경은 익숙한 문화적 표상에 개인적 기억과 동시대적 감수성을 중첩한다. 이러한 상상력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창조적 통로가 되지만, 상징과 정서가 풍부해질수록 개별 이미지의 의미를 선명하게 조직하고 작품 고유의 문제의식을 집중시키는 일 또한 중요해진다.
윤덕경의 작품들의 구성은 전통의 원형을 제시하고 개인적 정서와 동시대적 경험을 거쳐 공동체적 울림으로 나아간다. '태평무'의 의젓함과 경쾌함, '아리랑과 베사메무초'의 문화적 교차, '에스프리, 꽃의 기억……'의 회상적 정조, '밤의 소리'의 내면적 긴장은 상이한 작품 세계이지만, 전통과 기억, 관계와 성찰의 공통 미학으로 연결된다. 정서적 연속성에 의존하는 구성은 장면 사이의 극적 대비와 긴장감을 약화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움직임의 밀도와 공간의 변화, 음악 전환을 보다 유기적으로 설계할 때 작품의 구조적 완결성과 주제적 응집력은 한층 강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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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기교적 측면에서 윤덕경의 춤은 전통춤의 호흡과 장단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발디딤과 상체의 운용, 팔사위와 수건의 곡선, 정지와 이완의 대비를 조절하며 신체의 표현력을 확장한다. '태평무'에서 요구되는 절도와 화려한 발놀림은 전통적 기품과 역동성을 드러내고, '밤의 소리'에서처럼 악기의 연주와 춤이 만나면 음악적 리듬과 소리의 여운을 신체의 흐름으로 번역하는 감각이 중요해진다. 그녀의 기교적 성취는 움직임의 강약과 호흡, 공간의 여백을 통해 정서를 조형하는 데 있으며, 절제의 미학이 깊어질수록 전통적 기량은 숙련을 넘어 고유한 예술적 언어로 자리 잡는다.
윤덕경의 춤은 전통의 계보를 잇는 전승자이자 시대의 변화에 응답하는 창작자로서 축적해 온 예술적 생애의 결산이며, 기쁨과 슬픔을 넘어서려는 인간적 의지의 표현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공존을 모색한 작업과 오랜 제자들과 함께하는 무대는 춤을 개인의 미적 성취에 한정하지 않고 사회적 연대와 예술적 나눔의 장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윤덕경의 춤이 전통의 품격과 서정적 감수성을 유지하면서도 각 작품의 고유한 형식적 실험과 비판적 문제의식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낼 때 윤덕경의 춤은 전통을 새롭게 발명하는 창작의 미래로 이어질 것이다.
윤덕경의 춤은 감정의 과잉을 경계하면서도 내면의 깊이를 길어 올리는 특유의 서정적 표현성을 구축해왔다. 전통춤의 원형을 충실히 계승하면서 국악과 세계음악, 시적 이미지와 동시대적 신체 감각을 교차시키는 그의 변주는 과거의 춤을 현재의 언어로 재해석하며, 축적된 시간의 흔적을 여백과 절제의 미학으로 전환한다. 60년 춤 인생은 기량의 숙련을 넘어 전통과 창작, 개인의 성찰과 공동체적 연대를 하나의 예술적 궤적으로 수렴한 과정이며, 기쁨도 슬픔도 넘치지 않는 춤은 세월이 신체에 새긴 기억을 삶의 깊이와 예술의 품격으로 승화시킨 윤덕경 춤 미학의 정점이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윤덕경무용단©이경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