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자락 작은 산사에 남은 650년 목조건축…영산루 지나 국보 영산전으로
전각 안 가득 서로 다른 526개의 얼굴…오백나한 따라 깊어지는 가을 산사
전각 안 가득 서로 다른 526개의 얼굴…오백나한 따라 깊어지는 가을 산사
이미지 확대보기영천 청통면 산길 끝에 거조사가 자리하고 있다.
경내 입구에는 2층 누각인 영산루가 서 있다.
누각 아래 통로와 돌계단을 지나면 삼층석탑을 중심으로 마당이 열리고, 뒤편에 길게 뻗은 목조건물이 자리한다.
거조사의 중심 건물인 영산전이다.
짙은 나무 기둥과 맞배지붕으로 이뤄진 전각은 화려한 장식보다 오래된 목조건축의 형태를 그대로 드러낸다.
규모가 큰 사찰은 아니지만 영산루와 삼층석탑, 영산전이 한 공간에 이어지고 팔공산 숲이 경내를 둘러싼다.
가을에는 산사 주변 나무가 물들면서 오래된 목조건물과 석탑을 함께 담은 풍경이 만들어진다.
영산루 지나 만나는 영산전…1375년 세운 국보
이미지 확대보기거조사 경내는 영산루를 지나면서 시작된다.
2층 누각 아래 통로와 돌계단을 오르면 삼층석탑 뒤로 영산전이 길게 자리한다.
이미지 확대보기영산전은 고려 우왕 원년인 1375년 세워졌다.
정면 7칸·측면 3칸 규모로, 옆에서 보면 사람 인(人)자 모양을 이루는 맞배지붕을 얹었다.
지붕을 받치는 구조를 기둥 위에 두는 주심포 형식도 남아 있다.
장식은 많지 않다. 굵은 기둥과 보, 길게 뻗은 지붕선이 건물의 형태를 이룬다.
이미지 확대보기여러 차례 수리를 거쳤지만 고려 말 목조건축의 특징을 보여주는 건물로 평가받아 1962년 국보로 지정됐다.
팔공산 자락에 650년 가까운 시간을 견딘 목조건물이 남아 있는 셈이다.
영산전 안 오백나한…526분의 표정이 모두 다르다
이미지 확대보기영산전 내부에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오백나한상이 봉안돼 있다.
실제 석조나한상은 모두 526분이다. 나한상은 자세와 표정이 제각각이다.
정면을 바라보는 모습부터 고개를 돌린 모습, 편안하게 앉은 자세까지 다양하다.
일부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어 일정한 형식을 따르는 일반적인 불교 조각과도 차이를 보인다.
이미지 확대보기전각 안에 수백 기가 놓여 있지만 같은 모습이 반복되는 풍경은 아니다.
얼굴과 자세를 하나씩 살펴보는 재미가 생기는 이유다.
이곳에는 나한상을 봉안할 당시 각각 스스로 자리를 찾아 앉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수많은 나한 가운데 유독 마음이 가는 얼굴을 찾아보는 이야기도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거조사가 오백나한 기도도량으로 이름을 알린 배경에는 이처럼 영산전의 건축과 나한상이 함께 자리한다.
영산전 앞 삼층석탑…영산루까지 한마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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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영산전 앞마당에는 삼층석탑이 서 있다.
통일신라 말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탑으로, 영산전보다 앞선 시기의 흔적이다.
석탑 뒤에는 영산전이 길게 놓이고 반대편에는 영산루가 자리한다.
경내 한가운데에 서면 목조건물과 석탑, 팔공산 숲이 한 공간에 들어온다.
주변에는 국사전과 산신각, 설선당 등도 자리한다.
이미지 확대보기전각 수가 많은 대형 사찰과 달리 주요 건물이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모여 있어 이동 동선도 단순하다.
영산루에서 삼층석탑과 영산전으로 이어지고 주변 전각을 차례로 둘러볼 수 있다.
현재 공식 명칭은 ‘거조사’다.
과거 은해사의 산내 암자로 편입되면서 ‘거조암’이라는 이름이 널리 사용됐고 지금도 오래된 안내자료와 지도에서 거조암이라는 표기를 쉽게 볼 수 있다.
거조사에서 갓바위까지…팔공산 가을여행 넓어진다
이미지 확대보기거조사는 팔공산 자락이 물드는 가을에 산사 풍경이 한층 선명해진다.
영산루 주변과 영산전 뒤편 숲에 단풍이 들면 짙은 색의 목조건물과 붉고 노란 나뭇잎이 대비된다.
삼층석탑 주변에도 낙엽이 쌓여 여름의 짙은 녹음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올가을에는 팔공산권에서 이어지는 행사도 있다.
경산에서는 오는 19~20일 제25회 ‘경산 갓바위소원성취축제’가 열린다.
주행사장은 경산생활체육공원이지만 갓바위 소원길과 선본사에서도 사찰런과 템플스테이 등이 진행된다.
팔공산을 사이에 둔 영천 거조사와 경산 갓바위권을 함께 둘러보는 가을 여행 동선도 만들 수 있다.
거조사는 차량으로 산사 가까이까지 접근할 수 있고 주차 공간도 마련돼 있다.
영천 쪽으로는 은해사와 금포정길, 치산계곡이 이어진다.
거조사의 오래된 목조건축을 둘러본 뒤 산사와 숲길, 계곡으로 여행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귀애정과 귀애고택에서 시작해 횡계구곡을 거친 ‘숨은 영천’의 길은 이번에는 고려시대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1375년 세운 영산전과 그 앞의 삼층석탑, 전각 안을 채운 526분의 나한상이 팔공산 자락 한곳에 남아 있다.
가을 산사와 국보 목조건축, 오백나한에 팔공산권 가을 행사까지 더해지면서 거조사는 영천에서 시작해 팔공산으로 여행을 넓히는 지점이 된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