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로빈후드 주최 자선 행사서 거품론 일축…참가비 최소 7500달러
언론 출입 제한에 정보 형평성 논란…미 재무부 "기존 공개 발언 반복"
언론 출입 제한에 정보 형평성 논란…미 재무부 "기존 공개 발언 반복"
이미지 확대보기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월가 투자자들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금융시스템 전반을 위협할 만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AI 관련 주가 급등과 막대한 데이터센터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현직 재무부 장관이 고액의 참가비를 내는 금융업계 관계자들에게만 발언한 사실을 두고 정보 접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베선트 장관이 21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비공개 투자자 행사에서 AI 산업의 성장세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면서 금융시스템 차원의 위험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 보도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니르 바르 데아 최고경영자(CEO)와 진행한 대담에서 AI 산업의 투자 열풍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행사 참석자 3명에 따르면 그는 "나는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때를 잘 알아보는 사람"이라며 "시스템 차원의 문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운용 경력이 있는 베선트 장관은 AI 산업에 대한 현재의 투자 열풍이 2000년 전후 닷컴 거품 붕괴 직전의 상황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펫츠닷컴과 다르다"…AI 거품론 정면 반박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 급등과 막대한 설비투자를 둘러싸고 시장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AI 투자에 대한 낙관론이 지나치게 확대됐는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업들이 발행한 부채 규모가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AI 산업에 대한 투자 열기가 2000년대 초반 닷컴 거품과 비슷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베선트 장관은 이러한 비교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은 펫츠닷컴과 다르다"고 말했다.
펫츠닷컴은 2000년 3월 닷컴 거품이 정점에 이르기 직전 기업공개(IPO)에 나섰던 인터넷 업체 가운데 하나다.
베선트 장관은 현재 AI 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갖춘 업체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은 자기 순자산의 99%를 이들 기업에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기업들을 세웠다"면서 "그들은 AI의 가능성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그동안 AI 기술 발전이 미국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경제성장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혀 왔다.
이번 행사에서도 기술 발전이 미국 경제에 가져올 이점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데이터센터와 AI 기업들이 이러한 기술 발전의 혜택을 일반 미국인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참가비 최소 1000만원…언론 배제한 금융인 행사
베선트 장관이 발언한 자리는 JP모건체이스와 미국의 빈곤퇴치 비영리단체 로빈후드가 공동으로 마련한 뉴욕 자선 행사였다.
로빈후드는 억만장자 헤지펀드 투자자인 폴 튜더 존스가 설립한 단체다.
행사에는 수백 명의 금융회사 경영진과 투자자들이 참석했다.
참가비는 최소 7500달러(약 998만원)였으며 최고 등급의 후원 상품 가격은 10만달러(약 1억3312만원)에 달했다.
행사 주최 측은 참가자들이 독점적인 투자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홍보했다.
그러나 취재진은 행사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FT에 따르면 로빈후드의 연례 행사는 그동안 대체로 언론의 참석을 허용하지 않았으며 올해도 현직 미국 재무부 장관이 참석했지만 예외를 두지 않았다.
이번 행사에서는 베선트 장관 외에도 유명 거시경제 투자자인 스탠리 드러켄밀러, 헤지펀드 투자자 스티브 코언 등이 연사로 나섰다.
로빈후드가 개최한 이번 행사는 14번째로, 지금까지 모금한 금액은 약 7200만달러(약 958억원)에 이른다.
입장권 수익은 모두 로빈후드재단에 전달돼 주로 빈곤퇴치 사업에 사용된다.
◇옐런 전 장관 "나는 항상 언론 참석에 주의 기울였다"
이번 행사에서는 베선트 장관이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자리에서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했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FT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장관이 금융시장 관계자들과 비공개로 만나 경제 상황과 투자자들의 견해를 파악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다만 현직 장관이 고액 참가비를 낸 금융업계 관계자들만 참석한 행사에서 시장과 관련된 발언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전임자인 재닛 옐런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은 FT에 자신이 공개 발언을 하는 행사에는 항상 언론이 참석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였다고 밝혔다.
옐런 전 장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지낸 경험 때문에 일부 시장 참가자들만 중요한 정보를 얻는 것으로 비칠 위험을 의식했다고 설명했다.
미 연준은 통화정책 결정권자들에게 시장 참가자들과 접촉할 때 특정 영리기업이나 단체가 경쟁업체보다 유리한 지위를 얻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요구한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에게는 언론이 참석할 수 있는 행사에서 발언하도록 권고하고 발언 내용도 공개한다.
그러나 현직 재무부 장관이 언론을 배제한 채 다수의 시장 참가자들이 모인 비공개 행사에서 발언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따라서 이번 논란은 명확한 규정 위반 여부보다 고위 경제정책 당국자의 발언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접근 기회가 공정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 재무부 "비공개 중요정보 없었다"…자선 행사 강조
미국 재무부는 베선트 장관의 비공개 행사 참석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재무부 대변인은 FT의 문제 제기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번 행사가 뉴욕의 빈곤층을 지원하기 위해 100만달러(약 13억3120만원) 이상을 모금한 자선 행사라고 강조했다.
대변인은 베선트 장관이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 35년간 금융업계에 종사했으며 중요한 미공개 정보가 무엇인지 충분히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베선트 장관이 행사에서 한 발언은 모두 이전에 공개적으로 밝혔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로빈후드의 케빈 톰프슨 최고홍보책임자도 행사 운영 방식을 옹호했다.
그는 로빈후드 콘퍼런스가 오랜 기간 기자들에게 공개되지 않는 비공개 행사로 운영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대 행사에도 현직 또는 전직 행정부 관리와 내각 구성원들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근무했던 달리프 싱은 2024년 행사에서 연설했다.
래리 커들로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도 트럼프 행정부에서 근무하던 2020년 행사에 참석했다.
로빈후드 설립자인 폴 튜더 존스는 베선트 장관이 1990년대부터 재단을 후원해 왔다며 뉴욕의 빈곤층 지원에 계속 관심을 기울이는 데 감사를 표했다.
보수 성향의 법률 비영리단체 아티클Ⅲ프로젝트 설립자 마이크 데이비스는 이번 모임을 투자자 콘퍼런스가 아닌 자선 행사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 관리들이 이러한 행사에서 발언하는 것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주요 경제정책 당국자가 시장 참가자들과 소통할 때 어느 수준의 정보 공개와 접근 기회를 보장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