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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영향 제한적"이라 하지만…식지 않는 '밀크플레이션' 우려

매일유업, 치즈 19종 등 가격 인상 단행…“원가 부담 한계, 가격 인상 불가피”
원유가격 최소로 올라도 2013년 이후 최대 상승…정부 “제도개편 이전보다 인상폭 낮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각종 유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각종 유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지난 9일부터 우유 원유(原乳) 가격을 정하기 위한 협상이 시작되면서 우유 관련 식품 물가가 연쇄적으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원유가격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치즈 등 가격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식지 않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오는 7월 1일부터 치즈 19종과 식물성 음료 3종의 출고가를 올리기로 했다. 매일유업은 소매점에서 판매 중인 치즈 제품 55종 중 ‘뼈칼슘치즈 15매’ 등 가공치즈 13종은 10~15.6%, ‘후레쉬모짜렐라’ 등 자연치즈 6종은 18.6~18.8% 인상한다. 식물성 음료는 아몬드브리즈 오리지널 등 대용량 제품(950ml) 3종의 출고가를 15% 선에서 조정하기로 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두 품목 모두 연초부터 발생한 가격인상 요인을 자체적으로 감내하던 중이었으나 원가부담이 가중되면서 불가피하게 일부 제품 가격을 조정하게 됐다”면서 “치즈 품목 가격인상을 일부 제품으로 한정하고 식물성 음료 주력제품인 소용량 제품(190ml)은 가격을 유지하는 등 가급적 인상품목과 인상폭을 최소화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번 인상품목 중 우유 원유가 사용되는 제품은 자연치즈 제품 6종이다. 매일유업 측은 제품 가격인상이 현재 진행 중인 협상에서 결정될 원유가격 상승분을 반영한 조치는 아니라고 전했다.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대응이란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원유가격 인상이 결정될 경우 제품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유업체들이 원유가격 인상을 온전히 부담할 만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유업체들의 실적은 최근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매일유업은 2022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9%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25.6% 감소했다. 다른 업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우유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18.7% 감소했고 남양유업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갈수록 우유 소비가 줄어드는 추세라 실적 반등 여부도 요원하다.

올해 원유가격 인상폭은 리터당 69∼104원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최소치인 69원으로 결정된다 해도 지난 2013년 이후 가장 큰 금액이다. 현재 원유가격은 리터당 996원으로 협상 결과에 따라 적게는 6.9%에서 많게는 10.4%까지 오르게 된다. 과거 원유가격이 인상될 때 주요 유업체들도 원유가격 인상분을 반영해 제품 가격을 올린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유제품 가격 전반이 큰 폭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흰 우유 품목은 마트에서 연중 할인행사를 하는 등 원래도 수익이 많이 나는 제품이 아니어서 원유가격이 인상되면 제품 가격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다”면서 “일단 원유가격 인상 결과를 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료품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운데 우유 가격 문제까지 불거지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지난 12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부터 원유가격을 생산비와 시장 상황을 반영하여 결정하도록 개선했다”면서 “원유가격이 협상 상한선에서 결정되더라도 제도개편 이전의 최저 인상폭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또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류를 제외하면 주요 식품류의 국산 우유 사용률이 낮아 원유가격 인상이 가공식품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흰 우유 등 유제품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지 않도록 간담회 등을 통해 유업계와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흰 우유 1리터 제품 한 팩이 3000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소비자들의 불안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이날 마트를 찾은 한 소비자는 “정부는 안 오른다고 괜찮다고 하는데 체감되는 장바구니 물가는 갈수록 더 오르기만 한다”면서 “뭐 하나 안 오르는 게 없다 보니 언제까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성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jkim91@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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