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양산 10만 대 돌파 전망, 유니트리 美 경쟁사 대비 36배 더 출하
15차 5개년 계획에 인공일반지능(AGI) 명시…2035년 사회 전면 통합 목표
15차 5개년 계획에 인공일반지능(AGI) 명시…2035년 사회 전면 통합 목표
이미지 확대보기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중국은 이미 글로벌 생산량의 90%를 장악하고 있으며, 올해 출하량이 최대 20만 대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뉴스위크는 지난 15일(현지시각) "중국의 로봇 공세가 미국의 AI 맹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하며, 양국 간 로봇·AI 패권 경쟁의 구조적 불균형을 집중 조명했다. 30일 현재 중국 로봇 산업의 최신 현황을 종합했다.
"양산 원년" 선언…10만 대 시대 눈앞
올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은 '시험 단계'에서 '대량 생산 단계'로 전환하는 분기점을 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증권사 카이위안증권(开源证券)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은 개념 검증·프로토타입 개발 단계에서 초기 상용화·소량 생산 단계로 도약했으며, 올해는 대량 생산·본격 시장 확산 단계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가오공로봇산업연구소(高工机器人产业研究所)는 지난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이 전년 대비 650% 이상 급증한 1만 8000대 규모였다고 밝혔으며, 올해는 6만 2500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는 이보다 더 낙관적이다. 왕전쿤(王振坤) 오이모션(OYMotion) CMO는 올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량이 1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고, 슝룽(熊蓉) 저장 휴머노이드로봇혁신센터 수석과학자는 중국증권보와의 인터뷰에서 생산량이 10만~2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선두 기업들의 수주 속도는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유비테크(优必选)는 올해 생산 목표를 1만 대 이상으로 잡았고, 연간 주문액은 14억 위안(약 3040억원)에 근접했다. 애지봇(AgiBot)은 지난해 출하량 5100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수만 대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이달 초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량이 전년 대비 94%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유니트리 로보틱스와 애지봇이 전체 출하량의 약 8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격 경쟁력도 주목된다. 유니트리의 R1 모델은 4900달러(약 729만원), G1 모델도 2만 달러(약 2976만원) 미만에 공급되고 있다. 이 같은 가격 경쟁력은 부품 단가 절감이나 품질 타협이 아닌, 전기차 산업에서 닦아놓은 수직 통합 공급망과 대량 생산 체계에서 비롯된다고 업계에서는 분석한다.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지난 2월 28일 보도에서 중국의 선두 기업 유니트리가 지난해 미국 경쟁사인 피겨(Figure)와 테슬라 옵티머스를 합산한 것보다 36배 많은 유닛을 출하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전기차 분야에서 축적한 센서·배터리 등 하드웨어 공급망을 그대로 로봇에 적용함으로써 서방 경쟁사보다 훨씬 빠르게 신모델을 출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전략이 만든 생태계…140개 기업, 도시별 클러스터
이 같은 압도적 규모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2015년 '중국제조 2025' 계획에서 로봇을 10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한 이후 10년간의 집중 투자가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정부는 2024년 말부터 2025년 초까지 보조금·대출·세금 공제·국가 벤처캐피탈 투자 등을 통해 로봇 산업에 200억 달러(약 29조원)가 넘는 지원금을 쏟아부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여기에 더해 올해부터 시작된 15차 5개년 계획(2026~2030)은 체화지능(體化智能·Embodied AI)을 반도체·바이오 제조·상업 우주 등과 나란히 10대 미래 산업으로 지정했다.
중국 최대 전력망 운영사인 국가전망공사(State Grid Corporation of China)는 올해 한 해에만 AI 로봇 도입에 68억 위안(약 1조 4776억원)을 배정했다.
경제 매체 제몐(界面新聞)은 국가전망공사가 올해 로봇 8500여 대를 구매하며, 남방전망 등 다른 전력 회사들의 유사 계획까지 합산하면 업계 전체의 체화지능 투자 규모가 올해 100억 위안(약 2조 1730억원)을 웃돌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은 특정 기업이 아니라 도시 단위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베이징은 AI·체화 모델 중심, 상하이는 제조 및 산업 적용, 선전은 하드웨어 및 상용화, 항저우는 AI 스타트업 중심으로 역할을 나누며 전국 단위 산업 생태계가 형성됐다.
현재 중국에는 140개 이상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이 본체를 개발·생산하고 있으며, 중국 내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들의 총 기업 가치는 2000억 위안(약 43조 4600억원)을 돌파했다.
이 열기는 채용 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취업 플랫폼 '례펑' 산하 빅데이터연구원이 발표한 '2026 로봇 영역 인재 수급 추세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로봇 분야 신규 일자리는 75.26% 증가했고,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의 신규 채용 수요는 215.8% 급증했다.
평균 연봉은 40만 6100위안(약 8820만원)으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중국 '휴머노이드 대장주' 유비테크는 피지컬 AI 수석 과학자 채용 공고를 내면서 최대 1억 2400만 위안(약 269억원)에 달하는 파격적인 연봉 조건을 제시했다.
"미국은 이기고 있는 경쟁에서 지고 있다"…AGI 패권 전쟁의 속내
수치 이면에는 더 근본적인 전략 싸움이 진행 중이다.
스케일AI(Scale AI)의 맥스 펜켈(Max Fenkell) 글로벌 정책·정부 관계 총괄은 최근 미 의회에서 "미국은 워싱턴이 추적하는 지표인 AI 모델과 반도체에서는 앞서 있지만, 미래가 결정될 데이터와 실행 분야에서는 뒤처지고 있다"며 "우리는 두 개의 다른 경쟁을 목격하고 있으며, 지금 미국이 잘못된 경쟁에서 이기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독일외교정책협회(German 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발렌틴 베버(Valentin Weber) 선임 연구원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챗GPT 같은 시스템의 스케일 확장에 집중하지만, 중국은 태양을 보고, 도구를 다루며, 사람과 협력하는 로봇들로부터 실세계 데이터셋을 구축하고 있다"며 "거기서 나오는 데이터 생태계는 사실상 무한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는 마라톤을 뛰고 있는데 상대방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도 경고했다.
실제로 중국은 올해 15차 5개년 계획에 인공일반지능(AGI)을 목표로 명시했다. 중국 정부는 2035년까지 AI를 사회 전반에 90% 이상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단순한 공장 자동화를 넘어, 노인 요양·육아·군사·행정 전반에 로봇과 AI를 심겠다는 구상이다.
로봇 리포트(Robot Report)는 중국의 산업용 로봇 수출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해마다 평균 65%씩 성장했으며, 이 흐름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로봇연맹(IFR) 대변인 카르스텐 헤어(Carsten Heer)는 뉴스위크에 "중국이 해온 일은 놀랍다. 그들은 인구 감소가 올 것을 미리 알고 대비했다. 만약 국가 로봇 전략을 세우지 않았다면 지금 어떻게 됐을지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올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AI 마스터플랜이 고작 4쪽짜리 '국가 인공지능 정책 프레임워크'에 그쳤다. 법적 구속력도 없는 제안 수준이다.
다만 중국도 약점이 없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피치레이팅스(Fitch Ratings) 선임 이사 페니 첸(Penny Chen)은 중국의 인프라 구축 속도가 대부분의 나라와 비교 불가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중국 기업들이 보조금을 따내기 위해 로봇 구매·생산 규모를 부풀릴 유인이 있어 관련 수치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윌리엄스콘신대학 의과대학 시니어 과학자 이푸시안(Fuxian Yi)은 뉴스위크에 "지속적인 혁신은 젊은 두뇌에 달려 있다. 로봇 노동자는 소비를 하지 않는다. 소비자 없이 AI와 로봇은 산업 폐기물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중국의 급격한 인구 감소가 장기적으로 AI 주도권 경쟁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