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 예산연구소 시나리오… "생산성 2.5% 급증 시 부채 비율 100%서 안정"
고용 충격이 변수… 실직자 지원 규모 따라 재정 개선 효과 '반토막' 우려
고용 충격이 변수… 실직자 지원 규모 따라 재정 개선 효과 '반토막'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이 가져올 폭발적인 생산성 향상이 미국 정부의 고질적인 재정 적자 문제를 해결할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I가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높여 세수를 늘리고 부채 부담을 낮출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이러한 낙관론의 이면에는 기술이 노동자를 대체하며 발생하는 실업 문제와 이를 뒷받침할 정부 지출 증가라는 거대한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악시오스(Axios)는 지난 6일(현지시각) 예일대학교 예산연구소(Budget Lab)의 새로운 경제 모델링 결과를 인용해 AI 생산성 급증이 미 재정 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보도했다. 연구팀은 전문가들의 예측치를 바탕으로 향후 5년간 생산성이 매년 2.5%씩 증가하는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평균치인 1.8%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현재 미국의 국가 총부채는 39조 달러(약 5경 6530조 원)에 육박하며 GDP 대비 비율도 120%대에 진입한 상태이다. 예일대 연구팀은 AI 혁신이 이 거대한 부채의 흐름을 바꿀 두 가지 갈림길을 고용의 질 문제로 제시했다.
고용 유지 시, 부채 비율 100% '안정권' 진입
현재 경제학자들이 예상하는 203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은 6.2%에 달한다. 그러나 AI 기반의 생산성 증가가 안착할 경우 이 수치는 3.7%까지 떨어진다.
경제 규모 대비 부채 비율 역시 2035년에 100.3% 수준에서 멈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부채가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1960년대와 1990년대 후반에도 기술 주도의 생산성 급증이 나타났으나 당시 노동시장은 이를 흡수하며 호황을 누렸다. 이번 AI 혁명 역시 과거의 경로를 밟는다면 미 재정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건전성을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고용 충격 시, 지원금 늘면 재정 개선 효과 '반토막'
문제는 AI가 노동력을 직접 대체하며 노동 참여율을 떨어뜨릴 때 발생한다. AI 분야 주요 사상가들은 이번 기술 혁신이 과거와 달리 광범위한 노동자 소외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노동 참여율이 하락하고 정부가 실업 수당 수준(연간 약 5500달러, 약 790만 원)의 최소 지원만 제공할 경우, 2035년 GDP 대비 부채 비율은 108%까지 치솟는다.
반면 정부가 실직자에게 퇴직연금 수준(연간 약 4만 2000달러, 한화 약 6090만 원)의 관대한 지원을 결정한다면 부채 비율은 112%까지 상승한다.
물론 이 수치조차 AI 혁신이 전혀 없는 기본 시나리오(부채 비율 118%)보다는 양호하다. 하지만 생산성 증가로 벌어들인 이득의 상당 부분이 실업 대책 비용으로 상쇄된다는 점은 정부에 작지 않은 부담이다.
"생산성 증가는 공짜가 아니다"
마사 김벨(Martha Gimbel) 예산연구소 소장은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생산성 수치만 보고 AI가 재정 문제를 모두 해결할 것이라 믿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 진보에 따른 생산성 향상에는 반드시 사회적 비용이 따르며, 우리 사회가 그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지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미 재정의 축복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지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노동시장의 연착륙' 여부에 달려 있다.
투자자가 반드시 챙겨야 할 '3대 체크포인트'
첫째, 미국 노동 참여율 지표다. AI 도입 속도와 비례해 노동 참여율이 급격히 꺾이는지 주시해야 한다. 이는 재정 적자 폭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둘째, 연방 정부의 실업 대책 예산이다. 대규모 실직 발생 시 미 의회가 어떤 수준의 지원안을 확정하는지에 따라 부채 전망치가 요동칠 것이다.
셋째, 생산성 증가율 2.5% 달성 여부다. 향후 5년 내 생산성 증가율이 과거 10년 평균인 1.8%를 유의미하게 상회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AI 생산성 혁명은 분명 미 재정의 '숨통'을 틔워줄 기회다. 그러나 기술이 인간의 자리를 대신하는 속도가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속도보다 빠르다면, 그 경제적 성과는 실업 부조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기술의 승리가 국가 재정의 승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혁신의 과실을 나누는 정교한 정책 설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