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카타르가 기증한 보잉 747-8 전용기를 내년 2월부터 에어포스원으로 운항할 수 있다고 밝힌 가운데 전직 국방부 고위 관계자와 항공 전문가들이 “현실성이 낮다”며 강한 회의론을 제기했다.
10일(이하 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기자들과 만나 “전용기 개조 작업을 벌이는 관계자들이 2월이라고 한다”며 “보잉이 제작 중인 새 전용기보다 훨씬 빠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미 공군은 보잉과 계약한 차세대 에어포스원 2대의 인도 시점을 오는 2027년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앤드루 헌터 전 미 공군 조달·기술·물류 담당 차관보는 “보안·통신·방어 시스템 등 에어포스원의 고유 능력을 복제하려면 수년이 걸린다”며 “대통령이 일부 요건을 면제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CNN과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프랭크 켄달 전 공군장관도 “거의 모든 요구사항을 생략해야 2월 운항이 가능하며 그 경우 국내 전용기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 컨설턴트 리처드 아불라피아는 “물리적으로 비행 가능 상태로 만드는 건 가능하겠지만 전 세계 어디서든 대화를 감청당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정보·보안기관은 외국 정부의 중고기를 대통령 전용기로 전환하기 위해 기체를 프레임까지 분해해 전면 재조립하는 절차를 거친다.
카타르 왕실이 ‘무조건 기증’ 형식으로 제공한 해당 항공기는 지난 6월 말 텍사스 포트워스 앨라이언스 공항으로 이동했으며 이후 개조 진행 상황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 공군은 개조 비용이 최대 4억달러(약 549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며 예산은 ICBM ‘센티널 프로그램’에서 전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ICBM ‘센티널 프로그램’은 미국이 현재 운용 중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체계를 전면 교체하기 위한 차세대 무기 개발 사업이다.
이번 기증안은 법적·윤리적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안보 위험과 절차 문제를 우려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후 해당 기체를 대통령 도서관에 전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이해충돌 가능성도 지적됐다.
한편, 보잉이 제작 중인 차세대 에어포스원 2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공급망 차질, 하청업체 계약 분쟁 등으로 일정이 지연됐다. 미 공군은 최근 일부 보안 요건을 완화해 2027년 납품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계약 변경이 성사되면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