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위기에 휘발유값 상승하자 ‘즉시 출고’ 가능한 중고 전기차로 수요 쏠려
연말 리스 물량 유입·유가 안정 여부가 변수…전문가들 “하반기 가격 조정 가능성”
연말 리스 물량 유입·유가 안정 여부가 변수…전문가들 “하반기 가격 조정 가능성”
이미지 확대보기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서 자동차 시장의 온도 차가 극명해지고 있다. 기름값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이 신차 대신 상대적으로 연료비가 저렴하고 즉시 출고가 가능한 중고 전기차로 대거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 업체 콕스 오토모티브(Cox Automotive)가 지난 8일(현지시각) 발표한‘맨하임 중고차 가치 지수(MUVVI)’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미국 내 중고 전기차 도매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일반 내연기관차의 가격 상승률이 1.7%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급등세다. 맨하임 지수는 미국 내 주요 도매 경매장에서 거래되는 중고차 가격을 추적하는 업계 지표로,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반영하는 핵심 척도로 통한다.
12% 급등 vs 1.7% 정체…이례적인 가격 역전 현상
중고 전기차 가격이 유독 강세를 보이는 것은 ‘실질적인 연료비 절감’에 대한 강력한 수요가 반영된 결과다. 통상 중고차 시장은 계절적 요인에 따라 완만한 변동을 보이지만, 특정 차종만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신차 시장의 침체와 대조적이다. 신차 전기차 시장은 보조금 축소와 고금리에 따른 가격 부담 등으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반면 중고 전기차는 ▲신차 대비 저렴한 진입 장벽 ▲휘발유 가격 급등에 따른 연료비 절감 효과 ▲대기 없이 바로 인도받을 수 있는 ‘즉시 출고’의 장점이 맞물리며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중고차 플랫폼 내 전기차 검색량과 매물 문의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등 시장의 관심이 실제 구매 검토 단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유가에 떠는 운전자…“유지비 부담 덜자”
국내 상황 역시 ‘고유가 체감’이 극에 달해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7월 초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00원 후반대를 기록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중동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연료비 부담을 느끼는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내연기관차를 처분하고 전기차로 갈아타려는 심리가 강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요가 실질적인 재무 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는 테슬라 외 브랜드 전기차의 경우 보조금 정책 변화와 기술 진화 속도에 따라 중고 잔존가치가 하락하는 양극화 현상도 뚜렷하다.
신차 가격 인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고차 가격의 방어선이 이전보다 낮아진 측면이 있어서다.
하반기 변수는 ‘공급 확대’와 ‘유가 안정’
향후 시장은 하반기 ‘공급 확대’라는 큰 변수를 앞두고 있다. 조너선 그레고리 콕스 오토모티브 선임 이사는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에는 3년 전 공격적인 리스 프로그램을 통해 풀린 전기차 물량이 대거 반납될 예정”이라며 가격 하락 압력을 경고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전개될 시나리오를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한다. 첫째, 연말 리스 반납 물량이 쏟아질 경우 공급 우위로 전환되며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이다.
둘째, 중동 리스크 완화로 기름값이 안정될 경우 전기차로 쏠렸던 수요가 다시 내연기관차로 분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기차 수요가 유가와 매우 민감하게 연동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는 중고차 시장의 공급 물량과 국제 유가 흐름을 동시에 지켜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중고 전기차 시장의 가격 급등락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