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대학과 R&D 협력… 단순 판매 넘어 ‘국가 파트너십’ 구축
유럽 강호 점령지 남미서 ‘오션 2000’으로 판 흔든다
유럽 강호 점령지 남미서 ‘오션 2000’으로 판 흔든다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19일(현지시각) 데펜사(defensa.com) 보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최근 칠레 발디비아 호주립대학(UACh)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현지 뿌리 내리기에 돌입했다. 이번 협약은 영업 활동의 연장선이 아니라, 칠레 해군력 현대화와 연계된 장기적인 기술 파트너십 구축에 방점이 찍혔다. 박성우 한화오션 부사장은 대학 측과 만나 해군 공학 인재 양성과 기술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기술 패키지’로 유럽의 벽 넘는다
한화오션의 남미 공략은 치밀한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해 10월 페데리코 살저 칠레 잠수함 사령관 일행이 한국 거제 조선소를 방문해 ‘장보고-III Batch-II’ 건조 현장을 시찰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지난 4월 산티아고에서 열린 국제항공우주 및 방산전시회 ‘FIDAE 2026’에서 한화오션은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원팀’을 이뤄 종합 솔루션을 선보였다. 핵심 병기는 2,000톤급 수출형 잠수함 ‘오션 2000’이다. 이 모델은 남미 연안의 작전 환경을 고려해 설계됐다. 특히 유럽산 대비 운영 유지비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최신 리튬전지를 적용해 작전 지속 능력을 극대화했다.
이는 한화오션이 가진 ‘1400척 건조 경험’이라는 자산이 칠레의 조선업 기반인 아스마르(ASMAR)와 결합할 때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계산이다. 입찰 과정에서 단순한 완제품 공급이 아닌, 현지 기술 이전과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제안한 전략은 칠레 해군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었다는 평가다. 현지 업계에서도 한국의 건조 속도와 기술 이전에 대한 높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
무기 거래에서 ‘국가 간 연대’로
전문가들은 이번 MOU를 두고 글로벌 방산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읽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더 이상 ‘물건만 팔던 시대’는 끝났다는 의미다. 한화오션의 행보는 현지 조선 정책(National Shipbuilding Policy)에 올라타 인력 양성까지 지원함으로써, 경쟁국들이 따라올 수 없는 ‘락인(Lock-in) 효과’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유럽의 기술 중심 제안보다 현지화 역량을 강조한 한화오션의 방식이 남미 시장에서 강력한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한다.
K-방산이 유럽의 안방인 남미 시장에서 주류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이제 3가지 지표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첫째, 공식 입찰 공고의 사양이다. 칠레 해군이 요구하는 차기 잠수함의 상세 제원과 ‘오션 2000’의 기술적 정합성을 확인해야 한다.
둘째, 아스마르(ASMAR) 기술 이전 범위다. 현지 조선소와의 구체적인 협력 밀도가 계약 규모와 직결된다. 기술 이전 수준이 곧 수주 성공의 열쇠다.
셋째, 정부 간 협력(G2G) 수위다. 방산 수출은 기업의 영업력을 넘어선 국가 외교전이다. 한국 정부의 대칠레 지원 외교가 어느 정도 강도로 전개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한화오션의 이번 행보는 단순히 한 건의 수주전을 넘어, K-방산이 남미 시장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을지 판가름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현지 밀착 전략으로 무장한 한화오션이 유럽의 견고한 장벽을 뚫고 남미 방산 시장의 새로운 주인으로 등극할지 시장의 시선이 칠레 산티아고로 향하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