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캡슐, 달 뒷면 비행 마치고 10일 샌디에이고 앞바다 착수
'자유귀환 궤도'로 연료 절감·안전성 동시 확보
K-라드큐브 데이터, 아르테미스 3호 달 착륙 가늠자
'자유귀환 궤도'로 연료 절감·안전성 동시 확보
K-라드큐브 데이터, 아르테미스 3호 달 착륙 가늠자
이미지 확대보기한국시각으로 지난 2일 새벽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NASA의 아르테미스 2호 오리온 캡슐 '인테그리티'가 현지시각 9일 비행 8일째에 접어들어 지구 귀환 마지막 관문을 향해 초속 약 10.7km로 돌진하고 있다고 폭스뉴스가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착수 예정 시각은 10일(현지시각) 오후 8시 7분, 샌디에이고 서쪽 태평양이다.
인류 최원거리 비행, 수치로 들여다보면
이번 임무가 역사적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이유는 단순한 달 근접 비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리온 캡슐은 달 뒷면을 지나 지구에서 약 37만 3600km 떨어진 지점까지 도달했다.
1970년 아폴로 13호가 사고로 어쩔 수 없이 택한 달 뒷면 통과 당시 달 표면 근접 고도는 254km였던 반면, 아르테미스 2호는 달 표면에서 약 7600km까지 근접한 뒤 지구로 되돌아오는 '자유귀환 궤도'를 따랐다.
자유 귀환 궤도는 별도의 엔진 점화 없이 달 중력을 부메랑처럼 이용해 지구 방향으로 돌아오는 항법 전략이다. NASA는 이 방식으로 연료 소모를 최소화하면서도 비상 시 귀환을 보장했다.
비행 책임자 데비 코스는 9일 브리핑에서 캡슐이 당초 탑재한 연료 가운데 현재 4285파운드(약 1944kg)만 남아 있다고 밝혔다. 당초 탑재량의 90% 가량을 소진했지만 임무 설계 여유 범위 안이라고 덧붙였다.
재진입 시 속도는 초당 약 1만 659m(3만 4965피트)에 달한다. 비행 책임자 릭 헨플링은 "이는 아폴로 10호의 역대 최고 기록인 초당 1만 1094m(3만 6397피트)보다 낮지만, 대기권 마찰로 캡슐 외벽은 섭씨 2760도 이상의 열에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승무원들은 재진입 시 머리를 아래로 향한 자세로 수평선을 기준점으로 삼아 자세를 유지한다.
한국 반도체·위성, 달과 함께 날았다
이번 임무에는 국내 기술력이 조용하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우주항공청(KASA)과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초소형 위성 'K-라드큐브(K-RadCube)'가 국내 탑재체로는 처음으로 NASA 유인 우주 임무에 동행했다.
발사 약 5시간 7분 뒤 고도 약 4만km 지점에서 성공적으로 사출된 K-라드큐브는 현재 지구 고타원궤도(HEO)를 돌며 임무를 수행 중이다.
K-라드큐브의 핵심 임무는 우주비행사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밴앨런 복사대' 구간의 방사선을 고도별로 정밀 측정하는 것이다.
지표면 200km에서 최고 7만km에 이르는 궤도를 약 2주간 돌며 데이터를 수집한다. 전자레인지 크기(가로 36cm·세로 23cm·높이 22cm)의 이 19kg짜리 위성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개발한 반도체 소자가 부탑재체 형식으로 실렸다.
삼성전자는 나노미터급 회로와 3차원(3D) 구조를 갖춘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의 방사선 내성을, SK하이닉스는 진공과 극한 온도가 반복되는 환경에서 메모리 데이터의 안전성을 각각 우주 실전 환경에서 검증한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PwC는 달 경제가 2050년까지 연간 1273억 달러(약 188조원) 규모의 매출을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K-라드큐브에서 확보되는 방사선 데이터와 반도체 내구성 검증 결과물은 아르테미스 3호 이후 달 착륙 임무와 달 기지 구축의 안전 기준을 설계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최근 우주항공청 브리핑에서 "유인 우주탐사선의 탑재 요구 조건을 충족하는 큐브위성 제작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며 "NASA 등 국제 협력을 통한 한국의 우주탐사 참여 기회를 더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귀환 준비 완료…아르테미스 3호 시계는 이미 돌아간다
승무원들은 착수를 이틀 앞두고 최종 점검 일정을 소화했다. 플라이휠 운동기구로 심폐·근력 운동을 마친 뒤 지구 중력 재적응을 돕는 기립성 저혈압 방지 의복 시험에도 나섰다.
이 의복은 귀환 직후 혈압과 혈액 순환이 급격히 변하는 것을 억제해 우주 멀미를 줄이는 장치다. 9일 밤에는 도킹 카메라로 천체를 겨냥하고, 지구를 창문 중앙에 포착한 뒤 태양 반대 방향으로 기동하는 수동 조종 시험도 예정됐다.
착수 회수는 샌디에이고에 모항을 둔 해군 수송함 USS 존 P. 머사(LPD 26)가 담당한다. 길이 684피트(약 208m)의 이 함정은 독 갑판, 의료 시설, 통신 체계를 갖추고 오리온 회수에 최적화된 구조다.
MH-60S 씨호크 헬기와 해군 폭발물처리대 잠수 팀이 11개의 낙하산으로 착수하는 캡슐을 인수해 함내로 끌어들인다.
주목할 점은 아르테미스 2호가 태평양에 내려앉기도 전에 NASA가 후속 임무 준비에 이미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NASA 국장 재러드 아이재크먼은 9일 브리핑에서 "크롤러(발사대 운반 차량)가 이미 케네디 우주센터 39B 발사대로 이동 중이며, 이동식 발사대를 이번 주 안으로 조립 건물로 복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조치로 아르테미스 2호 대비 후속 임무 준비 기간을 3개월 단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7년을 목표로 한 아르테미스 3호는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이 개발 중인 달 착륙선과의 랑데부·도킹 시험을 거쳐 첫 유인 달 착륙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아르테미스 2호 승무원 사령관 리드 와이즈먼은 귀환길에 국제우주정거장(ISS) 승무원들과 교신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 지금 지구 밖에 있고, 모두 그 지구로 돌아간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특별하다." 54년의 공백을 메운 인류의 귀환이, 48시간 뒤 태평양 위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