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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5일 '초고속 승인'으로 원전 르네상스 시동... 세계 최초 '핵 배터리' 양산 허가

에너지부(DOE), 래디언트 '카레이도스' 승인... 43년 낡은 규제 깨고 2028년 상용화
AI 데이터센터·군사 요충지 '무한 전력' 공급... 트럭으로 운송하는 공장형 원자로
"전기가 곧 국력" 미국, 에너지 주도권 탈환 위해 '신속 인허가' 제도 전격 도입
미국 에너지부(DOE)는 래디언트(Radiant Industries)가 개발한 마이크로리액터(초소형 원자로) '카레이도스(Kaleidos)'의 설계 및 안전성을 최종 승인했다. 사진=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에너지부(DOE)는 래디언트(Radiant Industries)가 개발한 마이크로리액터(초소형 원자로) '카레이도스(Kaleidos)'의 설계 및 안전성을 최종 승인했다. 사진=제미나이3

미국 행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과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해 원자력 발전 규제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내셔널 리뷰(National Review)가 지난 21일(현지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DOE)는 지난 15일 래디언트(Radiant Industries)가 개발한 마이크로리액터(초소형 원자로) '카레이도스(Kaleidos)'의 설계 및 안전성을 최종 승인했다.

이번 승인은 과거 수년 이상 걸리던 원전 인허가 절차를 단 45일로 단축한 '신속 승인 경로(Authorization Pathway)'를 적용한 세계 첫 사례라는 점에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규제 대수술로 이뤄낸 '45일의 기적'... 원전 건설의 상식을 깨다

이번 조치는 과거 40여 년간 미국 원전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았던 경직된 규제 관행을 완전히 타파한 결과라는 평가다. 지난해 봄부터 본격화한 행정부의 규제 혁신 노력이 이번 래디언트사의 승인으로 구체적인 성과를 드러냈다.

카레이도스는 1.2메가와트(MW)급 전력을 생산하는 초소형 원자로로, 약 1000가구에 동시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이 장치의 핵심 경쟁력은 공장에서 완제품으로 제작해 트럭이나 화물기로 어디든 운송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대형 원전이 현장에서 수년간 대규모 토목 공사를 거쳐야 했던 것과 달리, 마치 가전제품처럼 공장에서 찍어내 바로 현장에 배치하는 '핵 배터리' 시대를 연 것이다. 래디언트 측은 이번 승인을 바탕으로 오는 2028년까지 실제 상용 모델을 현장에 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 에너지부 관계자는 이번 인허가 과정에 대해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하면서도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과감히 걷어낸 새로운 표준을 정립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과거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설계 승인 한 건에 평균 5억 달러(약 7200억 원) 이상의 비용과 10년 안팎의 시간을 허비하게 했던 관행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변화다.

빅테크·국방부 '러브콜'... AI 데이터센터 전력난 해결사 부상


마이크로리액터의 급부상은 미국의 에너지 안보 전략과도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내셔널 리뷰는 지난 15일(현지시각)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 에너지부 장관과 마이클 더피(Michael Duffey) 국방부 차관이 캘리포니아 마치 공군기지에서 유타 힐 공군기지로 이송되는 발라 아토믹스(Valar Atomics)의 '워드(Ward)' 마이크로리액터를 직접 참관하며 이 기술의 전략적 가치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특히 국방 분야에서는 오지에 위치한 군사기지의 에너지 자립을 도울 핵심 병기로 마이크로리액터를 지목하고 있다. 연료 보급로가 끊길 수 있는 전시 상황에서도 한 번 설치로 10년 넘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시장의 수요는 더 뜨겁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정보기술 기업들이 주도하는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지만, 기존 송전망 확충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인근에 즉시 설치 가능한 마이크로리액터가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대안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미국 정부가 탄소 중립과 전력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원전 산업의 게임 체인저를 직접 육성하고 있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원전 패권 재편... '조용한 혁명'으로 중국·러시아 압도


미국 정부의 이번 승인은 글로벌 원전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가혹한 규제로 미국 내 원전 건설이 주춤한 사이, 러시아와 중국은 국가적 지원을 통해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을 축적하며 시장을 잠식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공장 양산이 가능한 '마이크로리액터'라는 신시장을 선점하며 반격에 나섰다. 래디언트뿐만 아니라 오클로(Oklo), 엑스에너지(X-energy) 등 민간 기업들이 파격적인 규제 완화에 힘입어 상용화 경쟁에 뛰어들었다. 에너지부의 신속 승인 제도는 이들 기업이 막대한 자본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의 배경에 원전 없이는 미래 산업의 쌀인 전력을 감당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깔려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정가 안팎에서는 "규제 혁파를 통해 원자력을 마치 소형 발전기처럼 활용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라며 "미국이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원자력 패권을 다시 세우고 있다"라고 보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양산 체제의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증명하고 방사성 폐기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일이다

업계에서는 카레이도스가 실제 가동을 시작하는 2020년대 후반이 세계 에너지 시장의 지형도를 바꾸는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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