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집권 2기를 시작하면 1기 당시에 비해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배로 늘리려 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트럼프가 이런 관세정책을 실제로 동원하면 글로벌 무역전쟁이 발발하고,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문가들이 분석했다고 NYT가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에 철강, 태양광 패널, 세탁기, 중국산 스마트 시계, 화학 제품 등에 걸쳐 모두 4000억 달러(약 555조원) 규모의 관세를 부과했다. 집권 2기에 이를 10배로 늘리면 그 규모가 4조 달러(약 5550조원)에 달한다.
데이비드 오토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제학 교수는 이 신문에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물가에 즉각 영향을 미치고, 미국이 쉽게 침체에 빠질 수 있어서 그렇게 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NYT는 “고율 관세로 수입품이 줄어 철강, 반도체, 컴퓨터 장비 등의 미국 내 생산이 늘어날 수 있으나 그 대가가 너무 커 미국이 얻는 것을 모두 잃을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들이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동맹국과 중국 등 적대국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공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지난 13일 연방 의회를 방문해 공화당 의원들과 비공개로 면담한 자리에서 소득세 감세에 따른 세수 부족분을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 관세’ 부과로 메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트럼프 참모진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차기 정부에서 모든 수입품에 ‘최소 10% 이상’의 고율 관세와 중국산 제품에 대한 60% 이상의 관세 부과를 위한 법제화(legal justification)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헌법은 대외 무역에 관한 권한을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에 부여하고 있어 대통령이 행정명령 등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기가 까다롭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 참모들은 대통령이 글로벌 무역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광범위한 법적 권한 확보 방안을 찾고 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3월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유럽연합(EU), 중국, 일본으로부터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EU는 이에 맞서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리바이스 청바지 등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로 맞대응하면서 철강 분쟁이 발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1기였던 2018년 중국의 불공정 경제 관행과 무역수지 불균형을 이유로 무역법 301조(슈퍼 301조)에 근거해 총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1100억 달러어치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로 맞대응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