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정채용, 로비의혹 등 잇단 CEO리스크 수면 위로, 기업가치 훼손 우려
KT에 먹구름이 잔뜩 꼈다. 실적전망이 나빠서가 아니다. 잇단 CEO리스크가 제기되며 기업가치 훼손으로 이어질지 초긴장상태다.
KT그룹은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규모기업집단 순위 중 12위의 기업집단이다. 비금융 부문은 KT를 중심으로 유선통신, 무선통신, 미디어·콘텐츠 사업을, 금융부문은 신용카드업을 영위하고 있다.
그룹의 주력 회사는 KT, KT스카이라이프, 비씨카드 등이다. KT가 그룹의 모회사로 그룹 합산 총자산 및 매출,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가장 컸던 재무적 부담은 5G 주파수 경매의 낙찰이다.
KT는 지난해 6월 통신 3사의 5G 주파수 경매에서 1단계와 2단계를 합한 3.5GHz 대역의 최종 낙찰가를 9680억원에 확정했다.
단 이는 주파수 경매에서 최저경쟁가격과 유사한 수준으로 주파수 경매대금 지급에 따른 현금유출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는 평이다.
최우석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 실장은 “시장 예상보다 높지 않은 낙찰가격으로 경매가 종료됨에 따라 재무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라며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창출능력, 예상자본적 지출(Capex)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주파수 경매대가 지급에 따른 차입규모 증가도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정작 재무보다 더 부담스러운 요인은 오너리스크다. 이석채 전 KT 회장에 이어 황창규 현재 KT회장도 잇단 의혹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먼저 이석채 전 KT 회장의 경우 부정채용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22일 이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재임기간 중 부정채용을 주도했는지, 정치권 등의 채용 청탁을 받았는지 여부 등을 조사했다.
이어 서울남부지검은 9일 오전 9시부터 KT 채용비리 고발 사건과 관련해 이 회사 광화문지사 경영관리부문장 사무실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 외에 검찰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KT 본사와 KT서비스북부 등 총 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CEO리스크 지속 불획실성, 황창규 회장 사실상 친정체제 구축
황창규 현 KT 회장도 곧 전임 회장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KT 경영고문'명단을 공개하며 “황창규 KT 회장이 2014년 취임 이후 정치권 인사, 군인과 경찰, 고위 공무원 출신 등 14명에게 고액의 급여를 주면서 민원해결 등 로비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의원은 이어 “정치권 줄을 대기를 위해 자의적으로 막대한 급여를 지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점을 고려하면 황 회장은 업무상 배임 등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가아 KT새노조 등이 이와 관련 황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배임) 및 뇌물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며, 로비사단의혹에 대해 수사를 검토중이다.
황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지만 문제는 회장자리에서 물러나더라도 CEO리스크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바로 황 회장의 측근이 신규 사내이사로 대거 발탁됐기 때문이다.
KT는 지난 29일 정기주추총회에서 김인회 경영기획부문장 사장과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 사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KT는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개선을 명분으로 회장 선임 과정 등 정관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회장은 지배구조위원회→회장후보심사위원회→이사회→주주총회 등 4단계 절차를 통해 선임된다
이번에 김인회 경영기획부문장 사장과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 사장이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며 황 회장의 친정체제가 강화됐다는 평이다.
김인회 사장과 이동면 사장은 황 회장의 측근이다. 이들이 각각 지배구조위원회, 사외이사추천위원회, 지속가능경영위원회 등의 참여가 거론되며, 사실상 황회장의 영향력이 신임 회장 선임에도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불확실성으로 공매도세력 타깃, 주가 52주 신저가 근접
이 가운데 김인회 사장은 삼성전자 출신으로 지난 2014년 황 회장과 함께 KT로 이직했다. 그 뒤 KT에서 경영기획부문 재무실장, 비서실장 등 굵직한 요직을 거치며 황 회장의 복심이자 KT의 2인자로 불리기도 했다.
8일 에프에가이드에 따르면 KT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지분 12.19% 보유했다. 이어 KT자사주 6.12%, 일본 NTT 도코모 2.22% 순이다. 반면 황 회장의 지분은 0.01%에 불과하다. 0.01% 지분으로 친정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황 회장이 친정체제 구축으로 퇴임 이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배구조 전문가는 “KT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사실상 주인이 없다”며 “지난해 낙하산을 막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으나 현직 CEO의 권한 강화 등 친정체제 구축에 대한 견제방안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금 같은 체제라면 현 황창규 회장과 가까운 사람이 차기 회장에 오를 수 밖에 없다”며 “혈연관계가 아닐뿐 재벌의 경영승계와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이 겹치며 KT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싸늘하다. 기업가치의 바로미터인 주가는 지난 4일 2만7400원으로 마감됐다. 거의 52주 최저가(2만6550원) 수준이다.
잇단 CEO의 의혹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며 최근엔 공매도의 타깃이 됐다. KT의 거래량 대비 공매도 거래비중은 지난달 22일 약 0.03%에서 지난달 27일 32.46%로 급증하며 공매도세력의 먹잇감이 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안정성, 수익성 보통…성장성은 정체
●투자지표
KT의 지난해말 연결실적기준으로 재무비율을 살펴보면 안정성, 수익성은 보통 수준이다. 그러나 통신시장포화로 성장성이 정체되며 신수익원 발굴이 절실하다.
먼저 안정성의 지표격인 유동비율은 보통이다.
8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회사의 지불능력을 판단하는 지표인 유동비율(이하 연결 기준)은 지난해말 기준 126.7%다. 유동비율은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수치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유동자산은 11조8943억원, 유동부채는 9조3877억원이다. 유동비율은 통상 200% 이상으로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KT의 경우 유동비율이 약 100% 초반대로 미진하다. 단 기말기준으로 현금성자산이 2조7034억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갑작스런 외부충격에도 흔들릴 수준은 아니다.
부채총액을 총자본으로 나눈 부채비율은 118.5%로 평균보다 높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KT의 부채는 총 17조4576억원이며 자본총계는 14조7313억원이다.
부채비율이 200% 아래면 재무안정성이 보통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은 4.3배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비영업)으로 나눈 수치다. 기업이 한 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에 비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통상 1.5 이상이면 영업이익으로 벌어 이자의 빚을 갚을 수 있다. 양호한 부채비율로 빌린 돈의 이자를 제외한 실제 손에 쥔 영업이익은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매출의 경우 정체가 뚜렷하다 뚜렷한 반등조짐이 보이고 있다. 매출액 증가율은 0.3%에 불과하다. 비용에 속하는 판매와관리비증가율은 0.9%로 신규인력충원보다 비용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증가율은 -3.9% 전환했다. 단 주당순이익(EPS)증가율은 44.4%을 기록했다.
한편 KT의 수익성은 나쁘지 않다. 지난해말 연결기준으로 매출액은 23조4601억원, 영업이익은 1조261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로부터 얼마만큼의 이익을 얻느냐를 나타내는 매출총이익률은 100.0%에 달한다.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를 영업수익으로 나눈 EBITDA 마진율은 19.7%다.
영업이익률은 5.4%로 보통 수준이다. 아울러 자산이나 자본 대비 수익성도 평균수준이다. 기업의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인 총자산이익률(ROA)은 2.5%다.
지배주주순이익(연율화)을 지배주주지분(평균)으로 나눈 수치인 ROE는 5.5%을 기록했다.
최성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ad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