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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다니엘 주인 브라운가문 내분…150억달러 인수전 흔든다

5세대 후손 2명, 친척 130명에 경영진 비판 서한…사제락 인수 제안 놓고 가족 갈등
잭다니엘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잭다니엘 로고. 사진=로이터

세계적인 위스키 브랜드 잭다니엘을 보유한 미국 주류기업 브라운포맨이 150억달러(약 20조8200억원) 규모의 적대적 인수 제안을 받은 가운데 150년 넘게 회사를 지배해온 브라운가문 내부에서 경영진과 이사회를 공개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위스키 소비 감소, 실적 부진, 주가 급락에 이어 최고경영자(CEO) 교체와 외부 인수 압박까지 겹치면서 오랫동안 단결해온 가족경영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브라운가문의 5세대 후손인 W.L. 라이언스 브라운 3세와 스튜어트 R. 브라운이 지난달 가족 모임을 앞두고 친척 130명 이상에게 7쪽 분량의 서한을 보내 회사 경영진과 이사회를 강하게 비판했다고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두 사람은 회사가 위기에 빠졌는데도 경영진이 전략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으며 이사회가 부진한 성과에도 경영진에게 지나치게 많은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프랑스 주류기업 페르노리카와의 합병 논의 과정에서 상당수 가족 구성원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브라운포맨이 페르노리카와는 합병 협상을 진행하면서 정작 미국 경쟁사 사제락의 인수 제안에는 진지하게 대응하지 않은 이유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5년간 주가 60% 하락…잭다니엘 판매도 부진

브라운포맨은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 본사를 둔 주류기업으로 잭다니엘을 비롯해 우드포드리저브, 올드포레스터, 엘히마도르, 에라두라 등 다수의 주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1870년 설립된 이후 브라운가문이 150년 넘게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사업환경은 녹록지 않다.

WSJ에 따르면 브라운포맨 주가는 지난 5년 동안 약 60%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한 것과 대조적이다.

회사 이익도 줄고 있으며 핵심 브랜드인 잭다니엘 위스키의 소비도 감소하고 있다.

브라운포맨은 다른 주류 브랜드로 사업을 다각화해왔지만 잭다니엘은 여전히 회사 실적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브랜드다.

로슨 휘팅 브라운포맨 CEO도 지난달 후임자가 결정되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브라운포맨은 현재 내부와 외부 후보를 대상으로 차기 CEO를 찾고 있다.

◇페르노리카 합병 무산 뒤 사제락 20.8조원 제시

가족 내부의 갈등이 커진 배경에는 잇따른 인수합병(M&A) 시도가 있다.

브라운포맨은 올해 초 프랑스 주류기업 페르노리카와 합병을 논의했다.

페르노리카는 앱솔루트 보드카, 제임슨 위스키 등을 보유한 세계적인 주류기업이다.

양측은 사실상 대등한 기업결합을 논의했지만 지난 4월 협상이 결렬됐다. 두 회사를 지배하는 가족들이 합병 뒤 경영권과 지분을 어떻게 나눌지를 놓고 합의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후 브라운포맨과 같은 루이빌을 기반으로 하는 비상장 주류기업 사제락이 150억달러에 브라운포맨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사제락은 버팔로트레이스, 파이어볼, 서던컴포트 등 500개가 넘는 주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사제락은 브라운포맨 클래스A와 클래스B 주식을 주당 32달러(약 4만4400원)에 현금으로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브라운포맨 이사회는 이 제안을 거부했다.

사제락은 지난달 다시 브라운가문 구성원들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제안을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사회가 협상에 나설 경우 조건을 개선할 의향도 있다고 밝혔다.

◇가문이 반대하면 매각 사실상 불가능

브라운포맨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회사지만 일반 상장기업과 지배구조가 다르다.

의결권을 가진 클래스A 주식의 상당 부분을 브라운가문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브라운가문 구성원들이 만든 투자기구 ‘울프펜브랜치’는 클래스A 주식의 약 60.3%를 보유하고 있다.

브라운가문 또는 가문이 지배하는 다른 기관의 지분까지 합하면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이 때문에 외부 주주가 사제락의 인수 가격에 찬성하더라도 브라운가문이 반대하면 회사를 매각하기 어렵다.

울프펜브랜치는 지난달 사제락의 인수 제안이 브라운포맨의 미래에 대한 가문의 비전과 맞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4세대부터 6세대까지 참여하는 울프펜브랜치는 회사 브랜드와 직원, 기업문화를 장기적으로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가문 안에서 “왜 사제락과 협상조차 안 하나”

그러나 브라운가문 전체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이번 WSJ 보도로 드러났다.

라이언스 브라운 3세와 스튜어트 브라운은 현재 회사 경영의 중심부에서는 벗어나 있는 인물들이다.

라이언스 브라운 3세는 과거 약 15년간 브라운포맨에서 근무하며 유럽 마케팅과 미국 영업 등을 담당했지만 이후 회사를 떠나 자신의 주류사업을 운영해왔다.

두 사람은 가족에게 보낸 서한에서 회사 실적 악화와 경영진 보상 문제뿐 아니라 M&A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경영진이 페르노리카와의 합병에는 적극적이면서 사제락의 제안을 놓고는 협상조차 하지 않는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문제를 제기했다.

사제락 역시 브라운포맨 이사회를 우회해 가족 주주들에게 직접 접근하고 있다.

브라운포맨의 경영권을 둘러싼 싸움이 일반적인 기업의 인수전과 달리 한 가문 내부의 의견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는 경쟁으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브라운가문은 지금까지 회사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데 대체로 한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잭다니엘 판매 부진과 이익 감소, 5년간 60%에 달하는 주가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150억달러의 인수 제안까지 등장하면서 가족 내부에서도 회사를 계속 독립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최선인지에 대한 이견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WSJ은 브라운가문의 통제력이 당장은 사제락의 인수를 막기에 충분하지만 가족 내부의 균열이 커질 경우 150년 넘게 이어진 브라운포맨의 가족경영 체제도 중대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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