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붕괴 속 승자 가르는 세 가지 기준
공급 과잉과 체질 전환 실패가 부른 구조적 실적 둔화
공급 과잉과 체질 전환 실패가 부른 구조적 실적 둔화
이미지 확대보기독일의 대표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 BMW가 중국 시장의 가파른 침체와 현지 저가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올해 실적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배런스는 지난 17일(현지시각) BMW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극심한 가격 전쟁 탓에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률(EBIT Margin) 전망치를 기존 4%~6%에서 1%~3%로 대폭 수정했다고 보도했다. 과거 평균 8%~10% 선을 유지하던 이익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이번 지침 하향으로 연간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은 기존 예측치인 70억 달러(약 10조 6400억 원)에서 30억 달러(약 4조 5600억 원) 수준으로 주저앉게 됐다. 유럽과 미국 시장의 판촉 호조가 중국발 가격 인하 충격을 상쇄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중고에 갇힌 중국 시장… 체질 전환 실패가 부른 화근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비야디(BYD) 등 토종 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와 수직계열화를 기반으로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 외산 브랜드를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로컬 브랜드 우대 기조와 보조금 구조 변화가 더해지며 전통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전환 지연과 원가 구조 열위가 실적 악화를 고착화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은 과거와 다르다. 옥스캡의 스튜어트 피어슨 분석가는 BMW의 이익률 저하를 두고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악몽을 소환했다. 다만 2008년 위기가 전 세계적인 금융 시스템 붕괴에 따른 급격한 수요 위축이었다면, 현재의 위기는 공급 과잉과 기술 전환, 지정학적 분절이 얽힌 구조적 침체라는 점에서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즉, 단기 처방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노출도에 갈린 운명… 포지셔닝별 취약성 분해
BMW의 하향 조정을 업계 전체의 침몰로 단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중국 노출도와 제품 믹스에 따라 뚜렷한 '포지셔닝 맵'을 형성하고 있다.
상대적 승자(원가 통제형)인 BYD 등 중국 토종 업체들은 공격적인 가격 인하 속에서도 4%~6%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방어하며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중립(가격 조정형)지대인 테슬라는 중국 매출 의존도가 20%를 웃돌며 지난해 중국에서만 210억 달러(약 31조 94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테슬라는 가격 결정권을 쥐고 물량 밀어내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나, 중국발 가격 인하 여파로 자동차 총이익률(Gross Margin)이 한때 25%대에서 17%~21% 박스권으로 압박받는 흐름을 보인다.
취약군(내연기관 프리미엄)으로는 BMW가 대표적이다. 합작법인(JV) 구조 속에서 내연기관 중심의 수익 다변화에 의존해온 탓에 현지 전기차 전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직격탄을 맞았다.
끝으로 방어형(초고가 세그먼트)인 메르세데스-벤츠는 초고가 라인업에 집중해 상대적으로 마진 방어력이 높으며, 폭스바겐은 저가 보급형 시장에서 중국 업체와 정면 충돌해 물량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보도 당일 시장의 우려가 반영되며 BMW 주가는 8.3%, 메르세데스-벤츠는 4.4% 하락했고 테슬라 역시 2.1% 떨어진 396.38달러(약 60만 2800원)로 마감했다.
중국 토종의 역습, ROIC 훼손하는 치킨게임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BYD와 상하이자동차(SAIC) 등이 시장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전방위적 가격 인하가 장기적으로 산업 전체의 투하자본수익률(ROIC)을 훼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지 로컬 업체들의 영업이익률 역시 지속 가능한 수준이 아니며, 이번 전쟁은 승자독식이 아닌 모두가 부실해지는 치킨게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CATL 등 중국계 배터리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마진 개선의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장벽 등 보호무역 리스크가 강화되고 있지만, 이는 도리어 중국 업체들이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차세대 격전지로 눈을 돌려 글로벌 공급 과잉을 외연 확장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경쟁력과 독자적 공급망을 확보하지 못한 전통 업체부터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자산 배분 전략 수정, 시간축별 투자 트리거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역학 구조가 재편되는 전환 국면에서 투자자는 시간축에 따른 명확한 매매 기준(Trigger)을 가지고 자산을 재배분해야 한다.
단기 관점(6~12개월)에서는 재고 조정과 판촉 경쟁 심화로 업종 전반의 수익성 저하가 지속될 것이다. 완성차 업체의 자동차 부문 매출총이익률이 전년 대비 -3%p 이상 하락하면 즉시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
중기 관점(1~3년)에서는 한계 기업의 탈락과 OEM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정 브랜드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2~3개 분기 연속 하락한다면 이는 구조적 붕괴로 판단하고 자산을 회수해야 한다.
장기 관점(3년 이상)에서 보면, 소수의 플레이어로 시장이 재편되는 시기다. 비(非)중국(미국·유럽·인도) 매출성장률이 중국 감소분을 완벽히 상쇄하며 질적 성장을 입증하는 기업만이 최후의 승자로 남을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