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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3월 참사'… 중동 전쟁 충격에 코로나 이후 최대 손실

매크로 펀드, 금리 인하 베팅 역풍… 캑스턴 -15%·시타델 GFI -8.2%
지난 2월 말 발발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정면 충돌이 전 세계 헤지펀드 업계에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손실을 안겼다. 인플레이션 둔화와 연내 금리 인하에 ‘올인’했던 매크로 펀드들이 유가 급등과 금리 인상 재론이라는 이중 역풍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월 말 발발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정면 충돌이 전 세계 헤지펀드 업계에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손실을 안겼다. 인플레이션 둔화와 연내 금리 인하에 ‘올인’했던 매크로 펀드들이 유가 급등과 금리 인상 재론이라는 이중 역풍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미지=제미나이3
지난 2월 말 발발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정면 충돌이 전 세계 헤지펀드 업계에 20203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손실을 안겼다. 인플레이션 둔화와 연내 금리 인하에 올인했던 매크로 펀드들이 유가 급등과 금리 인상 재론이라는 이중 역풍에 직격탄을 맞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8(현지시간) 헤지펀드 리서치업체 HFR 자료를 인용해 헤지펀드 업계 전체의 3월 평균 수익률이 -3.1%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팬데믹 초기 폭락장이었던 20203(-5.7%) 이후 가장 큰 월간 낙폭이다.

누가 얼마나 잃었나


피해는 경제 지표와 정책 금리 방향을 예측해 투자하는 매크로 헤지펀드에 집중됐다.

런던 소재 캑스턴(Caxton)320일까지 15%의 손실을 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시타델(Citadel)과 밀레니엄 매니지먼트(Millennium Management)의 주력 펀드도 각각 1.9%, 1.2% 하락했다. 특히 시타델의 채권 특화 펀드 GFI8.2% 급락하며 채권 시장의 급격한 금리 재가격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금리 재가격은 새로운 경제 지표나 사건이 나왔을 때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적정 금리 수준을 빠르게 고쳐 잡으면서 채권 가격이 요동치는 과정을 뜻한다.

업계 평균으로는 글로벌 매크로 전략 펀드가 3월 한 달에만 평균 4.6% 손실을 기록했다. HFR 집계 기준으로 올해 들어 누적 손실 폭이 가장 큰 전략군이다.

왜 무너졌나… '금리 인하 올인'의 역풍


헤지펀드들이 무너진 핵심 원인은 전쟁 발발 전 시장을 지배했던 '연내 금리 인하' 확신이었다. 전쟁 직전까지 미 연방기금선물(Fed Funds Futures) 시장은 연내 금리 인하 확률을 80% 이상으로 반영했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유가 급등 이후 20% 초반대로 급락했다. 이 전제 아래 다수의 매크로 펀드는 단기 금리보다 장기 금리가 더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보는 '커브 스티프너(curve steepener)' 포지션에 대규모 자금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면서 국제 유가(브렌트유 기준)가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하자 전제가 무너졌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인플레이션 재가속 우려로 이어지면서 금리 인하 기대치는 20% 초반으로 급락했고, 일부에서는 추가 금리 인상 시나리오까지 거론했다. 채권 시장이 반대 방향으로 격렬하게 움직이면서 스티프너 포지션은 대규모 손실로 돌아섰다.
케네스 하인즈 HFR 대표는 "유가 상승에 베팅한 포지션에서 수익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금리와 성장 전망에 걸었던 훨씬 더 큰 규모의 포지션에서 손실이 나면서 전체 수익률을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전통적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도 포트폴리오 방어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AI 알고리즘도 속수무책


이번 사태는 AI 기반 정량 트레이딩 모델의 구조적 한계도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고도화된 알고리즘 모델 대부분이 금리와 물가의 상관관계에 최적화돼 있었고, 중동 분쟁처럼 예측 범위 밖에서 터지는 지정학 리스크에는 가중치가 낮게 설정돼 있었다"고 말했다. 정교한 데이터 모델도 예측 불가능한 지정학 변수 앞에서는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트럼프 휴전'에도 불안한 시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간 휴전을 전격 발표하면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95달러 아래로 내려섰고 시장은 일시 반등했다. 그러나 시장 참가자들은 이를 구조적 해소가 아닌 임시 소강(小康)으로 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월가의 한 투자전문가는 수십 년을 금융시장에 몸담았지만, 지금처럼 변수의 성격 자체가 불확실한 국면은 드물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향후 시장 향방의 가늠자로 주목하는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국제 유가의 박스권(배럴당 90~100달러) 안착 여부로, 이는 휴전의 실질적 유지에 달려 있다. 둘째,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ore CPI)의 흐름으로, 에너지 가격 충격이 실물 물가로 전이되는 속도를 보여준다. 셋째, 빅테크 기업들의 자본지출(CAPEX) 증가율로,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될 경우 AI 인프라 투자가 유지될 수 있는지가 시험대에 오른다.

이번 3월 손실 사태는 정교한 정량 분석과 AI 알고리즘만으로는 지정학적 격변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금리 인하 시점'이라는 단일 시나리오에서 벗어나, 고유가와 고금리가 공존하는 복합 리스크 환경에서의 포트폴리오 재설계로 이동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6년 하반기 투자 전략의 핵심 기준이 수익률 극대화가 아니라 충격 이후 얼마나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지에 맞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시장의 키워드는 리스크 복원력(resilience)’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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