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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봉부채춤’ 정통 이수자 박소현, ‘사유하는 몸’ 미학 구현

[나의 신작 연대기(73)] 박소현(한국무용가, 경희대 무용학부 겸임교수, 무용단 ‘춤이음’ 지도위원), 전통과 현대를 잇는 예술가
김백봉화관무, 튀르키예, 2024이미지 확대보기
김백봉화관무, 튀르키예, 2024
잔뜩 부푼 보름달에 범 내려온다/ 벽사와 길상을 주도하며/ 우뚝 선 정월의 의지가 ‘스며들 삼’// 예인의 숨결 발디딤 눈빛을/ 작업과 삶의 여정을 헤아릴 즈음/ 광장 같은 마음이 들어선다// 제(祭)처럼 스승의 ‘부채춤’ ‘화관무’ ‘청명심수’ ‘타의예’를 올린다/ 무대에 설수록 에너지는 커지고/ 움직임과 리듬은 역동에 와닿는다// 내 안에 이는 바람 해석해 내며/ 예쁜 선 위에 피어나는 정제된 움직임/ 흔들리면서 보태지며/ 눈밭에 내리는 햇살/ 사유가 인다
박소현(PARK SOHYUN, 朴昭炫)은 충남 아산 출생으로 봉서초 시절 발레와 한국무용을 접하며 무용과 연을 맺었다. 그녀는 뛰어난 신체 감각과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한국무용의 멋과 맛을 일찍이 간파하였고, 선화예중과 선화예고에서 체계적인 교육과 무대 경험을 통해 무용수로서 기초를 다졌다. 그녀는 김백봉무용단 연수단원, 국·시립 무용단 객원 활동,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에 입단(2008년) 하면서 본격적인 무대 활동을 이어간다. 그녀는 개인의 재능이 제도적 훈련과 무대 실천을 거쳐 경험의 축적 속에서 춤 미학으로 형성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박소현은 불을 품은 호랑이 기질로 열정적 예인의 삶을 살아간다. 그녀는 현장과 학업을 연계하며 동덕여대, 경희대 대학원 석사(2016)에 이어 박사과정에 진학(2019)하여 연구를 이어가는 중이다. 그녀는 서울예고 강사로 5년간 재직하며 전공생들을 지도하였고, 현재 평안남도 무형유산 ‘김백봉부채춤’ 이수자, 춤이음 지도위원, 경희대 무용학부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전통과 현대를 잇는 예술가이자 교육자로서 꾸준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녀의 기질은 학문적 사유의 장으로 확장되며, 춤을 연구와 전승이 맞물린 총체 미학의 장으로 확장해 가고 있다.

박소현의 강점은 작품을 바라보는 섬세한 관찰력과 깊은 통찰력이다. 작품 의도와 정서를 빠르게 이해하고 자신의 움직임으로 정확하게 구현, 스스로 해석한 의미를 생동감 있는 표현으로 완성한다. 아울러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끝없이 연습하는 완벽주의적 태도와 강한 책임감으로 작은 동작에도 신경을 쓴다. 그녀는 예술 전반에 대해 깊이 사유하면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구하는 태도로 그녀의 춤을 더욱 깊고 신뢰감 있는 예술로 완성하고 있다. 이러한 역량은 박소현의 신체가 사유의 주체로 기능하며, 해석과 수행이 하나로 수렴되는 ‘사유하는 몸’ 미학을 구현한다.
광란의제단, 미국 LA, 2017이미지 확대보기
광란의제단, 미국 LA, 2017
광란의제단, 당진문예의전당, 2018이미지 확대보기
광란의제단, 당진문예의전당, 2018
광란의제단, 남산국악당, 2024이미지 확대보기
광란의제단, 남산국악당, 2024
김백봉부채춤 이수심사, 2022이미지 확대보기
김백봉부채춤 이수심사, 2022
김백봉부채춤, 보훈무용예술협회 젊은예인전, 2021이미지 확대보기
김백봉부채춤, 보훈무용예술협회 젊은예인전, 2021
김백봉화관무, 남산국악당, 2022이미지 확대보기
김백봉화관무, 남산국악당, 2022
광대, 국립정동극장, 2025이미지 확대보기
광대, 국립정동극장, 2025

박소현의 마음에 새겨진 스승들은 한국무용의 시작과 예술학교 진학 준비를 함께해 준 강미애 선생, 선화예중·고 시절 서울 생활을 어머니처럼 지켜준 김연신 선생이다. 그리고 스무 살 무렵 방황과 좌절의 시간에 용기와 겸손한 자세로 예술을 대하고 자신을 믿게 한 힘을 갖게 하는 가르침을 준 정진한 교수였다. 정진한 교수를 통해 인연을 맺은 안병주 교수는 제자의 성장 속도를 기다리며 믿음과 사랑으로 예인의 길을 함께해 온 스승이다. 이 스승들과의 만남은 기예의 전수를 넘어 예술가의 태도와 윤리가 신체에 축적되어 인격적 미학으로 형성되는 결정적 토대가 되었다.

정진한·안병주 교수는 그녀에게 부모 못지않은 정신적 지주이자 삶의 기준이 되어 준 존재이다. 박소현은 자신이 ‘스승 복이 많은 사람’이라 말하며, 받은 사랑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그 의미는 더욱 깊어지고, 그 사랑은 그녀의 춤과 삶 속에 고스란히 스며들고 있다. 앞으로의 시간 속에서 박소현은 스승들의 뜻을 품은 채, 가르침에 부끄럽지 않은 제자로, 예술가로 한 걸음씩 조용히 나아가고 있다. 사제 사이의 윤리적 관계가 시간 속에서 내면화되어 박소현의 춤은 개인적 성취를 넘어 계보와 정신을 잇는 ‘삶의 미학’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소현 춤의 중심에는 김백봉 선생의 춤이 있다. ‘김백봉부채춤’은 부채의 선과 흐름을 통해 한국적 미감과 절제된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김백봉화관무’는 화려한 복식과 정제된 동작으로 전통의 품격을 보여준다. ‘김백봉무당춤’은 인간의 삶과 치유의 메시지를 담아내며 깊은 울림을 전한다. 그녀는 이 작품들을 통해 김백봉 선생의 ‘춤은 곧 마음을 전하는 예술’이라는 철학을 몸으로 익혀왔다. 박소현의 춤은 김백봉 춤의 형식미를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선, 호흡, 정서의 내적 질서를 통해 전통춤이 지닌 미학적 정신을 현재적 감각으로 재구성한다.

국립정동극장에서의 무대 또한 그녀의 예술 인생에 중요한 자산이다. 춘향전을 바탕으로 한 작품 '미소'에서 주역, 조연, 앙상블을 모두 경험하며 각 역할의 의미와 책임을 배웠고, 작품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시야를 갖게 되었다. '광대'에서 맡은 초희 역은 자신의 성격과 닮아 자연스럽게 녹아든 역할이었지만, 익숙함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 3년째 새로운 해석을 고민하며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그녀는 무대 경험을 통한 역할 수행을 넘어,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움직임의 의미와 서사의 층위를 자각하며 춤의 미학을 심화시켜 가고 있다.

무 말하다, 타의예, 국립극장 해오름, 2024이미지 확대보기
무 말하다, 타의예, 국립극장 해오름, 2024
무 말하다, 청명심수, 국립극장 해오름, 2024이미지 확대보기
무 말하다, 청명심수, 국립극장 해오름, 2024
김백봉화관무, 춤이음기획공연Edge, 2021이미지 확대보기
김백봉화관무, 춤이음기획공연Edge, 2021
김백봉화관무, 남산국악당, 2022이미지 확대보기
김백봉화관무, 남산국악당, 2022
김백봉화관무, 남산국악당, 2022이미지 확대보기
김백봉화관무, 남산국악당, 2022
박소현(한국무용가, 경희대 무용학부 겸임교수, 무용단 ‘춤이음’ 지도위원)이미지 확대보기
박소현(한국무용가, 경희대 무용학부 겸임교수, 무용단 ‘춤이음’ 지도위원)

박소현에게 김백봉 선생의 춤과 정동극장 무대가 지닌 공통된 매력은 관객과의 마음을 나누는 소통이다. 전통의 깊이와 대중과 호흡하는 무대 경험은 그녀의 춤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으며, 관객과 마음을 나누는 예술의 본질을 깨닫게 했다. 그녀는 오늘도 무대 위에서 진심으로 소통하는 춤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소통은 신체를 매개로 한 정서적 공명이며, 무대와 객석이 하나의 미적 장(場)으로 확장되는 순간을 형성한다. 박소현의 춤은 공명의 축적을 통해 전통과 현재, 예술가와 관객 사이의 경계를 유연하게 허물며 살아 있는 미학으로 완성되어 간다.

박소현은 무용수이자 지도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왔다. 그녀는 ‘김백봉부채춤’ 이수 심사 직전, 스스로를 점검코자 보훈무용예술협회 주최 차세대무용콩쿠르에 도전(2020)하여 도지사상을 받으며 전환점을 맞이한다. 이후 ‘김백봉부채춤’ 이수자로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게 된다. 나라사랑전국무용경연대회 강원도의회장상(2021), 보훈무용예술협회 신인무용가상(2022), 이북오도지사 표창장(2024) 등을 수상했다. 그녀의 수상은 예술적 방향성과 철학을 더욱 단단히 다지는 계기가 되었고, 전통과 현대를 잇는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박소현에게 가장 깊이 인상을 남긴 무대는 2024년 5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춤·이음 주최 안병주 예술감독 연출의 '무(舞) : 말하다'이다. 이 공연은 한국 근대무용의 뿌리인 김백봉 선생의 예술 세계와 전승 가치를 현대적 시각에서 재조명한 무대로 전통이 오늘날에도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보여준 뜻깊은 무대였다. 박소현에게 한국무용이 지닌 섬세한 내적 표현을 위해 타 장르 체험도 필수적 배움의 한 과정이며, 한국무용을 더욱 깊이 있게 해석하고 확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러한 탐구는 전통과 현대를 잇고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박소현은 특정 목표 보다 자신의 사유와 고민을 예술로 실천해 나가면서 사회에 긍정적인 감동을 전하고 소통을 이루고자 한다. 김백봉춤의 맥을 잇는 전승자로서 소중한 무형유산을 바르게 계승하고 친근하게 접하도록 다양한 형식의 기획과 시도를 이어간다. 4월~5월은 3년째 이어지는 국립정동극장에서 전통 연희와 현대적 감각의 '광대'(초희 역)가 무대에 오른다. 9월에는 김백봉 선생 탄신 100주년 기념 공연에 춤이음 단원으로 참여하여 김백봉의 대표작들에 출연한다. 박소현은 몸으로 말하고, 작품으로 가르치며, 해외에서 더 자유롭게 무용가로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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