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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금융사기 진화에 배상책임 강화…은행권 ‘무과실 배상’ 논의 확산

딥페이크·음성복제 등 신종 사기…평균 피해액 2111만 원
노인만 노린다 옛말…청년 리딩방·코인, 중장년 투자사기 집중
FDS 고도화 총력전…범기관 정보공유 체계 구축 필요
AI와 딥페이크 기술 발달로 금융사기가 갈수록 정교해지면서 금융권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미지=챗GPT 생성이미지 확대보기
AI와 딥페이크 기술 발달로 금융사기가 갈수록 정교해지면서 금융권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미지=챗GPT 생성
인공지능(AI)과 딥페이크 기술 발달로 금융사기가 갈수록 정교해지면서 금융권의 배상책임이 강화되고 있다. 금융소비자 주의와 사후 수사에 초점에서 금융회사의 예방 책임 강화는 물론 피해 배상 범위 확대 논의까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AI를 활용한 보이스피싱과 투자사기가 급증하면서 금융사기를 개인의 부주의 문제가 아닌 금융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분석 등에 따르면 최근 금융사기는 AI 음성복제와 딥페이크 영상, 가짜 투자전문가 채널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형태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과거 단순 전화 사기 수준을 넘어 실제 지인이나 전문가처럼 보이는 콘텐츠를 제작해 피해자를 속이는 방식이 확산되면서 일반 소비자가 진위를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사기 노출 경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연구소 조사 결과 최근 2년 내 금융사기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금융소비자는 49.9%로 집계됐다. 실제 피해를 경험한 비율도 13.3%에 달했다. 유형별 평균 피해액은 투자사기가 2111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전기통신금융사기는 954만 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피해 계층 역시 고령층 중심에서 전 연령대로 확대되는 추세다. 청년층은 리딩방과 가상자산 투자사기, 중장년층은 투자사기, 고령층은 보이스피싱 피해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에는 로맨스스캠과 AI 기반 투자사기 등 새로운 유형의 범죄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피해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사기 피해자의 상당수는 피해금을 전부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투자사기와 유사수신 사기의 경우 자금이 여러 계좌를 거쳐 빠르게 분산되거나 해외로 유출되는 사례가 많아 사후 추적과 환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사기가 단순 범죄를 넘어 소비자의 자산 형성과 노후 대비를 위협하는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당국과 금융권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보이스피싱 정보공유·분석 AI 플랫폼 구축과 범정부 통합대응단 운영 등을 통해 사전 예방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회사들도 AI 기반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고도화와 전담조직 확대 등을 통해 금융사기 탐지 역량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주요 금융회사들은 AI 기반 이상거래 탐지와 계좌 모니터링 체계를 고도화하는 한편 의심 거래에 대한 실시간 경고 기능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금융회사 책임 범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주목된다. 현재 은행권을 중심으로 자율배상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회사가 과실이 없더라도 보이스피싱 피해를 우선 배상하는 이른바 ‘무과실 배상책임제’ 도입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사기 예방을 금융소비자 개인에게만 맡기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금융회사의 역할이 사후 보상 영역까지 확대되는 흐름이다. 금융사기 대응이 단순 소비자 보호를 넘어 금융회사 신뢰와 직결되는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고서를 작성한 서가연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금융사기는 개인이 사기 여부를 즉각 인지하고 대응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는 만큼 금융회사와 정부 기관의 예방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사기 수법이 빠르게 진화하는 상황에서 범기관 정보 공유 체계 구축과 금융회사의 예방 시스템 강화가 금융사기 대응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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