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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중동 산유국, 이란에 ‘호르무즈 통행료’ 지급 의혹

케이플러 “안전 통항 위해 비공개 합의 가능성”…주장은 아직 확인 안 돼
중동 원유수출 회복에도 우회·환적·군 호위 비용에 브렌트유 100달러 안팎
지난 2일(현지시각)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들이 운항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일(현지시각)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들이 운항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동 산유국 가운데 일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하기 위해 이란에 비공개로 대가를 지급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관련 지급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국가가 이란과 합의했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글로벌 원자재·선박추적업체 케이플러의 미셸 브로하드 정책·지정학 리스크 책임자가 일부 걸프 국가와 이란 사이에 안전 통항을 위한 비공개 합의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브로하드는 “일부 선박이 안전하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대가로 이란에 비용을 지급하고 있을 것으로 의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국가들이 미국의 군사 호위에 계속 의존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별도의 합의를 모색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화물의 10~20% 수준에 해당하는 대가가 거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이 같은 주장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브로하드 역시 어떤 국가가 실제로 이란에 돈을 지급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원유 수출은 회복…운송비는 여전히 높아

케이플플러에 따르면 중동 지역의 원유와 콘덴세이트(초경질유) 수출은 지난 9월 하루 평균 약 1650만배럴을 기록했다.

지난달 마지막 주 일부 날짜에는 전쟁 이전 평균인 하루 1800만배럴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중동 원유 수출이 회복됐음에도 국제유가는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오일프라이스닷컴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약 13만4000원) 안팎에서 거래돼 전쟁 이전보다 약 30달러(약 4만원)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유국들이 대체 송유관과 항구를 이용하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은 미군 호위와 선박 간 환적(STS)에 의존하는 경우가 늘면서 운송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선박 간 환적은 한 선박에서 다른 선박으로 원유를 옮기는 방식이다. 해협 안팎에서 여러 유조선을 투입해야 해 필요한 선박 수가 늘어나고 운임도 상승한다.

크리스 보챔프 IG그룹 수석시장분석가는 “걸프 지역의 이 같은 셔틀 운송 방식이 원유 반출에는 효과를 내고 있지만 많은 선박을 필요로 해 운임을 끌어올리고 다른 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유조선 공급도 줄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밑에서 벌어지는 일 많아”

보챔프는 호르무즈 해협의 현재 상황을 두고 미군의 선박 호위부터 이란의 통행료 징수 가능성까지 상당수 움직임이 공개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데 반대해왔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도 이란의 통행료 요구에 반대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 관련 결제망도 제재 대상으로 삼았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달 이란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뱅크를 제재하면서 호르무즈 안전해상서비스당국이 지난 6월부터 이 거래소를 통해 이란 정부로 자금을 이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조치 역시 이번에 제기된 걸프 산유국들의 비공개 지급 의혹을 확인한 것은 아니다.

◇국제법상 통행료 부과 논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단순 통과 자체를 이유로 통행료를 부과할 경우 국제법적 논란도 예상된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국제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에서 선박과 항공기에 통과통항권을 인정하며 연안국이 단순 통항을 이유로 일반적인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을 제한한다.

이란은 지난 1982년 UNCLOS에 서명했지만 비준하지 않았다. 이란은 자국 영해의 통항에는 1993년 제정한 국내 해양법 등 자국 법률도 적용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란은 장기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안전 통항을 보장하는 대가로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도화하는 문제도 검토해왔다.

현재로서는 일부 걸프 국가가 실제로 이란에 안전 통항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는 증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이 정상화되지 않은 가운데 군사 호위와 우회 수송, 선박 간 환적에 따른 비용이 계속 발생하면서 원유가 해협을 빠져나오는 것과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비용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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