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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협상 기대에 유가 하락…공급 불안은 여전

브렌트유 1.1%·WTI 1.9% 내려…호르무즈 재개방 기대 반영
전쟁 후 세계 석유재고 5억700만배럴 감소…우회 수출로도 차질
호르무즈 해협.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호르무즈 해협. 사진=로이터

미국과 이란의 외교 협상 기대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전날 급등세에서 하락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공격 위협이 이어지고 세계 석유재고도 크게 줄어 원유 공급 불안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유가가 25일(이하 현지시각) 미·이란 협상 가능성과 중동의 원유 공급 차질 위험을 저울질하는 가운데 하락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유럽 장 초반 브렌트유 선물은 1.1% 내린 배럴당 105.45달러(약 14만4000원),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은 1.9% 떨어진 92.85달러(약 12만6000원)를 기록했다.

전날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공격으로 급등했던 유가가 미국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합의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일부 되돌림을 보인 것이다.

◇호르무즈 재개방 기대에도 합의는 아직

시장에서는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합의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어서 중동 원유 공급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XS닷컴의 린 쩐은 “시장이 중동 공급 차질 위험과 미·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가능성을 함께 재평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인 합의가 아직 없다는 점에서 역내 공급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높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국제유가는 지난 24일에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3.4% 오른 배럴당 106.60달러(약 14만5000원), WTI는 2.7% 상승한 94.61달러(약 12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후티 반군이 미사일과 무인기로 리야드와 홍해 연안 얀부의 사우디 아람코 시설을 겨냥했다고 밝히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다시 커진 영향이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후티가 발사한 탄도미사일 6발을 요격해 파괴했다고 밝혔다.

프랑스도 사우디의 얀부 정유시설과 원유 송유관을 보호하기 위해 병력과 레이더, 방공체계를 파견할 계획이다.

◇세계 석유재고 5억700만배럴 감소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하락했지만 원유시장의 기초 수급 여건은 여전히 빠듯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웨이트국립은행은 브렌트유 최근월물과 차월물 가격 차이가 배럴당 4~5달러(약 5400~6800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 배럴당 1달러(약 1400원) 미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단기 공급이 빠듯하다는 신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분쟁이 시작된 이후 전 세계에서 관측된 석유재고는 5억700만배럴 감소했다. 하루 평균 280만배럴씩 줄어든 셈이다.

8월에만 재고가 추가로 9500만배럴 감소해 추가적인 공급 차질에 대응할 수 있는 완충 여력도 축소됐다. 다만 미국 상업용 원유재고는 9월18일까지 한 주 동안 약 300만배럴 늘어난 4억2640만배럴을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수출로를 활용하고 있지만 이들 경로 역시 공격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사우디 얀부와 UAE 푸자이라를 통한 원유 수출량은 분쟁 이전 하루 410만배럴에서 6월 780만배럴까지 늘었다. 그러나 우회 수송로에 대한 공격으로 차질이 빚어지면서 8월에는 하루 550만배럴로 감소했다고 IEA는 집계했다.

S&P글로벌 에너지 CERA는 분쟁으로 원유 공급이 27%, 석유제품 공급이 21%,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이 16%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미·이란 협상 진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공급 위험에 붙은 전쟁 프리미엄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번 주 유엔에서 이란이 대화와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지만 평화적 핵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하는 활동에 대한 제한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는 단기적으로 미·이란 협상 진전에 따라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여부와 중동 에너지 시설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향후 방향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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