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 비트코인 10만 달러·XRP 2달러 붕괴

미국의 이란 핵 시설 폭격 여파로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안을 승인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9만 8,000달러대로 급락하는 등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고 비인크립토 등 암호화폐 매체들이 22일(현지시각) 일제히 보도했다.
현재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의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는 이번 조치는 전 세계 에너지 공급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시장은 고조되는 에너지 공급 차질 위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25%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해상 통로이기 때문에, 이런 거시적 충격은 암호화폐 시장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도에 따르면 비트코인 외 다른 주요 암호화폐들 역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더리움은 4% 하락해 2,200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리플 XRP는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2달러 선이 무너졌다. 지난 24시간 동안 암호화폐 시장에서 발생한 청산 규모는 9억 5,000만 달러에 달하며,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암호화폐 시장을 흔들까?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전 세계 에너지 공급에 즉각적인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곧 유가 급등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고,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계획을 지연시킬 수 있다.
에너지 비용 상승은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친다. 소비자는 연료비 부담에 직면하고, 기업은 운송비와 생산비 상승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암호화폐와 같은 위험 자산에서 자본을 회수하고, 미국 국채나 달러와 같은 안전 자산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더 나아가, 에너지 부문에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2% 물가 목표 달성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만약 연준이 추가적인 긴축 정책을 시사한다면, 실질 수익률이 상승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실질 수익률이 높으면 비수익성 자산을 보유하는 기회비용이 높아져 비트코인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의 매도세는 전반적인 시장 불안을 반영한다. 특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롱 포지션에서 대규모 청산이 발생했으며, 변동성 지수(VIX) 상승과 국채 금리 스프레드 확대는 위험 자산 축소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헤지펀드와 개인 투자자들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급격한 가격 변동은 마진콜을 유발하여 하락세를 증폭시킬 수 있다. 현재 레버리지 지표가 높은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시에, 달러 강세는 일반적으로 암호화폐 약세와 상관관계를 보인다. 미국 달러 지수가 급등하면 비트코인 손실이 더욱 커져 95,00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자들은 앞으로 다음 세 가지 주요 사건에 주목해야 한다.

△SNSC 결정: 호르무즈 봉쇄에 대한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의 최종 투표 결과
△유가 동향: 배럴당 100달러 돌파 여부는 인플레이션 심화의 중요한 지표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신호: 에너지 충격에 대응한 금리 정책에 대한 연준의 입장

결론적으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거시적 위험을 크게 증대시킨다. 만약 봉쇄가 승인된다면,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에너지 시장의 안정성이 회복될 때까지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 시장에 지속적인 압박이 예상된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