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유럽연합(EU)이 도입한 강력한 환경규제가 세계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프랑스 RFI는 EU의 새로운 CO2 배출 규제가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2일(현지시각) 분석 보도했다. 이는 유럽 시장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를 잡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에게도 중대한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규제의 핵심은 전기차 판매 의무화다. EU는 2025년부터 자동차 제조사들의 전체 판매량 중 최소 20%를 전기차로 채우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최대 150억 유로(약 22조7500억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2024년 11월까지 유럽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13%에 머물러 있어 업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제조사들은 다양한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2026년까지 전기 모빌리티에 52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며, 르노는 전기차 전용 사업부 '앰페어(Ampere)'를 2023년 11월에 설립했다. 노르웨이는 2024년 신차 판매의 88.9%가 전기차일 정도로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다만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감소세를 보이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는 과도한 규제로 업계 투자 역량이 160억 유로(약 24조2644억 원) 정도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프랑스 정부가 2025년부터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최대 7000유로(약 1061만원)에서 4000(약 606만원)유로로 축소할 계획이어서 시장 위축이 우려된다.
구조조정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독일 내 3만5000명의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며, 스텔란티스는 공장 가동률을 67% 수준으로 낮췄다. EU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하면서 산업 재편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Transport & Environment(T&E)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유럽의 전기차 시장은 전체 자동차 판매의 20~2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BYD는 2024년 약 176만8000대의 순수 전기차를 판매하며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전통 제조사들은 배터리 기술, 소프트웨어 통합,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과 함께 기존 내연기관 사업의 수익성 유지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현대차그룹은 유럽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새로운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제품군 확대와 기술 혁신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연구개발 투자 확대, 생산 시설 개편, 공급망 재정비도 시급한 과제이다. 그간 착실히 준비를 해왔겠지만, 실질적 대응력이 시험 무대에 오른 것이다.
EU의 이번 규제는 자동차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한국도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정했으며, 이를 발판으로 친환경 차량 기술력을 높이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의 정책 지원과 함께 산업 생태계 전반의 혁신이 필요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