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한계·화학 부진 속 포트폴리오 재정비
글로벌 시장서 성장성 입증 시험대
글로벌 시장서 성장성 입증 시험대
이미지 확대보기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단순한 신사업 확대보다 투자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국내 소비 둔화와 온라인 전환,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동시에 겹치면서 과거처럼 여러 사업을 함께 키우는 방식만으로는 기업가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신 회장의 리더십도 확장보다 선별에 무게가 실린다. 롯데는 오랜 기간 유통과 식품을 기반으로 성장했고, 화학을 통해 산업 기반을 넓혔다. 하지만 지금은 사업이 넓다는 점이 장점이면서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성장성이 약한 사업의 부담을 줄이고, 미래 성장축에 자원을 집중하는 판단이 중요해졌다.
가장 어려운 숙제는 화학이다. 화학 부문은 롯데의 산업적 무게를 보여주는 핵심축이지만 글로벌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로 수익성 압박이 커졌다. 신 회장에게 화학은 단순히 실적을 회복해야 하는 사업이 아니라 그룹 전체의 재평가 여부를 좌우할 시험대다. 범용 제품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 소재와 스페셜티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바이오는 신 회장이 미래 성장축으로 키우는 분야다. 다만 바이오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실적 기여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사업이다. 당장의 성과보다 장기 수주 경쟁력과 생산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 결국 바이오 투자는 롯데가 소비재와 화학 중심의 기존 구조를 넘어 미래 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기 과제에 가깝다.
식품과 유통은 롯데가 가장 잘 아는 영역이지만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 여력이 제한적이다. 롯데가 해외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 브랜드와 유통망을 해외 소비 접점으로 확장해야 내수 중심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 특히 베트남 등 주요 거점에서 유통 플랫폼 역할을 키우면 롯데의 해외 사업은 국내 소비재 기업의 동반 진출 통로로도 활용될 수 있다.
신 회장이 풀어야 할 핵심은 각 사업을 따로 키우는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화학은 산업 기반을 다지고, 바이오는 미래 성장성을 맡고, 식품과 유통은 해외 소비 접점을 넓히는 식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이를 그룹 차원의 원팀 전략으로 묶지 못하면 넓은 포트폴리오는 시너지가 아니라 비용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
재계에서는 롯데의 기업가치 회복이 신 회장의 포트폴리오 조정 능력에 달려 있다고 본다. 과거의 롯데가 외형을 넓히는 방식으로 성장했다면, 앞으로의 롯데는 수익성 있는 사업을 남기고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성장 논리를 증명해야 한다. 신 회장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사업을 더하는 리더십보다 선택한 사업의 성과를 끝까지 만들어내는 실행력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화학산업은 내수 산업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봐야 하는 산업"이라면서 "국내 상생의 틀에만 갇혀서는 안 되고, 해외 시장에서 성장성을 확보하려면 글로벌 시장을 기준으로 경쟁력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수·최유경·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