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가 'AI 두뇌'에 쏟아붓는 천문학적 베팅

최근 메타가 오픈AI, 애플, 구글 등에서 손꼽히는 실력자들을 대거 영입하며, 채용 보너스로 무려 1억 달러(약 1390억 원)를 제시한 사실이 공개됐다. 이 금액은 2024년 S&P500 상장사 최고경영자 평균 연봉 1710만 달러(약 238억 원· 에퀼라· AP 조사)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이런 채용 경쟁 배경에는 AI가 앞으로 모든 산업을 바꿀 '게임 체인저'란 인식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고 지난 16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메타는 최근 AI 분야 새 연구팀을 만들며 업계 최고 수준의 인재 영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애플에서 AI 모델 개발을 책임졌던 엔지니어를 영입하며 수년 계약에 2억 달러(약 2780억 원)를 약속했다. 오픈AI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은 한 팟캐스트에서 "1억 달러에 이르는 사이닝 보너스를 내거는 것은 '미친 경쟁'"이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AI 인재 모시기가 과열되면서, 업계에서는 정작 일반 대중에게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연구자나 개발자들에게도 천문학적 가치가 부여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저커버그 대표는 "AI 초지능 개발을 위해 업계에서 가장 정예 팀을 만들고 있다"고 직접 밝혔다. 메타의 인공지능 책임자로 영입된 알렉산더 왕(Scale AI 창업자)은, 자신이 이끌던 스케일AI를 150억 달러(약 20조 8700억 원)에 매각했고, 최근 메타의 AI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 AI 인재, 왜 이렇게 비싼가?
실리콘밸리에서 AI 인재에게 1억 달러씩 보너스가 붙는 까닭에 대해, 현지 업계에서는 "뛰어난 경력과 깊이 있는 연구 경험, 그리고 대형 프로젝트 경험 모두를 갖춘 재능 있는 인물이 세계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알렉산더 왕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메타 영입 11명 가운데 7명은 오픈AI 출신이다. 이들 대다수는 중국이나 다른 나라 대학에서 학부를 마친 뒤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 카네기멜런대, 스탠퍼드 등 최고 명문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다. 4명은 베이징 칭화대학을 나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이런 경력의 연구자들은 구글, 오픈AI, 앤트로픽 등 각종 대표 AI 기업에서 실제로 실무를 담당하며 대형 슈퍼컴퓨터로 '모델 훈련'을 수행해 왔다.
MIT 컴퓨터과학· AI연구소 다니엘라 루스 소장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AI 상위권 연구자들은 오랜 기간 통계와 선형대수, 기계학습 알고리즘에 통달했으며, 막대한 그래픽칩이 필요한 거대한 컴퓨터 환경을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정도 실력의 인재는 전 세계적으로 그 수가 극히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아비 골드파브 교수는 "2024년 624억 달러(약 86조 8100억 원) 매출을 낸 메타 같은 회사에서 AI 덕분에 매출이 10%만 더 늘어나도 인재 한 명에게 1억 달러를 주는 것은 오히려 싼 값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AI 분야 인재를 전담 소개하는 라이트스피드벤처파트너스 에이미 안톤 부사장은 "연구 과학자는 회사에 완전히 새로운 생산품을 만들어줄 수 있는 혁신을 주도한다"며, "유명 인재가 합류하면 주변 인재들도 함께 모인다는 점 때문에 고액 연봉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단, 그는 "연구팀이 너무 분리되거나 내부 사기가 꺾이면 오히려 성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저커버그 대표는 유튜브 인터뷰에서 "메타는 연구원 한 사람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컴퓨터 자원을 지원한다"며 "이것이 우수 인력 유치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는 AI 인재 쟁탈전은, AI 기술 진보와 미래 산업 질서까지 움직이는 결정적인 움직임으로 업계 안팎에서 평가받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