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안과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며 윤석열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밸류업 정책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달 신규 상장한 밸류업 관련 ETF 12종 순자산 총액도 비상계엄 선포 이후 약 10%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글로벌이코노믹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9일자 밸류업 ETF 12종의 순자산 총액은 6683억원이다. 이는 비상계엄 선포일인 3일과 비교하면 10.72%(803억원) 감소한 금액이다.
지난달 4일 국내 자산운용사 12곳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기초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 12종을 출시했으며, 초기 상장 규모는 총 5100억원으로 시작해 꾸준히 몸집을 키워왔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코리아밸류업 ETF'는 순자산 규모 3000억원을 가장 먼저 돌파하면서 분위기를 주도했으나, 비상계엄 이후 10.73%(335억원) 줄어들며 3000억원 선이 무너졌다.
한화자산운용의 RISE 코리아밸류업 ETF와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OSEF 코리아밸류업 ETF는 같은 기간 33.51%와 31.01% 줄어들며 직격탄을 맞았다.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들의 밸류업 노력도 수포로 돌아갔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결단을 내렸지만 그 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 간판'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15일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발표(당일 5만3500원) 이후 상승세를 타며 5만8300원(같은 달 26일)까지 상승했으나 계엄 사태 발표를 기점으로 하락하며 5만원 초반대로 다시 원위치했다.
'10조 규모' 자사주 매입 및 소각 효과가 채 20일도 못 간 것이다.
키움증권은 10일 삼성전자의 투자 의견 ‘매수’는 유지했지만, 목표주가는 7만3000원으로 종전 대비 2000원 내렸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요인은 어쩌면 대주주 리스크와 정치 지도자 리스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짚었다.
아울러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계엄 발동과 해제, 그리고 지도자 공백이라는 초현실적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며 "이 같은 국내외적 리스크를 감안할 때 주요 기업들의 실적 전망 하향과 밸류에이션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