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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한진해운 파산이 아쉬운 또 다른 이유 '수직통합'

머스크·CMA CGM 등 해운사, 항공으로 영역 확장
국내 육·해·공 종합물류업체 한진그룹 모델과 유사

채명석 기자

기사입력 : 2021-11-29 13:00

코로나19 팬데믹 속 공급망 혼란 속에 글로벌 선사를 중심으로 해상과 항공, 육상 물류를 하나로 합치는 ‘수직통합’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과거 유일한 종합물류업체였던 한진그룹이 재조명 받고 있다. 사진은 파산 전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사옥 전경.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코로나19 팬데믹 속 공급망 혼란 속에 글로벌 선사를 중심으로 해상과 항공, 육상 물류를 하나로 합치는 ‘수직통합’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과거 유일한 종합물류업체였던 한진그룹이 재조명 받고 있다. 사진은 파산 전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사옥 전경. 사진=뉴시스
한진그룹은 국내 유일의 육·해·공 물류를 아우르는 종합물류기업이었다. 나아가 항공기와 선박을 설계·제작할 수 있는 서비스와 제조를 함께 아우르는 기업이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탄생해 경쟁자 관계를 유지해왔던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육상과 항공 사업을 했으나 해운은 진출하지 못했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한진해운과 같이 물류 부문에 있어 극단적인 ‘수직통합’을 이뤄내 성장한 기업은 드물었다,

하지만 2017년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한진그룹은 3대 사업의 한 축을 잃어버렸다. 뿐만 아니라 범 한진가에 속했던 한진중공업그룹도 조선 사업을 매각해 바다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 체제가 대격변을 겪으면서 해운산업은 절대적인 선박량 부족에 따른 물류대란의 반대급부로 유례없는 호황기를 보내고 있다. 이 단계에서도 이미 한진해운 부재의 아쉬움이 크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한진해운 파산의 진짜 영향은 위드 코로나가 시작한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유례없는 공급망 혼란으로 원활한 서비스 제공에 큰 차질이 빚어지자 일부 선사와 화주들은 공급망 지배력을 높이려는 시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들의 전략은 '수직통합'으로 요약된다.

특히,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Maer나)와 3위 CGA CGM은 풍부한 현금 보유량과 탄탄한 해운 경쟁력을 바탕으로 물류사업 투자 확대를 통한 전방위적인 공급망 관리, 운영 역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인 DP월드(DP World) 또한 광범위한 항만 물류망을 기반으로 해상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쏟으며 공급망 저변 확대를 추진 중이다.

머스크, '공급망 통합자'로 발전한다

HMM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2016년 쇠렌 스코우 CEO(최고경영자)가 취임한 이후 해운과 물류를 양대 축으로 수직통합을 진행해왔다. 2018년 10월 중장기 계획인 ‘스테이 어헤드(Stay Ahead)’ 발표를 통해 물류사업을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삼을 것임을 공식화했다.
2020년 9월 자회사 담코(Damco)를 물류사업부문으로 흡수통합했으며,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머스크는 "글로벌 물류대란 상황은 '공급망 통합자(Supply Chain Integrator)'로서의 능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를 위한 머스크의 전략은 두 가지 특징으로 요약된다. 하나는 육상물류/세관통관/풀필머먼트(Fullfillment, 물류 전문업체가 보관/포장/배송/재고관리/교환·환불 등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물류일괄대행 서비스) 등 실질적인 공급망 운영을 위한 기능별 요소에 적극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한 물류역량 강화다.

다른 하나는 머스크 스팟(Maersk Spot), 머스크 플로우(Maersk Flow), 트윌(Twill) 등 디지털 플랫폼 세분화를 통해 중소형 화주 및 실화주와 직접 소통하며 영업 접점을 다변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화주의 공급망을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의 역량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지난달 미국 물류업체인 씨에이치 로빈슨(C.H. Robinson) 인수를 검토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씨에이치 로빈슨은 2020년 매출액 162억 달러, 전 세계 1만500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글로벌 톱10 물류업체다. 익명의 소식통은 "머스크의 인수는 시기적으로 완벽한 타이밍"이라면서, "머스크가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미국 물류시장을 완벽하게 장학할 수 있는 기회"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르몽드는 자국 물류업체 보로레 로지스틱스(Bolloré Logistics)가 아프리카 사업부를 매물로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머스크와 CGA CGM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로레 로지스틱스는 아프리카 물류 시장 1위 업체다.
항공운송사업 강화 움직임도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올해 6월 머스크는 항공물류 자회사인 스타 에어(Srar Air)를 통해 그룹 항공운송 물량을 본격적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스타 에어는 글로벌 특송업체인 UPS와 DHL과 아웃소싱을 체결해 현재 두 업체의 특송화물만 취급하지만 머스크를 통해 항공운송을 희망하는 화주들이 있는 만큼 수요에 따라 항공기 1~2대 추가 확보를 검토중이다.

머스크는 이달 3분기 잠정실적 발표회에서도 항공운송에 대한 관심과 투자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위해 항공물류에 경쟁력을 보유한 독일계 포워더 시네이터 인터내셔널(Senator International) 인수를 추진중이며, 내년 상반기까지 관련 작업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022년 B767-300 화물기 3대를 임차하고, 2024년까지 B777F 화물기를 추가로 확보하는 등 항공물류 역량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머스크는 연간 항공운송 물량의 3분의 1을 자체 네트워크로 이용해 처리한다는 구상이다.

CMA CGM, 항공물류 키워 해운과 시너지


머스크가 해운 및 물류사업을 단일조직에서 사업부문 형태로 운영하는데 반해, CMA CGM은 독립 물류 자회사 CEVA 로지스틱스(CEVA Logistics)를 두고 해운과 물류의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지난 6월에는 육해공 종합물류회사로의 전환을 위한 혁신 전략인 '베러 웨이(Better Ways)'를 발표하며, 광범위한 물류 솔루션 제공 목표를 분명히 했다. 로돌프 사드 CMA CGM CEO는 "아마존 및 월마트 등 글로벌 화주들은 선적부터 도착지 배송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원한다"며, 물류 서비스를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CMA CGM은 최근 터미널과 종합물류업체 등 전통적인 물류 영역에서 인수를 추진했다. 이달에는 미 서안 LA/LB(로스엔젤레스/롱비치) 항만에서 세 번째로 큰 터미널인 FMS(Fenix Marine Service) 지분을 인수하며 주요 물류 거점에서의 안정적인 공급망 운영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아프리카 물류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벨기에 종합물류업체 AMI 월드(AMI Worldwide)를 인수했고, 최근에는 보로레 로지스틱스 아프리카 사업부 인수설까지 제기됐다.

CMA CGM의 최근 행보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항공물류 강화 움직임이다. CMA CGM은 CEVA 로지스틱스를 통해 이미 항공운송 서비스를 하고 있었지만, 올해 2월 CMA CGM 에어 카고(CMA CGM Air Cargo)라는 항공 물류 자회사를 설립하며 기존 물류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CMA CGM 에어 카고는 카타르 항공으로부터 A330-200F 중고 화물기 4대를 구입했고, 2022년 상반기까지 B777 화물기 2대를 추가 인수할 예정이다. 이달 들어서는 에어버스에 A350F 화물기 4대를 발주했다.

CMA CGM 에어 카고는 2021년 3월 첫 운항을 마쳤으며, 현재 벨기에 리에지를 중심으로 미국 시카고 및 애틀란타, 아시아 홍콩을 잇는 항공편을 선보이고 있다.

물류업계는 CMA CGM의 정책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의 공급망 통합전략보다 더 위협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CGA CGM의 항공물류 진출은 경쟁 항공사들의 경계심을 자극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당장 CMA CGM 에어 카고의 서비스 범위가 넓지 않아 경쟁력 제고 효과는 제한적이겠지만, CEVA 로지스틱스와의 시너지 및 향후 투자에 따른 외형 확대가 함께 이루어질 경우 업계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성공 여부 지켜보지만, 대응책 마련해야


머스크와 CGA CGM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수직통합을 계획해 왔기 때문에 현재의 움직임이 갑작스럽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본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외부 환경의 변화와 무관하게 지속가능성 전략의 일환으로 발전시켜 온 것이다.

수직통합은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이업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 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단, 연관 산업에 진출해 기존의 우호적인 관계에 있던 다른 물류업체와 경쟁관계로 바뀔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놓고 봤을 때 이미 장기간 육해공 물류사업을 해왔던 한진그룹은 현재의 수직통합에 가장 이상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을 수 있다. 국내에서 경험한 종합 물류 서비스 노하우를 발전시켜 글로벌 사업에 적용해 나갔다면, 다시 말해 한진해운이 살아 있었다면 가장 이상적인 사업 모델을 구현할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이다.

머스크와 CMA CGM의 변신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국내 물류산업도 긴장감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이며, 흐름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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