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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집안에 화분을 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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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새벽 산책길에 뺨을 스치는 바람이 제법 차다. 밤을 지나온 유리창엔 어김없이 흰 성에꽃이 피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들판의 꽃들 모두 사라지고 나면 마음이 허전할 것만 같아서 가까운 화원에 들러 칼랑코에 화분을 샀다. 볕 잘 드는 창가에 놓아두면 겨우내 꽃을 볼 수 있을 거라 했다.

돌나물과의 다년생 다육식물인 칼랑코에는 마다가스카르가 원산지다. 자잘한 꽃들이 올망졸망 모여 마치 별들이 내려앉은 듯 화려함을 뽐내는 칼랑코에는 늦가을에서 봄까지 꽃을 피운다. 섭씨 10도 이상의 온도를 유지하고 속흙이 바짝 말랐다 싶으면 한 번씩 물을 흠뻑 주기만 하면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잘 자란다. 꽃말은 ‘설렘’이다. 이젠 낙엽 뒹구는 거리의 풍경이 스산해도, 수직 담을 타고 오른 담쟁이의 물든 마지막 잎새가 눈을 찔러와도 집안에 들어서면 칼랑코에가 나를 반겨줄 것이다. 그 환한 꽃빛을 생각하면 공연히 마음이 설레어 맵찬 겨울도 거뜬히 견딜 수 있을 것만 같다. 이만하면 제법 낭만적인 겨울 채비를 한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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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로 접어들었다 해도 전혀 꽃을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천변에 나가면 간간이 눈에 띄는 꽃들이 있다. 지구온난화로 겨울이 겨울답지 않은 까닭도 있겠지만 민들레와 개나리, 병꽃, 철쭉 같은 철 잊은 꽃들이 눈에 띄기도 하고, 꽃에 눈 밝은 사람이라면 아직 문을 닫지 않은 국화과의 꽃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비록 꽃들이 모두 사라졌다 해도 숲은 코로나19 시대에 3밀(밀접, 밀집, 밀폐)을 벗어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하지만 추운 겨울로 접어들면서 숲을 찾는 기회는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추위 때문에 숲에 갈 수 없다면 어찌해야 하나? 역발상으로 자연을 집안에 들여놓는 것은 어떨까? 집안에 화분을 들여놓고 키우거나 숲에 관한 책을 읽거나 꽃 그림을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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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관한 책을 읽다가 우연히 데이지꽃에 눈길이 머물렀다. 감수성을 나타내는 데이지는 모든 이들이 좋아하지만, 그중에도 아이들과 나이 든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다. 밤이 되거나 비가 올 때면 꽃 윗부분을 바구니 모양으로 접어 엽환을 감싸기 때문에 어머니의 상징이기도 한 데이지는 쓸쓸했던 봄의 화단을 화려하게 채워주는 꽃이다.

봄이면 들판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순박한 시골 소녀 같은 꽃이지만 이 꽃의 역사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메소포타미아의 여신 이슈타르의 꽃이었고 성모마리아의 꽃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르네상스의 거장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에도 데이지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밀레의 그림에도 고흐의 그림 속에도 빠지지 않는 꽃이지만 정작 놀라운 사실은 세상에 가장 많이 알려진 데이지꽃 그림은 따로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바로 롤리팝의 대명사로 불리는 막대사탕 츄파춥스다. 한해 40억 개 이상이 팔린다는 막대사탕 츄파춥스의 로고는 데이지꽃 모양을 단순하게 그린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그린 것이다. 고향 친구의 부탁을 받고 즉석에서 테이블 냅킨에 그려준 것이라고 한다. 막대사탕 정수리에 핀 노란색 데이지꽃 포장지를 벗기면 달콤한 사탕을 맛볼 수 있는 것처럼 꽃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귀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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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 벤더스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프란치스코 교황: 맨 오브 히스 워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가 남을 위해 매일 실천할 수 있는 두 가지를 ‘미소와 유머’라고 꼽았다. 꽃이야말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한 ‘미소와 유머’를 우리에게 선물하는 귀한 존재다. 집안에 들여놓은 칼랑코에 화분 하나가 온 집안에 봄빛을 출렁거리게 하고, 쓸쓸했던 우리의 마음을 한순간에 따뜻하고 향기롭게 바꾸어 놓는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사진없는 기자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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