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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여성리더의 두려움과 자기평가

노은정 심리연구소 '두번째마음' 대표이미지 확대보기
노은정 심리연구소 '두번째마음' 대표
여성 리더에게는 어떤 두려움이 있을까? 부정적 시선과 비판의 대상이 될 거라는 두려움? 잘못 선택하거나 실패할 것 같은 두려움? 다른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으리라는 두려움? 나쁜 어머니 혹은 아내나 딸이 될 것 같은 두려움? 이 두려움의 목록은 구글과 페이스북의 여성 리더였던 셰릴 샌드버그가 저서 '린 인(Lean In)'에서 나열한 것이다. 셰릴 샌드버그는 타임지와 포브스 등에서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하나로 언급되는 리더였지만 불현듯 등장하는 두려움이 일하는 여성을 주춤하고 물러서게 만든다고 말했다. 테드 강연에서 '왜 여성 리더는 소수인가'라는 주제로 화두를 던지며 미움을 두려워 말고 직장에서의 기회를 잡으라고 하였던 셰릴 샌드버그의 조언은 10년이 지나도 유효한 지점이 있다.

하버드 경제학과 여성 최초의 종신 교수, 클라우디아 골딘은 2021년 신작 '커리어 그리고 가정'에서 '왜 여전히 여성은 남성보다 적게 버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코로나 시대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재택 근무와 원격 수업이 일반화되면서 아이가 있는 일하는 여성은 시도때도 없이 일하게 되었다. 클라이언트나 상사가 찾을 때 실시간으로 대답하고 아이들을 살피고 집안일을 예전보다 더 많이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있는 집안은 더 많은 돌봄의 손길이 필요해졌다. 육아와 가사노동의 양이 절대적으로 많아졌다.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골딘 교수는 이사회에 여성이 한 명 더 들어가고 남성 임원이 육아 휴직을 쓰는 정도로 성별 소득 격차를 줄일 수 없다고 말한다. 여성 리더가 커리어와 가정을 둘 다 가지려면 회사 차원이 아닌 사회적 구조에서의 돌봄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고, 내 일에 집중하며 두려움과 죄책감 없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상황이 필요하다.
심리학 용어로 설명해보자면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는 두려움은 사회적 기준과 규칙을 내면화하여 가혹한 초자아(super-ego)를 만들고 미리 타인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검열하는 자의식(self-conscious)의 두려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샌드라 리 바트키는 여자들이 항상 관찰 당하고 있다는 느낌은 너무 깊이 뿌리내려 있어서 마치 제2의 자아와도 같다고 했다. 푸코가 말한 것처럼 누군가 항상 지켜보고 있는 원형 감옥 '판옵티콘'처럼 일상의 대화와 태도, 외모와 몸 가짐까지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여성으로서 지켜야 하는 가치와 규범이 따라다닌다는 것이다.

냉철하고 비판적인 익명의 규율이 말과 행동의 기준이 되면 항상 타인을 의식하게 된다. 작은 실수에 흠 잡힐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에 내가 남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느낌을 갖게 되고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게 된다. 또한 경직된 태도로 계속해서 타인을 신경 쓰다 보면 스트레스 민감도가 높아지고 작은 자극에도 흥분하게 되며 평형 상태를 쉽게 잃어버린다.

개인이 자신과 타인, 주변 환경 등을 지각하여 자신의 가치와 역량을 스스로 평가하는 핵심자기평가(Core Self-Evaluation)는 HRD에서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나 자신과 내가 속한 조직을 어떻게 바라보고 경험하는지 알려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에 대한 시선은 나를 둘러싼 세계를 해석하는 도구가 된다. 개인의 가치를 스스로 느끼는 자존감, 어려움을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기효능감은 일반적인 자기평가 기준이다. 나에 대해 불만스럽고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면 업무 만족도와 성취감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정서적 안정감을 깨뜨리는 자기의심의 신경증적 경향성이나 자신의 환경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는 통제소제 등도 자기평가의 항목이 된다.

핵심자기평가가 높은 것은 자신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스스로를 가치 있게 보는 리더는 여러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유연성 있게 수행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으며 자신에게 발생한 일을 잘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안정적인 핵심자기평가는 시간이 지나도 많이 변하지 않고 자신에 대한 감각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도록 돕는다.
리더의 자기감각,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경험하는지가 중요한 이유는 리더로서 가장 두려워하는 심리적인 문제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의 보이지 않는 신념과 감정, 행동을 뜻하는 내적 역동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대인 역동에 영향을 준다. 나에 대한 정체성과 자기평가가 불확실할수록 비판을 마음 상하는 일로 받아들일 위험이 커진다. 나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를 과도하게 발달시키고 나도 모르게 조직이 원한다고 생각하는 특정 역할을 도맡아 심리 게임의 갈등과 역동을 반복하게 된다. 내감정과 다른 선택을 하게 되고 지나고 나서야 그때 내가 왜 그랬지 의아해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리스의 철학자였던 에픽테토스는 너를 상처 입힐 수 있는 것은 너를 욕하거나 때리는 자가 아니라 그들이 상처 입힌다고 여기는 너의 의견이라고 하였다. 나를 자극하는 말과 상처의 양상을 살펴보고 그 상황에서의 반응 패턴을 알아둔다면 리더로서 느끼는 두려움과 괴로운 감정들로부터 조금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나에 대해 재발견된 정의는 타인과 조직에 대한 재발견으로 연결된다. 리더들의 마음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노은정 심리연구소 '두번째마음' 대표(플랜비디자인 전문위원)
사진없는 기자

노은정 심리연구소 '두번째마음' 대표(플랜비디자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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