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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오징어게임’, 환호에 가려진 불편함

이진우 기자

기사입력 : 2021-10-20 13:00

이진우 산업2부장.이미지 확대보기
이진우 산업2부장.
넷플릭스의 OTT(온라인동영상 서비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인을 팬덤으로 몰아넣고 있다.

10월 12일 기준 넷플릭스 공식 발표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은 지구촌 1억 1100만 가구가 시청했고, 94개 나라에서 OTT 시청순위 1위를 휩쓸었다.
나 역시 지난 주말에 몰아치기로 <오징어게임> 전편보기를 ‘뗐다’. 하도 국내외 언론에서 ‘상찬(賞讚) 퍼레이드’를 하길래 궁금했던 탓이다.

소문대로 작품 소재나 배우 연기, 미술과 소품 등이 나무랄데 없이 훌륭했다. 이질적 언어·사회배경에 잔혹한 폭력성이 있음에도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쉽게 수긍할 수 있었다.

오죽하면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에 ‘고작 250억 원’ 투자로 ‘무려 1조 원’의 흥행수익을 벌어들였다는 소식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넷플릭스에 ‘합리적 망 사용료 부과’ 필요성을 언급할 정도였으니.

그럼에도 <오징어게임>을 시청하면서 왠지 모를 ‘불편함’의 감정이 밀려온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건 마치 지난해 미국 아카데미상 4관왕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을 관람하면서 느꼈던 감정과 유사한 것이었다.
두 작품 모두 기성사회(꼭 자본주의나 한국사회라고 규정할 필요 없다!)의 빈부·계급의식 등 차이로 초래된 양극화를 때론 ‘웃픈’ 블랙코미디로, 때론 ‘몰인간적’ 호러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연출기법은 국내외 다른 작품에서도 흔히 엿볼 수 있다. 낙오자에 가해지는 폭력, 등장인물들의 불가항력적 배금주의 장면도 여느 작품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딱히 한국사회만이 배태하고 있는 모순이나 부조리도 아니다.

먼저 전세계인이 매우 빠르고 엄청난 규모로 <오징어게임>이라는 블랙홀에 빠져들었다는 점이 우울하고 불편하게 만들었다.

<오징어게임> 속 세계는 ‘레알(real) 현실’이 아니다. 탈락자 사람의 목숨값으로 쌓여진 수백억원 거금을 차지하기 위해 자기 생명을 걸고 서바이벌게임을 벌인다는 자체가 허구이고 거짓이다.

그럼에도 드라마는 ‘서바이벌 머니(Survival Money)’에 하나뿐인 목숨을 담보로 잡히고, 경쟁자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게임을 완수한다. 허구와 거짓이 현실인양 상식을 전도시켜버린 것이다.
만일 <오징어게임> 속 참가자들이 나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주인공 ‘기훈’을 비롯한 극중인물들처럼 선뜻 게임에 뛰어들 수 있었을까. 목숨건 게임에 경악해 투표로 거부의 저항도 하겠지만 똑같이 다시 합류하지 않으리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드라마나 영화가 픽션이라는 점에서 시청자(관객)는 제3자의 입장으로 극중 허구세계와 자신의 현실이 오러랩 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거리두기’를 한다.

그러나, <기생충>이나 <오징어게임>처럼 블랙코미디류 작품들은 현실세계의 모순과 부조리를 풍자하고 희화화하는 플롯을 깔고 있기에 ‘거리두기’의 벽을 허물고 시청자를 끊임없이 혼란스럽고 불편하게 만든다.

<기생충>에선 ‘사회적 약자’인 주인공 가족들이 강자에 빌붙어 사는 속물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심정적 동조자’였던 일반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오징어게임>도 사회적 약자 또는 패자인 주인공들이 인생반전의 최후수단인 ‘돈’을 차지하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여 우리 사회 밑바닥인생들의 무력함을 노출시켜 보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다행히 감독은 주인공의 인간적 연민을 내세워 시즌1을 마무리했고, 전세계 시청자들도 <오징어게임>의 풍자적 사회 메시지보다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설탕뽑기’ 같은 극적 장치에 매료돼 열광했다.

분명 <오징어게임>이 거둔 한류 문화컨텐츠의 성과는 국내 문화예술 분야에서 ‘기념비’로 평가받을만하다. 그건 마치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속에서 일궈낸 ‘K-방역’과 비견될 수 있다.

그럼에도 K-방역 금자탑의 밑바닥에는 코로나 피해로 오징어게임에서 탈락한 비정규직 노동자나 소상공 자영업자들의 ‘강요된 희생’이 있었다는 점에서 <오징어게임>과 K-방역 등의 환호가 마냥 ‘경사(慶事)’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진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inygem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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