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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항만 물류대란, '귀족 컨테이너 크레인 기사들' 때문?

이혜영 기자

기사입력 : 2021-10-17 14:00

미국 서부 롱비치항 부두에서 롱비치컨테이너터미널 소속 크레인 기사가 접안한 컨테이너선에서 컨테이너를 하역하고 있는 모습.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서부 롱비치항 부두에서 롱비치컨테이너터미널 소속 크레인 기사가 접안한 컨테이너선에서 컨테이너를 하역하고 있는 모습.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의 로스앤젤레스(LA)항과 롱비치항은 미국 수입 물류의 40%를 처리하는 대아시아 무역 관문이다.

이 항만들의 부두에 수만개의 컨테이너가 대책 없이 쌓이면서 ‘컨테이너겟돈’이란 표현이 나올 정도로 미국의 항만 물류대란이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의 충격파에서 빠져나오면서 올들어 수입 물량이 급증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다 성탄 시즌을 비롯한 연말연시 특수에 맞춘 수입 물량까지 가세하면서 물류 대란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외부적인 요인에 더해 내부적인 원인도 항만 물류 대란에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커다란 논란이 일고 있다. 두 항만의 컨테이너 하역 작업을 책임지고 있는 이른바 ‘귀족 컨테이너 크레인 기사들’도 물류 적체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화물차 기사들이 분개하는 이유


1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이그재미너에 따르면 이같은 주장을 제기하고 있는 측은 다름 아니라 이들 항만에서 하역한 컨테이너를 물류센터로 옮기는 작업을 하는 화물차 기사들이다.

최대 25만 달러(약 3억 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는 귀족 컨테이너 크레인 기사들이 컨테이너 하역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자신들의 지위를 악용해 갑질을 저지르면서 컨테이너 적체 현상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안토니오라는 이름의 화물차 기사는 워싱턴이그재미너와 인터뷰에서 “15년 동안 이 항구에서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일을 해왔는데 크레인 기사들이 이렇게 굼뜨게 작업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면서 “화물선에서 컨테이너 하나를 내리는데 무려 3~4시간이 걸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분개했다.

그는 “작업 시간이 평소보다 오래 걸리고 있을뿐 아니라 화물차 기사가 항의를 하면 오히려 하던 일을 멈추고 다른 화물차로 작업 대상을 옮기는 갑질을 일삼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싱턴이그재미너가 LA항과 롱비치항의 컨테이너터미널을 오가는 다른 화물차 기사들을 인터뷰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이 입을 모아 주장한 내용은 두 항만에서 일하는 컨테이너 크레인 기사들이 ‘하나같이 게으른데다 점심 시간도 제멋대이고 화물차 기사들이 항의라도 하면 이내 보복 조치를 한다’는 것.

특히 항의를 받은 크레인 기사가 앙심을 품고 일부러 작업에 차질을 빚게 하면 컨테이너 하역 작업 전반이 지연되면서 다른 화물차 기사들까지 피해를 입는 악순환까지 벌어지고 있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컨테이너를 화물차에 하역하는 작업이 평소 같으면 3시간 정도 걸리는데 크레인 기사의 이같은 갑질 때문에 무려 며칠간 터미널에서 대기해야 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것.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화물차 기사들이 월급을 받는 정규직이 아니라 컨테이너 하나를 운반할 때마다 운임을 받는 영세 개인사업자라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컨테이너를 신속히 운반해야 그나마 돈벌이가 되는 구조인데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하염없이 늘어지면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

크리스라는 이름의 화물차 기사는 “크레인 기사에게 강력 항의했더니 크레인 기사가 경찰을 불러 터미널에서 강제로 쫓겨난 적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항만의 절대 권력자’ 크레인 기사들


화물차 기사들의 이같은 주장은 얼마나 사실에 부합할까.

이들 항만에서 일하는 부두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노무 컨설턴트 짐 테시어는 워싱턴이그재미너와 인터뷰에서 “100% 사실에 부합하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테시어에 따르면 컨테이너 크레인 기사들은 항만 노동자 단체인 국제항만창고노동조합(ILWU) 소속이지만 보통의 항만 노동자들과는 지위가 다르다.

그는 “크레인 기사들의 힘은 마음에 들지 않는 항만 경영진을 쫓아낼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하다”면서 “항만 내에서 어느 누구도 컨테이너 크레인 기사들에게 불만을 제기하거나 반기를 들 수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LA항과 롱비치항의 컨테이너 하역 업무에 관해서는 크레인 기사들이 절대적인 권한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문제가 있고 문제가 제기되라도 시정되거나 개선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ILWU의 제니퍼 사전트 보케이 홍보이사는 워싱턴이그재미너와 가진 인터뷰에서 절대적으로 급증한 수입 물동량 때문이라며 화물차 기사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LA항의 경우 이미 지난 5월 컨테이너 물동량이 100만TEU를 돌파해 114년 만에 최고 기록을 세우는 등 역대급 물동량이 밀려들면서 그에 따라 물류 대란이 심각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미국 LA항과 롱비치항의 선박 대기 현황. 노란색이 컨테이너 화물선으로 10월 들어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사진=BBC/MarineTraffic이미지 확대보기
올해 미국 LA항과 롱비치항의 선박 대기 현황. 노란색이 컨테이너 화물선으로 10월 들어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사진=BBC/MarineTraffic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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