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기고] 한국회사를 미국회사로(US-Flip), 미국회사를 한국회사로(K-Flip)

기사입력 : 2021-10-13 00:00

문주한 회계사(Raymond J. Moon, CPA, PLLC, www.CPAmoon.com)



오대박(40세) 사장은 신바람이 났다. 거의 망해가는 회사였다. 그런데 요새 해외주문이 폭주한다. 이번에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Squid Game) 드라마 덕분이다.

오 사장 회사는 오징어 관련 세계적인 특허를 몇 개 갖고 있다. 아스팔트 바닥에 오징어 놀이 그림을 그리면, 원하는 시간에 감쪽같이 지워지는 신기한 분필과 신부 집에 함이 들어갈 때, 오징어 다리 숫자가 늘었다 줄었다하는 함진아비의 오징어 야광 가면 그리고 한 달 동안 장복하면 땅콩 알레르기 문제가 말끔하게 해결되는 오징어 땅콩 세트 등등 모두 오대박 사장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실들이다.

그러나 애들이 컴퓨터 게임에 빠져서 더 이상 밖에서 오징어 놀이를 하지 않고 동네 시끄럽다고 함 들어가는 풍습도 이젠 사라진지 오래됐고 오징어 땅콩 세트는 효과 없는 ‘짝퉁’이 생기는 바람에 매출이 완전히 끊겼었다. 그런데 이번에 전혀 엉뚱한 계기로 갑자기 미국에서의 주문이 폭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까 말한 그 드라마를 본 미국의 어느 유명 의과대학에서 이 전투적인 오징어 놀이가 군인들의 훈련 효과를 높이고 동시에 교도소 재소자들의 교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덕분에 미국 국방부와 각 주정부 교도소에서 주문이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오대박 사장은 이제 완전히 대박이다.

그러나 오늘 아침, 오대박 사장의 마음은 착잡하다. 앞으로 이 오징어 관련 사업을 세계적으로 더 키우고 싶은데 문제는 자금과 인재. 그런 투자 희망자와 유능한 인재들이 한국에 없다는 것이 문제다. 돈 가진 한국의 VC(venture capital)들은 일정 부분 정부출자로 이뤄져서 필요 이상으로 위험회피적이고 유능한 젊은이들은 대기업과 공무원 시험에 매달려있으니 말이다.

두 번째 현실적인 고민은 미국 정부에서 미국에 본사를 둔 회사만 입찰이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대박 사장은 한국에 본사를 둔 작은 회사이기 때문에 입찰자격 자체가 없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나중에 어떤 형태로든 은퇴를 할 때(exit plan), 한국의 증여세와 상속세법상 많은 세금을 낼지도 모른다는 것이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오대박 사장의 이 세 가지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 무엇일까? ‘플립’이다. 남들은 눈 덮인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힘들게 걸어서 내려올 때, 패러글라이딩으로 활강해서 갠지스강까지 내려오는 쉬운 방법이 ‘플립’이다. ‘US flip’은 미국에 예컨대 델라웨어 주에 회사를 설립한 뒤, 그 미국 회사를 본사로 바꾸고 한국에 있던 회사는 새로 만든 미국 본사 아래에 집어넣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내가 만든 말이지만, 'K-flip'도 있다. 미국에서 사업하던 사람이 한국에 회사를 세워서 그것을 본사로 바꾸는 ‘역 플립(flip back)’인데, 내 경험으로는 그런 케이스는 거의 보지 못했다.

‘플립’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입장을 바꿔서 투자자 입장이 되어야 한다. 돈 있는 사람들은 좋은 투자처를 찾기 위해서 매우 혈안이 되어 있다. 이자율 0.01%와 세율 0.05% 변경에도 엄청 민감한 사람들이 그들이다. 매일 그들 책상에는 수많은 사업계획서 프레젠테이션들이 쌓인다. 내가 돈 많은 미국 투자자라면 잘 모르는 한국에 본사를 둔 회사에 투자할까? 또는 알래스카 주에 있는 미국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쉬울까, 아니면 델라웨어 주에 있는 미국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더 쉬울까? 같은 조건이라면 당연히 미국, 그것도 델라웨어에 본사를 둔 미국 회사가 더 편하다. 익숙하기 때문이다.

주마다 법이 다르니 미국에만 50개의 상법(회사법)이 있다. 돈 가진 VC(venture capital)들은 익숙한 델라웨어 회사법이 편하다. 알래스카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서 일부러 알래스카 상법과 회사법을 공부할 VC들이 있을까? 하물며 외국 법인에 투자하는 경우는 더 주저할 수밖에 없다. 아주 특별하게 목표 투자를 하지 않는 한, 그리고 1997년 IMF 사태와 같은 때가 아니라면 정책과 법이 수시로 바뀌는 한국에 본사를 둔 회사에 투자할 강심장 VC는 많지 않다.

따라서 투자를 받으려면 결국 돈 가진 세상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미국으로 가야 한다. 본사를 미국으로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먼 훗날 얘기지만, 오대박 사장이 미국 나스닥 상장까지 생각한다면 그렇게 할 이유는 더욱 분명하다. 실제로 생각보다 많은 숫자의 스타트업들이 미국 상장을 꿈꾸고 있거나 미국 회사에 큰 금액에 팔리고 있다. 나 같은 시골 회계사도 그런데 맨해튼의 큰 회계법인들이 돕고 있는 케이스들까지 합치면 무늬만 미국인, 그러나 실제는 한국 사람들이 주인인, 스타트업들의 미국 펀딩이 꽤 이뤄지고 있을 것이다.

결정이 힘들지, ‘플립’ 절차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오대박 사장이 미국에 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의 주식을 받는 대신에, 한국 본사의 주식을 포기하면 된다. 오대박 사장은 미국 본사 주식을 갖고 미국 본사가 한국 회사를 소유하는 다단계 구조가 되는 것이다. 즉 이제 본사는 미국에, 지사는 한국에 있게 된다. 한국 회사가 갖고 있었던 각종 오징어 특허는 미국 본사 것이 된다. 물론 본사를 미국으로 옮긴 뒤, 한국 회사를 아예 없애는 경우도 있다.

세상 이치는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맞춤복이 누구에게나 맞는 것은 아니다. 이 ‘주식 맞교환’ 전략이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포괄적 영업양수도와 미국 현지법인 설립에 그치는 전통적인 더 쉬운 방법들도 있다. 중요한 일이니 잘 따져보고 신중하게 결정할 일이다.

첫째, 한국은 정책적으로 한국 회사들(한국에 본사를 둔 회사들)을 우선적으로 지원한다. 세상의 모든 국가들이 그렇다. 내 호적을 한국에서 미국으로 바꾸면, 그 말은 한국으로부터의 정책 지원과 권리들을 포기함을 뜻한다. 내게 코로나19와 관련된 최근 사례가 있다. 내가 미국 시민권자가 되면서 지난 7월 한국에 들어갈 때 인천공항에서만 4시간이 걸렸다. 외국인에 대한 특별검사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으로 돌아올 때는 4분이 채 안 걸렸다. 또 있다. 내가 한국에 세무회계사무소 지점을 낼 때다. 목동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한국말 모르는 외국인들과 함께 번호표를 뽑고 오랫동안 앉아 있어야 했던 것도 비슷한 사례다. 갖기 전에 무엇을 잃을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플립’은 한국 회사의 주식과 미국 회사의 주식을 맞교환하는 것이므로, 두 회사의 가치 평가 문제가 따른다. 미국 회사는 방금 만들어진 종이 뿐인 회사이므로 평가할 일도 없지만, 그동안 사업을 해온 한국 회사는 다르다. 한국 상속증여세법상 비즈니스 가치 평가를 하고 어쩌면 실제로 실현되지도 않은 이익에 대해서 한국에 세금을 내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저 주식 종이를 교환(swap)하는 것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그래서 ‘플립’은 한국 본사의 가치가 낮을 때, 즉 이익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이전에 하라고들 하다. 기왕 할 것이라면, 빨리해야 절세가 된다.

‘플립’ 작업에 있어서, 사실 오대박 사장이 할 일은 없다. 결정만 하면 그 다음은 양쪽 변호사와 회계사들의 일이다. 전문 변호사가 이 ‘플립’ 작업의 지휘자라면, 회계사는 회사 설립과 주식평가 등 일부 일을 담당하는 바이올린 연주자에 불과하다. 참고로 나는 지금까지 다른 변호사들의 ‘플립’ 오케스트라에 참여한 적이 적잖이 있는데, 모든 연주에 박수갈채를 받지는 못했다. 세상 일이 계획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확실하게 증언할 수 있는 것은 경험 많은 변호사와 ‘사람 잘 부리는 고객’이 만났을 때, 그때는 정말 만족스러운 결과들이 나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10년 회계사, 미국에서의 25년 회계사. 양쪽을 다 지켜본 내가 자신할 수 있는 두 번째 증언은 시장과 자금 그리고 인재 풀의 크기에 있어서, 미국은 한국과 비교가 안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으로는 한국이 더 장밋빛이겠지만, 현재의 전체적인 조건이나 상황들을 놓고 보면 미국에 더 많은 숨겨진 기회들이 있다. 먼저 시장을 잘 살펴보고 내가 갖고 있는 것을 살펴보고, 그 뒤에 넓은 미국에서 더 많은 기회를 갖고 싶다면 이와 같은 ‘플립’이라는 지배구조 재편의 과정을 반드시 고려해보길 바란다.

남들이 눈 덮인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힘들게 걸어 내려올 때, 패러글라이딩으로 시원하게 활강해서 내려오는 것, 그런 대안이 있음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오늘 이 글을 쓴 목적이 달성된 셈이다.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도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남들이 미국에 지사나 현지법인 만들 생각만 할 때 아예 본사를 옮기는, 남들이 잘 가지 않는 용감한 길도 있음을 말하고 싶었다. 모든 용기에는 보상이 따르기 때문이다.


※ 해당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아우디에서 가장 빠른 전기차 RS e-트론 GT
아우디 e-tron GT vs. 아이오닉 5 N 비교할 수 있을까?
이번엔 더 무서운 차 끌고 나왔다! 벤츠 E 300 4MATIC AMG Line
국내 1, 2위 다투는 수입차, 벤츠 E와 BMW 5 전격 비교
숨은 진주 같은 차, 링컨 노틸러스 ... "여긴 자동차 극장인가?"
가장 현실적인 드림카, 벤츠 디 올-뉴 CLE 450 4MATIC
파격 변신한 8세대 BMW 5시리즈...520i M sport package, "엔트리 같지 않다"
모든 걸 다 가진 차 왜건..."볼보 V90 CC, 너 하나로 만족한다"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