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0일 우리나라에서 유네스코 상을 ‘조용히’ 시상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과테말라 ‘무한한 지평선 익실’, 인도 ‘국립개방교육원’, 남아프리카공화국 ‘푸쿠 아동문학재단’을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세종대왕 문해상은 줄여서 ‘세종대왕상’이라고 한다. 공식 명칭은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UNESCO King Sejong Literacy Prize)이다. 1989년 유네스코 집행위원회가 세계 문맹 퇴치에 공헌한 개인 또는 단체를 위해 만든 상이다.
한글(훈민정음)은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더 인정받는 문자다. 유네스코는 1997년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 인류 문명의 핵심인 ‘문자를 만든 과정이나 결과를 기록해 놓은 것은 전 세계에 훈민정음 하나뿐이다.
한글이 탄생한 세종대왕 재임 기간은 조선시대 최고 전성기였다. 우리나라 최고 전성기는 현재다. 삼성, LG, 현대차, SK 등 세계를 주름잡는 대기업이 즐비하고,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 K팝이 전 세계 문화를 사로잡고 있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을 앞세운 K팝은 한글 위상을 높이는 일등공신이다. 지난해 8월 방탄소년단이 선보인 ‘아이돌(IDOL)’ 뮤직비디오에는 ‘사랑’이라는 한글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이어 11월에는 한글 가사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이 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 1위를 올랐다. 이 노래는 전 세계에 한글을 드높였다.
영화도 못지않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오스카 4관왕 위업을 달성했고, 윤여정은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이게 다 세종대왕이 만드신 우리말 덕분이다. 현재 세계에는 7천 개 넘는 언어가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유네스코가 인정했듯 최고 언어는 훈민정음(한글)이다. 우리말로 된 우리 문화가 세계에서 통하고 있다.
‘겨울연가’ ‘대장금’으로 시작,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이태원 클래스’ ‘사랑의 불시착’ 등 수많은 드라마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이들 드라마도 한글 세계화에 크게 한몫했다. 자막과 현지어로 된 더빙이 있어도 드라마 참맛을 알기 위한 세계인들의 한글 공부가 뒤따랐다.
한글 세계화에 정점을 찍고 있는 것은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다. ‘킹덤’, ‘스위트홈’ ‘인간수업’ ‘D.P’ 등이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이어 오징어 게임은 현재 전 세계 국가 넷플릭스 순위판에 맨 앞을 장식하고 있다.
K팝, K드라마는 이제 세계가 주목받는 한류 콘텐츠가 됐다. 한국 특히 한국어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쏟아진다.
세계인이 애용하는 누리소통망(SNS) 인스타그램 해시태그에는 #한국어 1,021,175개, #한국어공부 486,7433개, #한글 442,664개가 등장한다. 우리말 한글이 세계 ‘문화 지도’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민간에서는 이렇게 뛰고 있다. 이제 공공기관이 잘해야 할 차례다. 행정 용어부터 보도자료까지 외국어 남용 말고 고운 우리말을 써야한다.
9일은 한글날 575돌이다. 더 많은 세계인에게 귀한 우리말 한글과 한국 문화가 알려지기를 기원한다.
감수:황인석 경기대 교수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