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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텃밭 소확행과 '땅 불가사리'

이진우 기자

기사입력 : 2021-09-02 06:30

이진우 산업2부장.이미지 확대보기
이진우 산업2부장.
주말 텃밭농사를 한 지 햇수로 5~6년째다. 텃밭농사라 해 봤자 말 그대로 아주 조그만 땅뙈기인데다, 내 땅도 아닌 남의 땅에다 얼마 안되는 경작료를 지불하는 미미한 소작(小作) 수준이다.

키우는 작물도 기껏해야 봄·여름엔 흔한 상추·고추를 포함해 가지·오이, 가을엔 배추·무 정도이다. 올해 봄에는 아내가 사 온 양상추·아스파라거스·비트·샐러리·애플수박 등 외국 종자를 심어 나름 ‘수확의 기쁨’을 누렸다.
사실 일주일에 한 두 번 돌보는 텃밭농사를 하면서 감히 농사가 힘드니 농부들이 고생한다니 거론하는 것 자체가 참 외람되고 낯 간지러운 일이다.

오히려 해마다 계절마다 종자나 모종을 심어 약간의 퇴비와 비료·물만 주었을뿐인데 작물들이 알아서 착착 뿌리 내리고, 쑥쑥 잎가지 뻗고, 알알이 열매 영그는 자연의 순리 앞에 경의와 겸손을 느끼는 ‘소확행’으로 텃밭농사의 보람을 얻는다면 다행이랄까.

나만의 땅농사 소확행과는 달리 바깥세상에서 돌아가는 땅 얘기는 무척 소요스럽다.

올해 상반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몇몇 임직원들이 택지개발 내부정보를 이용해 신도시 예정지에 투기했다는 혐의로 온나라는 공분의 도가니에 빠졌고, 급기야 4월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에 참패를 안겨줬다.
LH발 후유증은 관가와 정치권으로 옮아가 사회지도층의 ‘부동산 투기’ 민낯도 속속 드러났다.

최근엔 제1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자 대선 예비후보인 윤희숙 의원 부친의 세종시 땅투기 내용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 여론을 달구고 있다.

땅의 문제가 오늘의 일만은 아니었다. 동서고금 막론하고 한 사회 또는 한 국가를 좌우하는 매우 민감한 이슈였다.

우리나라 역사만 살펴봐도 삼국을 통일한 태조 왕건의 고려가 왕조 개창 500년을 채우지 못하고 멸망한 원인의 하나로 토지와 조세(租稅)의 문란이 꼽히고 있다.

나라의 경제 기반인 농지(땅)를 귀족과 관료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농민의 수확물(租)을 수탈하는 바람에 나라에 들어갈 수확물(稅)마저 부족했다. 민생과 국정이 ‘피폐 상태’에 이른 것이었다. 고려의 토지 문제를 혁파하고 새로운 토지제도 과전법으로 왕조 교체의 물적(경제) 토대를 만들고 백성의 민심을 얻은 주인공이 조선을 창건한 태조 이성계와 개국공신들이었다.

역성혁명의 명분으로 동원될 정도로 땅은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재화(財貨)이다. 오늘날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문제는 땅을 소유하는데 많고 적음의 불균형이 생기면서 ‘땅(부)의 지배력’이 타인에 대한 유무형의 지배력으로 작용하고, ‘경제성을 가진 땅’의 공급이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역대 정부에서 이같은 땅을 포함한 주택 등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달려들었지만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문재인 정부도 거의 남발 수준의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지만 ‘정책 따로, 시장 따로’ 형국이다.

정부는 공급을 요구하는 시장에 투항하고, 연일 신규 택지들을 풀어놓고 있다.

신규 택지가 공개되는 순간 땅의 가치가 잠에서 깨어나고, 수요자의 이기심은 요동친다.

대한민국에서 땅은 단순한 재화가 아니라 자산 증식과 욕망 충족을 삼켜버리는 ‘경제 불가사리’로 둔갑한 지 오래다. 조선 왕조 창건세력의 과전법 같은 혁명 수준의 처방이 나오지 않는 한 이 불가사리는 위세를 이어갈 것이다. 그러나, 혁명의 시대는 이제 도래하지 않을 것 같다.

작은 텃밭농사로 소확행을 체험하는 수준인 일개 범부(凡夫)로서 땅을 둘러싼 욕망의 전차를 멈춰 세울 힘은 없다. 텃밭농사의 소확행으로 욕망을 털어내는 소극적 실천을 옮길뿐이다.


이진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inygem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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