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회사에서 유통기한을 정할 때는 여러 실험을 통해서 먹기에 안전하다고 판단한 날짜에 공장의 시설이나 위생 기준 등을 고려한 안전계수를 적용하여 유통기한을 정한다. 대기업의 경우 80%, 중소기업은 60%를 적용하여 산출한다. 그러다 보니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식품일지라도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폐기하도록 하게 하고 그 비용은 년 수조원이 넘을 정도다. 식량 자급률이 27%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많은 양의 식량을 해외에서 수입해 오는데 유통기한 문제로 수조 원씩 낭비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물론 그들도 안전한 것을 먹고픈 욕심은 이해하나 먹고 죽을 정도가 아니라면 다소 맛이 떨어진 상태로 먹어도 괜찮은 일이라고 여겨진다. 저자도 어려운 유학시절 유통기한이 지난 값싼 빵을 사먹곤 하였다. 때론 곰팡이가 핀 경우도 있었지만 해당 부분을 잘라 버리고 먹어도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지불한 가격보다 더 큰 기대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소비기한 적용에 앞서 다음의 문제들이 보완되었으면 한다. 열악한 중소기업체의 경우 소비기한을 설정하는 실험조차 수행할 여력이 없는 곳이 많다. 저렴한 비용으로 소비기한을 예측하는 실험을 할 수 있는 대학이나 민간단체연구소 등을 확보하고 일부분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소비기한을 설정할 수 있게 유도해 나가야 한다.
또 유사한 식품의 경우 일일이 실험과정을 거치지 않고 식품성분에 따라 소비기한을 설정해 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많은 식품업체의 유통기한은 일 년 내내 일정한 것도 문제다. 식품에 따라서 어떤 계절에 출시하느냐에 따라서 유통기한은 물론 소비기한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4월에 생산하는 식품이나 10월에 생산하는 식품이 똑같은 소비기한을 갖는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4월에 생산되는 식품은 더운 여름을 거치는 반면 10월에 생산되는 식품은 추운 겨울을 지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유통된다. 일 년을 4등분하여 각 시점에서 생산된 식품의 소비기한은 각기 다르게 적용되는 값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우유나 생선 또는 육류 제품의 경우 쉽게 변질되어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어 소비기한 설정에 보다 신중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연유로 8년간 유에를 하였다 하니 이런 문제들을 잘 담아 시행해 보다 안전한 식품들이 저렴하게 공급되고 식품폐기물을 최소화하게 되기를 빌어 마지않는다.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