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논리는 사실상 일상의 교훈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자유와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거나 이기는 법도 가르쳐야 하지만 지는 법도 가르쳐야 한다는 등의 말들도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이런 논리에 따라 균형과 조화를 이루려면 하나를 알면서도 둘도 알아야 한다. 한쪽만 아는 불완전한 학습은 부작용을 낳는다. 학교나 가정에서도 이런 사례가 더러 발생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건강하게 생활하고 성장하게 하기 위해 용기를 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가장 일반적인 사례가 ‘너는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격려의 말이 때로는 어떤 아이들에게는 심각한 독이 되기도 한다.
할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그렇지만 할 수 없다는 가능성과 동시에 존재한다. 교육은 당연히 학생들의 잠재력을 가정하고 시행되지만 현실적으로는 잠재력이 많은 아이가 있고 적은 아이가 있다. 많은 교과 영역에서 높은 잠재력을 보이는 아이가 있는 반면 대부분의 교과 영역에서 잠재력이 약한 아이들도 있다. 평균을 기준으로 해서 보면 적어도 50%의 아이들은 평균 이하에 해당한다. 이 아이들에게 기대감만 높여준다면 학교에서는 물론 장차 사회에 나가서도 할 수 없는 것, 잘하지 못하는 것에서 발생하는 현실의 벽을 극복해내기 어렵다.
일을 성취해 가는 과정에서 용기와 격려는 누구에게나 반드시 필요하지만 나타난 결과에서 할 수 없거나 잘 하지 못할 경우를 위한 대비가 필요하다. 병가지상사로 존재하는 실패와 불가능에서 초래되는 좌절감이나 자존감의 상실을 극복하게 하기 위한 출구가 필요하다. 누구나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누구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 다른 사람이 잘하는 것을 나는 못할 수 있다는 것도 가르쳐야 한다. 이 잘하고 못하고가 나의 인격, 존재의 가치, 자존감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어른들의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돈이 더 적고 지위가 더 낮은 것이 인격이 더 낮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만큼 적고 낮은 것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 어른이 되어 가치관을 바꾸는 일은 더욱 어렵다. 이런 내용도 나이 수준에 맞는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
엄상현 중부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