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아직 스스로 꿈이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꿈을 강요하여 꿈의 자연스런 형성을 방해한다. 오히려 자신에게 맞지 않는 꿈을 가지게 될 수 있다. 다른 아이들은 다 있는데 왜 나는 꿈이 없는지, 그래서 무언가 내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 선생님들의 이런 염려는 타당한 것 같다. 꿈은 장난감 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고르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선택되어야 한다.
어떤 꿈이 좋은 꿈인가? 좋은 꿈은 어떻게 찾아지는 것일까? 꿈이란 삶 속에서 성취해 내려고 하는 어떤 구체적인 과업을 말한다. 따라서 꿈은 성취 가능성이 높을수록 그리고 성취에 따른 만족감이 클수록 좋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꿈을 실현해 가는 과정이란 한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주변의 자연과 사회로 이루어진 환경 속에서 자신을 최대한 실현시켜가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가장 좋은 꿈을 찾기 위해서는 당연히 우선적으로 이 꿈이 관계하고 있는 요소들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자연과 사회 속에서 꿈을 이루어야 하니 자연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실현시켜야 하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아이들은 언제쯤 어떻게 자연과 사회 그리고 자신을 알 수 있을까? 이 세 요소들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성인들에게도 불가능한 일이다. 성장해 가면서 이해의 폭과 깊이가 달라진다. 특히 자신을 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자신을 안다는 것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격과 어떤 잠재력을 가졌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를 안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짧은 시간 동안 생각을 통해서 찾아지는 것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자연적‧사회적 상황 속에서 다양한 직‧간접적이고 반복적인 경험들을 통하여 체험적으로 느껴지고 확인된다.
특정한 영역에서 특별히 강한 잠재력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모차르트와 같이 교과서에서 소개되는 세계적으로 평가되는 예술가나 학자, 정치인 등 소수의 뛰어난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강한 잠재력이 조기에 비교적 수월하게 발견될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이 잠재력을 찾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도의 시간과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다양한 교과를 가르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이 교과들을 통하여 개별 학생들의 잠재력을 찾아주기 위해서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음악, 미술 등 교과목들은 삶의 구성 요소들이다. 인류의 조상들이 살아왔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생활 속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요소들을 영역별로 구분하여 이름을 붙인 것이 교과목이다. 학생들은 이런 과목들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어떤 과목에서 어떤 생활영역에서 호기심이 발동하는지, 특별한 흥미를 느끼는지 경험하게 되면서 자신의 잠재력, 적성과 특기를 확인하게 된다.
사실상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가서도 자신의 잠재력과 특기적성을 알지 못한다. 그 결정적 원인 중의 하나가 주입식 암기교육 탓이다. 암기 방식의 학습은 아이들이 교과의 특성을 느끼거나 체험하는 것을 방해하여 교과가 전달하고자 하는 특정한 삶에 대한 감수성과 잠재력을 자극하거나 개발해주지 못한다. 자기주도적이고 체험적 학습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들마다 잠재력이 다르고 성장 환경이 다르다. 자연과 사회와 자신에 대한 이해의 정도와 시기도 다르다. 좋은 꿈을 찾는 좋은 방법은 다양한 경험 기회와 여유 있는 시간을 제공해 주면서 스스로 자신의 꿈을 찾기를 기다려주는 것이다.
엄상현 중부대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