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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기고] 경마(競馬)를 보는 시각…중동 '비즈니스', 한국 '불법도박'

김종국 세종대 겸임교수(정책학 박사)

김철훈 기자

기사입력 : 2021-07-07 08:27

김종국 세종대 겸임교수(정책학 박사).이미지 확대보기
김종국 세종대 겸임교수(정책학 박사).
지난 2월 한국마사회 소속 경주마 ‘닉스고(Knicks Go)’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국제경마대회 사우디컵에서 4위를 차지하면서 사우디컵 대회가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우디컵은 총 상금 3050만 달러(약 350억 원)의 세계 최대 상금 경마대회로, 지난해 창설돼 지난 2월 제2회 대회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무관중 경마와 전세계 생중계, 그리고 ‘온라인 발매’ 방식으로 성황리에 치러졌다. 닉스고는 4위 상금 150만 달러(약 16억 6000만 원)를 획득했다.
중동의 맹주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종교(이슬람교)의 이유로 자국 내에서 경마 베팅(마권 발매)을 허용하지 않는다. 우승마를 맞춘 사람에게 일종의 경품을 제공하는 정도이다.

그럼에도 사우디아라비아가 왕실이 주도해 사막에 초호화 경마장과 호텔을 짓고, 세계 권위의 경마대회를 키우는 이유는 왕국의 변화하는 모습을 서방세계에 알리고, 관광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앞서 1996년 아랍에미리트(UAE) 부통령인 쉐이크 모하메드 두바이 국왕이 당시 세계 최대 상금 경마대회였던 ‘두바이 월드컵’을 창설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UAE 역시 자국 내에서는 경마 베팅을 허용하지 않지만, 모하메드 국왕은 1조 원 넘는 공사비를 들여 두바이에 최고급 메이단 경마장과 5성급 호텔, 말박물관 등을 지었다.
모하메드 두바이 국왕은 서방 언론과 인터뷰에서 “중동지역이 경주마(더러브렛종)의 고향”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세계 주요 경마대회 공통의 경주마 품종인 더러브렛(Thoroughbred)은 아라비아 종마와 영국 암말의 교배에서 유래한 품종이다.

사우디 국왕과 왕세자는 영국 여왕이 로열에스콧 경마장에서 엡섬더비 경주를 관람하고 우승마에게 시상하듯, 킹압둘라지즈 경마장에서 사우디컵 대회를 관람하고 우승자에게 직접 시상한다. 경마를 매개로 서방세계에 문화 동질감의 시그널(신호)을 주는 것이다.

경마는 그 자체로 전 세계 연매출 총 143조 원 규모의 대규모 산업인 동시에 국제 비즈니스 교류와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중요한 매개체 역할도 한다.

경마 전통이 깊은 서유럽에서는 주요국 왕실과 친분을 쌓을 때 경마를 매개로 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국가 지도자나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친분을 쌓을 때 함께 골프를 치는 것과 같은 의미인 셈이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대부분 국왕·왕세자 등 왕족들이 열렬한 경마 팬이자 동시에 마주·목장주이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면서 다양한 세제 혜택을 줌으로써 세계 금융 허브로 자리잡으려는 UAE는 왕족이 나서서 경마를 활용해 관광객과 투자자 유치는 물론, 왕실·기업 CEO 등 서방 유력인사들과 친분을 쌓고 있다.

다행히 지난 2월 사우디컵에서 닉스고가 4위를 차지하면서 사우디 왕실은 한국 경마에도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켄터키주 킨랜드 경마장에서 열린 ‘브리더스컵 더트 마일'에서 우승한 한국마사회 경주마 '닉스고(Knicks Go)’의 역주 모습. 사진=브리더스컵 공식 SNS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11월 미국 켄터키주 킨랜드 경마장에서 열린 ‘브리더스컵 더트 마일'에서 우승한 한국마사회 경주마 '닉스고(Knicks Go)’의 역주 모습. 사진=브리더스컵 공식 SNS

우리나라가 건설업이나 원자력발전, 방탄소년단 말고도 경마를 매개로 중동 국가들과 경제·문화 교류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정작 국내 말산업 육성의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등 우리나라 정부 관료들은 이같은 인식이 없을 뿐더러 경마를 오로지 ‘불법도박 온상’으로만 터부시하고 ‘규제 대상’으로 접근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붕괴 위기에 빠진 국내 말산업을 회생시키기 위해 마사회 등 말산업 기관과 종사자, 국회에서 한 목소리로 ‘온라인 베팅 허용’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만 요지부동이다. 불법도박의 부작용만 강조하며 아직 시기상조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 관료들은 중동 국가들이 모든 유형의 도박을 일체 금지하는 종교 이유로 자국 내 경마 베팅을 불허함에도 자국 경마산업을 앞다퉈 키우려는 진의를 간파해야 한다.

경마를 국가 산업으로, 글로벌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선 현재의 ‘우물 안 개구리’식 탁상행정 관료주의를 과감히 벗어던져야 할 것이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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