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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베트남, 같은 직장 10여년의 글로벌 활동, 유혹과 고통

공장 야간 잠행에서 CEO급 해외 출장 기록에 이르기까지

박희준 기자

기사입력 : 2021-07-05 15:58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전무)이미지 확대보기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전무)
"전무님! 제일 힘든 것이 헤드헌터의 유혹이었습니다. 주변의 동기, 선배, 후배들의 전직(轉職) 소식도 계속 저를 괴롭혔습니다."

2012년에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청년사업가양성과정(GYBM) 연수과정에 참가하고 현지 기업에 취업, 베트남 생활 10년차가 된 현진수 차장(가명)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했더니 이런 의외의 답이 왔다. GYBM출신들에게 가끔 연락하면 자리를 옮겼다는 소식이 대다수라 실망했지만, 이 경우는 정반대의 경우로 귀를 쫑긋하고 들었다.
지난 2011년 GYBM을 시작해 베트남과 미얀마, 인도네시아, 태국 등 4개국에 1300여 명의글로벌 인재를 양성해 한국 기업에 공급해 왔다. 취업 기회를 준 회사들이 "잘 키워줘서 고맙다"고 하기도 했지만 만 한 직장에서 길게 다니질 못하고옮겨 다니는 현상에 대한 질책성 피드백이 가장 뼈아프게 들려왔다.

이제 일 좀 시킬 만하니 떠나는 것을 탓하는 기업의 욕심이 아니라, 정작 당사자의 전문성이 축적되질 않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남의 나라까지 와서 고생하며 언어 배우고 했으면 좀 더 큰 미래를 봐야할 텐데 그렇질 못하다는 걱정이었다. 마케팅 측면에서 바이어와 실력 경쟁에서 밀리고, 생산현장의 생산효율, 품질, 가격 등을 챙기는 경쟁에서 실력이 떨어지니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거기에 업무나 인간관계를 이유로 한두 번 직장을 옮기면서 연봉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면 강력한 마약에 중독되는 길에 들어서는 꼴이 되는 것이다. 그 다음은 말을 안 해도 뻔한 이치이다. 직장을 옮기는 것도 습관이 된다. 사업에서 성공하고 전문 최고경영자(CEO)로 크게 성장한 사람들이 말해주는 젊은 날에 가장 경계해야 할 모습들이다.

■입사 1개월에 10년 된 바이어를만난 당혹감


다시 전혀 다른 길을 산 현 차장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현 차장이 처음 입사한 회사는 베트남 호치민에 자리잡은 회사로 주력 제품은 석유에서 추출된 납사(Naphta)로 만드는 합성수지 생활용품 제조 전문의 'KVT(가칭)'사이다. 제품 이해가 까다로와 1개월 동안 제품과 공정 등을 교육받은 후에 현장에 투입되는 게 보통인데 1주일 만에 바이어와 미팅하는 자리에 앉았다. 몇 마디 알아듣는 용어를 제외하고는 KVT제품의 우수성이나 추가 거래 가능성 등의 설명은 고사하고 가격 구성, 생산 공정, 원료의 원산지, 생산 캐파(capacity), 납기 가능 일자 등 어느 하나도 소통하지 못한 참담함과 패배감을 맛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원료 구매처나 완제품 판매처 상대 기업 모두가 미주나 유럽의 글로벌 규모의 기업이며 담당자는 해당 분야에서 10년 이상 종사하며 전문성을 갖춘 베테랑들이었다.

그 충격을 돌파할 방법을 고민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단 현장에 가보자. 그리고 부딪혀 보자'는 생각으로 일과가 끝난 매일 밤마다 생산 현장을 중심으로 구석구석 뒤지기 시작했다. 기계 종류와 대수, 규격, 기기별담당 인원수, 기계 RPM(분당회전수), 작동하는 소리 등등 닥치는 대로 세어보고 메모하고 만져보니 조금씩 전체 그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잔뜩 경계한 현장에 있는 베트남 기능직들도 조금씩 마음의 벽을 허물고 도와주었다. 베트남어를 구사하며 의사소통을 하니 그속도가 빨라지며 가속도가 붙었다.

■주머니 속의 송곳, 낭중지추(囊中之錐)가 되다


힘을 받아 꾸준히 이어가니 눈이 확 뜨이는 순간이 다가왔다. 모든 요소들이 끼워 맞춰지고 상사(上司)나 이웃 부서 동료, 현장의 소리, 심지어는 바이어의 이야기도 무리없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영업과 생산, 한국인과 베트남 현지 직원을 통틀어 제품 관련 최고의 전문가로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됐다. 문제가 생기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설명이나 중재를 부탁받기도 했다. CEO도 그렇게 인정해 주는 낭중지추, 즉 주머니 속의 송곳이 된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업무 투입과 경험은 물론이고 CEO의 해외 출장 동행 기회도 많아지니 경영 전반에 대한 감각도 생기는 마법이 일어났다. 해마다 4~5회 해외 출장, 외주업체 관리, 협력업체 접촉 확대에 이어 독립된 팀장으로 임명되니 경험과 성장이 날개를 달았다. 내친 김에 일본어도 독학해, 베트남어 영어를 포함하면 4개국 언어를 넘나들었다.

회사의 모든 분들의 노력으로 매출은 그 기간 동안 3배나 늘어서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고 회사에 나름대로 기여했다는 마음만으로도 뿌듯해졌다.

■새로운 자리 스카우트의 유혹


이 때부터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헤드헌터를 통해 다른 일자리 제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스카우트하고 싶다는 다른 회사 사장, 같이 사업하자는 거래처 담당자, 심지어는 무역회사를 창업해 본인 회사의 무역 업무를 대행해달라는 공장도 생기며 전방위 유혹이 다가온 것이다. 이 고민의 정체는 행복일까? 불행일까? 걱정이 됐다.

특히, 지난 10여 년간 베트남에 있으며 적지않은 동문들이 자리를 옮겼다는 소식에 들은 걱정과 뒤엉켰다.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면 몇 군데를 옮겨야 되는 것이 아닌가, 조금 더 현대화한 산업분야나 시내 있는 기업에서 근무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들 말이다.

김우중 회장의 가르침 "한 곳에서 10년이면..."

그 때마다 GYBM 과정을 만들어 주신 김우중 회장의 말씀이 머리를 쳤다.
"한 직장에서 최소 10년은 있어야 전문가가 된다". 그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되는 수준이 됐다. '전문가라는 것이 꼭 속해 있는 한 가지 분야에서만 통하는 수준을 넘어 어느 분야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이다'는 생각이다.

연수기간을 포함해 정확하게 8년8개월 동안 근무하며 제품 전문가의 경력이 쌓이니 자연스럽게 시야가 넓어지고, 업무처리도 여유가 생겨 더 많은 기회와 아이디어를 대할 수 있었다.

특히, 모든 산업의 기초가 되는 제조업에 종사하다 보니, 바이어 발굴부터 협상, 원료 구매, 생산, 물류운송, 판매, 후속 조치까지 산업 전체 공정의 직접 경험은 물론, 가격 협상 등에서도 많은 열쇠를 쥐는 수준에 이르렀다. 결국 그 원리는 모든 비즈니스 활동에 동일하게 적용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듣는 내내 필자의 마음도 벅찼다. 이제 글로벌 비즈니스맨이 되는 피가 몸에 도는 사람이 생겨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본인 사업을 전개하는 창업의 기회가 왔을 때 결국 판매하는 것은 제품이다. 그 분야가제조업이든 유통업이든 서비스업이든 내가 가진 제품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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