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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무수골의 무지개 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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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장마가 시작되었다.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에 먹구름이 밀려드는가 싶더니 이내 빗방울이 떨어진다. 장맛비는 때로는 휘모리장단으로 휘몰아치며 장대비를 퍼붓기도 하고, 잠시 잦아드는가 싶으면 다시 빗줄기가 굵어지길 반복하며 좀처럼 그칠 줄 모른다. 다행인 것은 그렇다고 매일 궂은날이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처럼 먹장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이기도 하고, 쨍한 햇살에 다시 비가 기다려지기도 하는 게 장마철 날씨이기도 하다.

잠시 비가 그친 사이, 꽃들의 안부가 궁금하여 자전거를 타고 천변으로 나갔다. 담벼락엔 등황색의 능소화가 한창이고, 천변 둑엔 껑충한 키의 접시꽃들이 개망초 사이로 목을 길게 빼고 나를 반긴다. 수량이 불어 한층 우렁차진 물소리를 들으며 코끝을 스치는 상쾌한 꽃향기에 취해 내친김에 무수골까지 달렸다. 근심 없는 골짜기란 뜻을 간직한 무수골을 찾은 또 하나의 이유는 '무지개 논'을 보기 위함이었다. 초등학생들의 생태체험 학습장이기도 한 무지개 논은 내가 아는 한 서울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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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논은 삶의 터전이자 일상의 풍경이었지만 요즘 도시의 아이들에겐 논의 모든 것이 호기심천국이다. 논은 인간이 만든 최대의 습지로 농촌 생물다양성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자연습지에 비하면 생태적 기능이나 역할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우리들의 주식인 쌀을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쌀은 이미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주식으로 삼고 있는 중요한 식량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물들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하면서 수많은 생태계를 품고 있다. 논에 서식하는 생물은 조류, 어류, 포유류, 양서류, 파충류, 곤충류, 갑각류, 초본류 등 실로 다양하다.

화학비료가 아닌 자연퇴비를 사용하는 논의 흙엔 영양분이 풍부하여 많은 미생물이 번식한다. 그러면 미생물을 먹이로 하는 생물 또한 늘어난다. 논엔 먹이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일정 기간 수위가 안정되어 있고 수온도 높아 어린 개체들이 자라는 데 적합하다. 따라서 많은 생물이 논에서 알을 낳거나 새끼를 키운다. 수로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미꾸라지나 송사리, 메기 등의 물고기도 산란기가 되면 논으로 거슬러 올라온다. 또 물방개나 잠자리 등도 논에 와서 알을 낳고 개구리의 유생인 올챙이도 많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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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많은 생물들에게 서식처를 제공하는 동시에 많은 물을 담고 있는 논은 온도와 자연재해에 대한 완충 기능은 기후변화 적응에도 큰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논에서 자라는 벼는 논으로 들어온 오폐수를 흡수하여 물을 정화하는 기능도 한다. 또한, 벼는 광합성을 하므로 대기 중의 탄산가스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할 뿐 아니라 아황산가스나 질산화합물 같은 유해가스도 정화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년에 논에서 재배하는 벼가 흡수하는 탄산가스의 양이 무려 1309만t, 산소 방출량은 950만t이라고 한다. 단위면적으로 환산하면 산림 못지않은 정화능력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수십 년간 농약 사용 등으로 인해 논 습지와 그 주변에서 서식하던 생물들의 개체수가 감소하면서 많은 종들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었다. 일부지역에서나마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논으로 되살리기 위해 유기농업, 자연농업, 즉 논 농업을 활용한 생물다양성 농업이 실천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논은 좋은 쌀을 생산하기 위해서 건강하게 유지되어야 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어린 학생들에게 생태체험학습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무지개 논'이 무지개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사진없는 기자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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