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환경보호'와 '친환경 첨단소재' 발굴에 골몰하는 조현준(53·사진) 효성그룹 회장의 역발상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 회장은 자동차가 충돌할 때 부풀어 나와 탑승자를 보호하는 공기 주머니(에어백:airbag)를 의류 소재로 활용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평소 창조적 파괴를 강조해온 조 회장의 '독창성(think out of the box)'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18일 효성에 따르면 그룹 내 섬유화학업체 효성첨단소재는 친환경 의류를 만드는 패션 브랜드 ‘강혁’에 에어백 원단을 무상 공급한다고 밝혔다.
강혁에 제공된 에어백 원단은 치수 등 규격이 맞지 않아 판매하지 못하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재킷 700벌을 만들 수 있는 규모다.
강혁은 친환경 업사이클링(up-cycling) 패션 브랜드다. 업사이클링은 재활용(recycling) 차원을 넘어 버려지는 제품에 디자인을 가미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업계 관계자는 "강혁은 벤츠 등 자동차에 쓰인 에어백이나 자동차 천장재 소재를 친환경 패션 제품으로 바꿔왔다"며 "특히 에어백 원단에 인쇄되어 있는 로고, 바코드, 봉제선 등을 그대로 활용한 제품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확대보기효성첨단소재는 이번 협업을 계기로 앞으로 강혁과 소재 공급 등 다양한 협업에 나설 방침이다.
효성첨단소재 관계자는 "효성첨단소재는 에어백 원단 뿐 아니라 시트벨트용 섬유, 아라미드 섬유, 탄소섬유, 카펫 등 다양한 산업용 소재를 만든다"며 "특히 국제 리사이클링 요구사항 ‘GRS(Global Recycled Standard)’를 획득한 효성첨단소재의 친환경 섬유는 강혁이 추구하는 지속가능성과 궤도를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효성첨단소재와 강혁의 협업은 조 회장이 먼저 강혁에 제안해 성사됐다.
판매하지 못하는 에어백을 재활용해 의류를 만드는 강혁과 버려진 페트병으로 친환경 섬유를 만들어 온 효성첨단소재가 의기투합해 소비자의 친환경 인식을 한층 더 높여줄 것이라는 게 조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한편 효성첨단소재는 에어백 뿐만 아니라 '리젠'을 비롯해 다양한 기능성 소재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강혁이 다양한 친환경 의류를 제작해 해외로 수출하도록 하는 등 협업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효성이 폐(廢)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원사인 리젠은 최근 '리젠제주', '리젠서울', '리젠오션' 등 공공기관과 협업해 국내 친환경 재활용 섬유 시장의 모범적인 표준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조 회장은 "소비자들은 이미 높은 수준의 환경 인식과 책임을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며 효성그룹은 앞으로 친환경 첨단소재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경제의 핵심축으로 등장한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자)가 강조하는 윤리적 가치소비와 효성첨단소재와 강혁이 추구하는 제품 트렌드가 맥락을 같이 한다"고 풀이했다.
한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amsa0912@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