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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포드·발렌베리·하이네켄, 부러워만 할 것인가

‘상속세 폭탄’과 ‘갈라파고스 규제’로 ‘100년 장수기업’ 꿈도 못 꿔...‘거위 깃털 뽑기’에서 교훈 얻어야

김민구 기자

기사입력 : 2021-06-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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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포드자동차, 스웨덴 최대기업 발렌베리, 네덜란드 맥주업체 하이네켄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몇 대에 걸쳐 가업을 승계한 장수기업이다.
올해 창립 118년을 맞는 포드는 4대에 걸친 경영세습을 통해 창업주 증손자 윌리엄 클레이 포드 주니어 지휘 아래 전기자동차 시대 맹주로 우뚝 섰다.

앙드레 오스카 발렌베리가 1856년 설립해 올해 165년이 된 발렌베리는 5대에 걸쳐 가업승계를 일궈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제약업체 아스트라제네카를 비롯해 가전업체 일렉트룩스, 통신기업 에릭손 등이 모두 발렌베리 계열사다.

1873년 네달란드 암스테르담에 처음 등장한 맥주업체 하이네켄은 148년이 지난 지금 증손녀 찰린 데 카르발료 하이네켄의 리더십으로 세계 주당((酒黨)을 사로잡은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전 세계 장수기업 리스트를 보면 포드, 발렌베리, 하이네켄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200년이 넘는 세계 장수기업이 7000곳 이상이기 때문이다. 세계 기업사는 이렇게 유구하다.
그러나 국내로 눈을 돌리면 한숨만 나온다. 창업 100년이 넘은 기업이 고작 9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초라한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내일을 예측하기 힘든 기업환경에서 100년을 훌쩍 뛰어넘는 장수기업의 출현은 박수받을 일이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역설한 ‘창조적 파괴’처럼 기업이 100년 이상 이어지려면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을 일궈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수많은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국가 경제발전을 돕는 장수기업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들 기업이 잘 자랄 수 있는 자양분을 줘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정부와 사회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다른 나라 기업 관련 조항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우리 기업에 불리한 갈라파고스 규제가 있다면 머뭇거리지 않고 이를 없애는 게 상식이다.

촌음을 다투며 세계무대에서 처절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기업에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기업 발목에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채우며 세계시장에서 열심히 뛰라고 요구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상속세만 해도 그렇다.

주요국 상속세율을 보면 프랑스 45%, 미국 40%, 독일 30% 등이다. 북유럽 선진국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 15개국은 상속세가 아예 없다. 장수기업이 안 나오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상속세율이 60%가 넘는다. 세율만 따지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분 100%를 물려받은 우리 기업인이 상속세 60%를 내면 지분이 40%로 줄어들고 그다음 세대에서 남은 지분 40%에 또 한 번 60%의 상속세를 내면 최초 지분의 16%만 남는다. 한번 더해 3대째 상속하면 지분이 6.4%로 급감한다.

지분이 한 자릿수로 추락하면 회사 경영권은 냉혹한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한다. 이 정도면 가업승계를 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이 없지 않나.

밀폐용기 제조 국내 1위 기업 ‘락앤락’, 손톱깎이 생산 세계 1위 업체 ‘쓰리세븐’ 등이 ‘약탈적 상속세’에 대대로 이어진 가업을 포기하고 눈물을 흘리며 기업을 팔아치우는 신세가 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포드, 발렌베리, 하이네켄처럼 수백 년간 면면히 이어져 오는 글로벌 장수기업도 한국의 척박한 조세 토양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말라 죽었을 것이다.

징세는 감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이뤄지는 게 상식이다.

루이 14세 때 프랑스 경제를 전성기로 이끈 재무장관 장 바티스트 콜베르(Jean-Baptiste Colbert)가 “거위 깃털(세금)을 뽑더라도 거위(납세자)가 아프지 않게 해야 국가가 성장할 수 있다”는 이른바 ‘거위 깃털 뽑기(plucking the goose)’를 17세기에 설파했지만 수백 년 지난 지금 한국은 오히려 거꾸로 달리고 있다.

혀를 내두를 만한 한국의 살인적인 상속세가 성공한 기업을 증오하는 반(反)기업 정서의 결과물이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 승계까지 막는 현행 상속세율이 이어진다면 국내 기업이 세계 최악의 세금을 피해 해외로 안 나간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오죽했으면 세계 최대 경제신문 중 하나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견딜 수 없는 상속세로 한국 기업들이 위기에 놓여 있다”라는 기사를 썼을까. 우리나라에 팽배한 반기업 정서의 어두운 민낯이 국제사회에 고스란히 드러난 대망신이다.

정부 당국이 세계 흐름과 동떨어진 상속세 폭탄을 떨어뜨린 채 기업에 고용 창출의 화수분이 되어 달라며 읊조리는 것은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해외 유명기업의 국내 유치는 꿈도 꾸지 말기 바란다.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상속세에 국내 우량 기업이 팔려나가는 슬픈 현실에서 장수기업 포드나 발렌베리를 언제까지 부러워만 할 건가.


김민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entlemin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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