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가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서 제외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된 이후 스마트폰 사업이 박살 난 화웨이와는 다른 행보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미국인의 주식투자를 금지한 중국기업 리스트에서 샤오미가 제외됐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샤오미는 트럼프 정부 당시 투자금지 대상기업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블랙리스트에서 제외되면서 이날 홍콩 증시에서 샤오미의 주가는 전일 대비 6% 성장했다.
미국 국방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공산주의 중국 군사기업(CCMC) 리스트로부터 샤오미를 제외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샤오미는 "중국군과 관련이 없다"라고 주장하며 리스트로부터 제외하도록 미국정부를 상대로 제소했다.
샤오미에 대한 미국의 이 같은 반응은 화웨이에 대한 것과 대조적이다. 화웨이는 2019년 미국 수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후 스마트폰 사업이 곤두박질쳤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내 기업에 대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는 제재를 한데 이어 미국의 특허 기술을 활용한 기업들에 대해서도 화웨이와 거래할 수 없도록 강력한 제재를 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도 화웨이와 거래에 어려움을 겪었다.
화웨이는 올해 초 미국 대선 직후 제재가 완화될 것을 기대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대해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중국 동영상 SNS인 틱톡과 대화앱 위챗에 대해서도 이용금지 결정을 했으나 법원이 일시중지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바이든 정부는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하는 반면 제재에는 신중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밖에 화웨이가 중국 군사기업이라는데 미국 정부뿐 아니라 세계 주요국가가 공감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화웨이에 대해 제재하기 위해 유럽과 아시아 등 주요 동맹국을 대상으로 화웨이의 통신장비에 대한 '백도어 논란'을 강조하며 이용하지 말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실제 다수 국가가 이에 공감해 5G 통신장비 선정에서 화웨이를 배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5G 장비 점유율에서는 노키아, 에릭슨과 함께 삼성전자가 수혜를 입기도 했다.
화웨이는 이에 대응해 보안 관련 국제공통평가기준(CC) 인증을 획득하는 등 보안 우수성을 강조했다.
칼 송 화웨이 본사 글로벌 대외협력 및 커뮤니케이션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화웨이는 여러 국가와 백도어가 없다는 협약을 할 의향이 있다. 화웨이 기기에 백도어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 자살 행위와 같기 때문에 백도어가 없다는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또 "보안 분야에 투자도 가장 많이 한다. 사업 30년간 170국개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보안·개인 정보 이슈는 단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화웨이의 이 같은 대응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자국 내 통신사들을 대상으로 화웨이와 ZTE 장비를 철거하고 정부 보조금으로 다른 기업 장비를 설치할 것을 지시했다.
아짓 파이 FCC 위원장은 "화웨이는 창업자부터 모든 계층이 중국 공산당과 정보당국에 연결되어 있다"며 "화웨이에 대한 우려는 실제하며 외부 조직들이 화웨이 통신 장비에서 수많은 보안 취약점을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와 샤오미는 스마트폰을 제외하면 회사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미국의 대응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화웨이와 샤오미 모두 스마트폰을 생산하지만, 화웨이는 통신장비가 주력이고 샤오미는 생활가전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라며 "중국 공산당과 관계에 대해서도 화웨이에 비해 샤오미는 명확하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