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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암호 화폐 투자 ‘광풍’에도 관련 입법은 물론 정의마저 못내리는 한심한 정부

김경수 편집위원

기사입력 : 2021-05-09 21:29

최근 암호화폐 투자 광풍이 부는 가운데 정부가 명확한 기준은 물론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마저 못 내리며 속수무책 행보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암호화폐 투자 광풍이 부는 가운데 정부가 명확한 기준은 물론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마저 못 내리며 속수무책 행보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암호 화폐(가상자산)에 대한 투자가 전 세계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주무 부처마저 없이 내팽개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당장 내년부터 과세하겠다면서도 관련 입법은 물론 사업자 현황마저 파악하지 못하는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 같은 모습만 보이는 게 현실이다. 이렇듯 정부의 대응이 혼선을 빚고 있는 사이 가짜 사이트를 통한 사기까지 횡행하고 있지만, 법과 제도 자체가 없어 암호 화폐에 대한 정의마저 못 내리는 현실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최근 암호 화폐를 자산으로 보유한 기업이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암호 화폐를 무형자산으로 공시한 기업에 따르면 빅 테크 기업인 카카오는 지난해 말 기준 비상장 암호 화폐를 231억 9800만 원어치나 갖고 있다. 게임업체도 암호 화폐로 눈을 돌리고 있다. 네오위즈홀딩스의 신기술 투자 자회사인 네오 플라이는 지난해 말 기준 47억 원 상당의 암호 화폐를 보유했다. 게임 개발업체인 엠게임도 지난해 말 기준 2억9969만 원의 암호 화폐가 있다.

암호 화폐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외식업체도 비트코인 투자에 나섰다. 지난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외식 프랜차이즈 전문기업 식의는 지난해 말 기준 10억 원 상당의 암호 화폐를 갖고 있다. 대부분 비트코인(27.7개)과 이더리움(217.8개)에 투자했다. 올해 치솟은 암호 화폐 가격을 고려하면 투자 수익은 넉 달 사이 3배로 불어났다. 7일(오후 4시 30분 기준) 시세로 계산하면 보유액은 30억 원에 이른다. 이들은 블록체인 기술개발을 위한 것이라지만 이로 인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점에서 투기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한편 해외기업들은 더 적극적으로 암호 화폐를 사들이고 있다. 7일 암호 화폐 정보사이트 비트코인 트레저리스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기업은 미국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 스트래티지다. 이곳은 9만1579개의 비트코인을 갖고 있는데 이날 시세로 따지면 51억3550만 달러(5조7615억 원)에 이른다. 이는 기업 시가 총액(59억3584만 달러)의 84%에 이른다. 2위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로 머스크는 현재까지 15억 달러를 투자해 4만3200개의 비트코인을 사들였다. 현재 가치로 따지면 24억2253만 달러다. 뒤를 이어 온라인 결제업체인 스퀘어(8027개)와 암호 화폐 채굴기업 마라톤 디지털(5425개)의 비트코인 투자 규모도 막대하다.

국세청이 9일 국회에 보낸 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암호 화폐를 다루는 국내 사업자가 22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암호 화폐 거래소로 정부에 등록한 사업자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게다가 암호 화폐 사업자만 별도로 묶은 업종 분류마저 없는 데다 신고 업종도 통신판매, 전자 상거래, 소프트웨어 개발업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어 단속도 여의치 않다. 하지만 이 명단은 암호 화폐를 거래하기 위해 계좌를 튼 업체 자료를 은행으로부터 취합한 것으로 이들 업체가 암호 화폐를 취급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지 정확히 암호 화폐 사업자라고는 볼 순 없다.

그런 가운데 경찰청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일 최근 암호 화폐 시장 과열을 틈타 정식거래소라고 사칭한 가짜 사이트 접속을 유도하는 문자메시지가 급증하며 투자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3개월간 적발한 가상자산 관련 가짜 사이트 피해는 32건으로 이는 지난해 전체 41건에 육박한다. 해당 사이트들은 정상적인 사이트와 유사한 인터넷주소(URL)를 그럴듯하게 만들어 이용자가 아이디와 비밀번호, 일회용 비밀번호생성기(OTP) 인증번호 등을 입력하게 만들어 투자금을 가로채는 방법을 쓰고 있다. 하지만 투자금 손실이 두려워 신고하지 않은 것을 포함 땐 이보다 피해가 더 광범위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의 태도는 한심하기만 하다. 가치를 인정할 수 없는 가상자산 투자자까지 정부가 보호할 수 없다는 금융위원회 입장과 달리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400만 명이 투자한 가상자산을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 탓에 정부 내에서도 가상자산에 대한 컨트롤타워 정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시작할 계획이지만, 정작 과세당국은 사업자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9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정부는 아직 가상자산 주무 부처에 대한 결론마저 내지 못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을 통해 가상화폐거래소를 규율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사견으로는 금융위가 (주무 부처에) 가장 가깝다”고 말했지만, 현재로선 금융위가 가상자산 제도화와 관련한 주무 부처라고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탓에 가상화폐거래소 사업자는 9월 24일까지 실명 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개설하고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등록한 후에만 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 특금법 개정안 이상의 논의는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공시제도’ 등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과세제도에서만큼은 발 빠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내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을 양도 또는 대여해 얻은 소득이 연간 250만 원(기본공제금액)을 넘기면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세율 20% 분리 과세를 천명했다. 반면 내년 대통령 선거 표심을 겨냥한 정치권은 투자자 보호와 제도화를 위한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암호 화폐 투자자의 80%가 20~30대 젊은 유권자라는 점을 의식한 정치적 행보로 해석된다. 정부는 더 큰 혼란이 발생하기 전에 가상자산이 무엇인지 하루 빨리 명확한 정의부터 내리고 그에 맞는 대책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25차례의 부동산정책 실패에서 보듯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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