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영화감독은 어린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동생과 함께 새총을 들고 참새를 잡으러 갔다가 한적한 곳에 있는 학교 담장을 넘는다. 학교 경비한테 걸려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들고 있는 벌을 받았다고 한다.
프랑켄슈타인처럼 생긴 경비들이 지키고 있는 가운데 어두운 반지하에서 벌을 서고 있으려니 너무나 무서워서 형은 동생은 두고 혼자 도망쳤다고 한다. 뒤에서 '형아!'하는 겁에 질린 동생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한참을 달렸다.
하지만 이내 곧 동생한테 미안하고 한편으로 걱정이 되어 동네어귀에서 몇 시간 동안 기다리자 얼굴이 온통 눈물로 젖은 동생이 돌아왔다. 동생은 먼저 줄행랑을 친 형을 원망하기는커녕 다시 '형아!'하고 해맑게 가슴에 안겼다. 당시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 감독은 지금도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같은 중학교 2학년이 된 동생은 같은 반 불량 친구가 장난으로 던진 야구공에 눈을 맞아 아주 심하게 다쳤다. 한참 사춘기였던 형은 동생 대신 그를 두들겨 패주려고 나섰다가 큰 덩치에 사납게 생긴걸 보고 그냥 용기가 없어 돌아왔다고 회고한다.
동생은 그 일로 시력까지 저하됐다. 하지만 동생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못했던 감독은 왜 이렇게 비겁하게 살았던지 후회하며 혼자만의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동생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던 감독은 이제 용기를 내어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영화'를 기획, 최근 시나리오를 마무리했다. 학교폭력 신고전화가 117이다보니 누구나 이를 기억하도록 영화제목을 '1학년 1반 7번'으로 했다.
부모가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자녀를 위해 복수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제법 출품됐다. 특히 피해를 당한 딸을 위하여 저질체력인 주인공이 다니던 회사까지 때려치우고 어린나이의 싸움꾼을 사부로 모시고 길거리 싸움을 배운다. 결국 혼자 힘으로 딸을 괴롭힌 학교폭력 청소년을 물리치고 가정을 지켜낸다는 지극히 단순한 줄거리이지만 영화의 메시지가 널리 알려져 학교폭력이 없는 세상이 왔으면 한다.
1학년 1반 7번 영화에서는 학부모들이 단체행동을 나서는데 그렇다고 단체폭력을 행사하는 건 아니다. 전국 규모의 네트워크를 인터넷을 통해 조직한다. 그리고 서로가 자녀들을 지키기 위하여 자금을 모아서 상조회사를 만들고 학생들을 지켜주는 경호회사까지 차린다.
군인보험까지 나오는 현 시점에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상조회사를 만드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고 가치있는 일이다. 단지 보험은 사후보상 성격이지만 상조회사는 사전 예방적 차원이라 더욱 실용성이 있어 보인다.
김흥철 감독에 따르면 현재 상조회사 설립이 실제로 진행 중에 있으며 이 영화도 실질적인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상조회사 설립을 위한 홍보 목적도 있다고 귀띔한다.
영화가 현실에 참여하고 기여하게 되는 실질적인 사례가 되는 이 영화는 현재 엄청난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학교폭력이라는 오래된 문제에 대하여 해결의 기폭제가 되었으면 한다. 감독은 친형인 김흥도 감독의 어린시절 회고를 듣고 기획했다고 한다.
부모님 제사 때 오래 만에 만난 이들 형제들은 중학교 입학을 앞둔 조카들을 걱정하면서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김감독은 이야기를 듣고 두 번 놀랐다. 실제로 그 일을 당한 자신은 전혀 기억도 못하고 있는 사실에 놀랐고 다른 하나는 형의 자신에 대한 사랑의 크기에 감동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