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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반도체 화상회의’ 이후 고민 깊어가는 K-반도체, K-배터리의 앞날

김경수 편집위원

기사입력 : 2021-04-14 02:55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각 12일 열린 미국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복원에 관한 최고경영자(CEO) 화상 회의에 참석해 실리콘 웨이퍼를 들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각 12일 열린 미국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복원에 관한 최고경영자(CEO) 화상 회의에 참석해 실리콘 웨이퍼를 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각 12일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전 세계적인 공급난을 겪고 있는 반도체와 배터리를 ‘전략 인프라’로 규정하고 중국을 배제한 미국 중심의 시장재편을 천명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입지가 곤란하게 됐다. 향후 한국 반도체와 배터리 업체들이 향후 신규 공장을 추진할 때 미국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한편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는 단기적으로는 차량용 반도체 중심의 공급 부족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 체계 재편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민이 깊어진다. 당장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확대를 통한 공급 문제 해결을 얘기하지만, 향후 한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인 D램과 낸드플래시도 미국에서 만들라고 압박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한 경영진에 투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직접적인 규모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 중요성을 강조했단 대목에서 삼성전자의 고심이 깊어진다. 어느 규모까지 투자해야 미국 정부와 바이든 대통령이 흡족해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은 170억 달러를 투자하며 반도체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이번 서밋을 계기로 해당 공장 증설 계획은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게다가 삼성전자와 함께 이날 회의에 참석한 19개 기업 중 하나인 인텔이 회의 직후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 투자 요구에 즉각 응답하며 향후 6~9개월 이내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나서겠다고 화답하고 나선 것도 부담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초미세화 공정을 통해 생산하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인텔이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나서겠다고 앞장서면서 등 떠밀린 삼성전자 역시 어떻게든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오스틴 공장 가동률을 높여 라인을 증설해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이번 회의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또 다른 혹 하나를 더 달게 된 셈이다.

또 다른 문제는 반도체 생산거점의 재편 문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를 한국과 중국에서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기흥, 화성, 평택 그리고 중국 시안 공장에서, SK하이닉스는 이천, 청주 그리고 중국 우시, 충칭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를 만든다. 첨단 공정은 한국에서 소화하고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품은 중국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중국으로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함이다.

어쨌든 삼성전자는 추진 중이던 미국 투자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게 됐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170억 달러(약 19조15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투자를 검토 중이었다. 미국 오스틴, 애리조나, 뉴욕 그리고 한국을 후보지로 염두에 뒀으나 최근 분위기로 볼 때 미국 투자가 유력하게 됐으며 투자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K하이닉스 역시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마케팅 법인만 두고 있어 공장을 신규로 투자할 상황이 아니다.

또 다른 문제는 신규투자가 미국에만 몰리면서 최대 수요처인 중국 측의 불만을 살 여지도 크다는 점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3일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한중 외교회담에서 우리 정부에 반도체와 5세대(5G) 이동통신 분야 협력을 요구한 바 있다. 업계는 이번 회의 결과를 지켜본 중국이 삼성전자에 반도체 투자에 속도를 내 달란 요구를 해 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중국을 직접 언급했단 점에서 중국 역시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러한 어려움은 배터리 업계도 마찬가지다. 한국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미국에 공장이 없는 삼성SDI도 미국 공장 추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으로 2025년 7월 1일까지 부품의 75%가 역내에서 만들어져야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SDI가 13일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혀진다.

미국에 공장이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700여 일간 끌어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를 둘러싼 소송전을 서둘러 매듭지은 것 역시 백악관의 의향이 배경에 있었으며, 최대 승자는 바이든 대통령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이유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무역위원회(ITC)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입금지 조처 이후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다. 따라서 거부권 행사 직전 합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됐다는 얘기다.

어쨌든 이번 백악과 반도체 화상회의‘는 한국 반도체와 배터리 업계에 큰 숙제를 안긴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트럼프 정부 때보다 더 강력한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천명한 미국과 최대 수요처인 중국 사이에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국내공장 증설은 엄두도 못 낼 형편이 되면서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도 우려된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가운데 과연 이들 회사가 어떤 ‘솔로몬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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