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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도루묵, 재미 더하기 의미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 2021-03-1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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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씨줄과 날줄로 천을 짜듯, 인생은 재미와 의미가 어우러질 때 뭔가 이루어진다. 너무 재미나 피곤한 줄 모르는 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때도 있고, 의미는 있지만 싫은 일에서 새로운 재미를 맛볼 때도 있다. 오늘 이야기는 재미 삼아 도루묵의 어원에서 시작해 본다. 어떤 의미가 있을지 기대해 보자.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던가? 임진왜란 때 피난 길에서 선조 임금은 ‘목’이라는 생선을 맛있게 먹었다. 그 맛에 걸맞게 생선의 이름을 “은어(銀魚)라고 하라”고 했다. 대궐로 돌아온 임금은 예전처럼 산해진미를 먹었는데, 어느 날 불현듯 피난 길 은어가 떠올랐다. 하지만 임금이 다시 먹어본 은어의 맛은 기대에 못 미쳤다. 실망한 임금은 이름을 “도로 목이라고 하라“고 명하여 ‘은어’가 ‘도로목’이 되었고, 오늘날 ‘도루묵’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 도루묵의 어원은 전설에 속한다.
이와 달리 ‘도루묵의 어원’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도루묵은 ‘돌목(目)’이라는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돌목 즉 도루묵의 눈은 몸통보다 좀 크고 약간 튀어나왔다. 다른 ‘목(目)’자 계열의 생선 중에 ‘열목(熱目)’은 눈이 적색이고, ‘비목(比目)’ 즉 넙치는 눈이 한쪽에 나란히 있으며, 관목(貫目) 즉 과메기는 눈을 꿰어 말린 생선이다. 돌목의 ‘돌’은 ‘흔하고 하찮은’ ‘질이 떨어지는’이라는 의미를 띠기도 한다. 일반 고래보다 작은 ‘돌고래’나, 일반 붕어보다 질이 떨어지는 ‘돌붕어‘처럼, 도루묵은 품질이 낮은 하찮은 물고기로 여겼다. 이 돌목이 도르목(멸치에서 며르치처럼)이 되고, 도로목, 도로묵을 거쳐 도루묵으로 변했다고 한다. 그렇다. 이 도루묵의 어원이 ‘전설 따라 삼천리’ 어원보다 진실에 가깝다. 그런데 ‘맑은 물에 고기 안 논다’ 하지 않던가? 왠지 재미없으니 여기서는 전설을 택하기로 한다.

도루묵은 어렸을 때 구이, 찜, 찌개로 많이 먹었다. 특히 도루묵 알이 톡톡 터지는 식감은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서 도루묵 찜을 만들어, 선조 임금처럼 잔뜩 기대하며 맛을 보았다. 도루묵 알은 여전히 입안에서 톡톡 터졌다. 그러나 그 맛은 추억의 맛에 미치지 못했다. 왜? 어린 시절엔 먹을거리가 부족했지만, 지금은 임금보다 더 좋은 걸 먹고 있지 않은가. 임금도 못 먹어본 피자, 파스타, 와인, 치즈에도 익숙하지 않은가. 오호통재(嗚呼痛哉)라! 인생의 재미 하나를 잃었고, 의미마저 사라진 듯하구나.

아니! 그럴 수는 없지. 재미있게 먹고 의미도 찾아야지. 그래서 매운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추가하고 알의 끈적거리는 부위도 좀 제거한 후 찜을 완성하자 추억의 맛이 99퍼센트 되살아났다. 알도 뽀도독 추억의 소리를 들려주었다. 이제 도루묵의 영양과 기능성을 덧붙여 고개를 갸웃거리는 1퍼센트 미각마저 설득하면 금상첨화겠지.

도루묵과 도루묵 알은 단백질과 필수지방산이 풍부하다. 단백질을 가수분해한 저분자 펩타이드는 항산화작용과 항염증작용이 있다. 특히 알의 콜라겐을 가수분해한 펩타이드는 관절 건강과 피부에 좋다. DHA와 EPA도 불포화지방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다. 어떤가? 도루묵, 재미에 의미를 더하니 더 맛있지 않은가?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사진없는 기자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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