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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1년, 독일 해운조선업의 `K자 회복`

기사입력 : 2021-03-12 00:00

- 해운업계, 글로벌 수요 회복∙저유가∙노선 효율화 3박자로 반등에 성공 -

- 조선업계, 크루즈산업 침체 장기화로 전방위 구조조정 가속화


2020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은 글로벌 경제 전반에 `K자 회복`의 그림자를 남기고 있다. 자산시장과 실물경제간의 괴리가 확대된 가운데 실물경제 내에서도 비대면 비중이 높은 제조업과 대면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간 K자 회복 추세가 뚜렷하다.
독일에서는 2020년 3월~4월 코로나19 1차 유행 당시에 자동차산업 등 주요 제조업 공장들이 가동을 전면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였다. 이는 크게 글로벌 밸류체인(GVC) 약화로 인한 생산 차질,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 소비 심리 위축, 사업장 내 감염자 발생이라는 3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하지만 여름철에 접어들면서 바이러스 확산세가 주춤해진 가운데 제조업체들의 생산체계는 차츰 정상화되었다. 2020년 10월 중순부터 2021년 3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2차 유행은 1차 유행보다 수치상으로는 더 심각하지만 1차 유행을 이미 경험했던 제조업체들은 그 사이 기존의 공급망을 일정 수준 다변화하였고, 사업장 내 방역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면서 생산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반기 들어 미국, 중국 등 거대 시장의 수요가 꾸준하게 회복되면서 독일 제조업 경기도 서서히 침체 국면을 벗어나고 있다.

반면 서비스업은 제조업에 비해 팬데믹을 딛고 회복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요식업, 여행업 등 기본적으로 대면성이 높은 다수의 서비스업계에 영업 자체가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2020년 10월부터 코로나19 2차 유행을 맞아 2020년 11월 2일부터 2021년 3월 현재까지 록다운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록다운 초기에는 모임 인원을 최대 10명 이하로만 제한하였지만 감염세가 거세지면서 본인 가구 제외 최대 1명으로 강화되었고, 2021년 3월 8일부터는 최대 2가구 5명으로 일부 완화되었다. 요식업은 방문 포장만 허용, 슈퍼마켓 등 생필품점 외 상점은 장기간 오프라인 영업을 중단되는 등 한국의 방역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수준의 방역 조치가 계속되는 중이다.
이처럼 제조업과 서비스업 경기가 양극화되는 가운데 독일 해운조선업도 해운업계와 조선업계간 K자 회복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 원인을 자세히 분석하면서 우리 선박 기자재 업체의 사업 기회를 살펴보자.

독일 해운업계, 코로나19 위기 딛고 V자 반등

해운업(해상운송업)은 업종 분류로는 서비스업에 포함되나, 물품의 이동이 수반되는 특성상 제조업 경기와 글로벌 교역량에 업황이 연동된다. 항공과 철도 등 다양한 운송수단이 있지만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에 따르면 국제물류 운송수단에서 해운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80%에 이른다.
2020년 2~4월 코로나19 팬데믹 1차 유행으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면서 독일 해운업 업황도 급속히 악화되었다. 독일 물류 포워딩 업체 A사 관계자는 “당시 유럽지역에서는 2020년 1월부터 계속되는 기상 악화로 전체적인 선박운항에 차질이 발생했었는데, 2월에는 세계 최대 물동량을 보유한 중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 속에서 춘절 연휴를 연장하면서 유럽-중국간 노선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에서 노선 결항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2020년 3월에는 본격적인 팬데믹 속 글로벌 물동량 급감하기 시작했으며, 세계 주요 항만에서 화물 처리가 지연되면서 독일 해운선사들이 가용할 수 있는 공컨테이너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3월 첫째 주에만 유럽 및 미주발 아시아 노선 77개가 결항되면서 중국 주요항만에는 컨테이너 적체 현상, 반대로 유럽 및 미주 항만에는 공컨테이너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독일 최대 항만인 함부르크항은 공컨테이너가 평시 대비 약 33% 부족한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독일 최대 컨테이너 해운 선사 하파그로이드(Hapag-Lloyd)는 공컨테이너 추가 임차뿐만 아니라, 내용연수 종료가 임박한 공컨테이너도 당초 예정보다 오래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독일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되었으나, 2020년 결산을 마무리하는 현재 독일 해운업계, 특히 컨테이너 선사는 V자 반등에 성공하며 순항하고 있다.
하파그로이드(Hapag-Lloyd)가 2021년 1월 발표한 2020년 실적 잠정치를 살펴보면 동사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팬데믹 여파 속 2020년 1,180만 TEU를 기록하여 2019년 1,200만 TEU에 비해 약 1.6% 감소하였다. 그러나 운임 상승 속 매출액은 146억 달러를 기록해 오히려 2019년 141억 달러보다 3.5% 상승하였으며, 특히 실질적인 영업활동의 성과를 나타내는 감가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2019년 22억 달러에서 2020년 31억 달러로 약 41% 급증하였다.
2016년 독일의 또 다른 대형 컨테이너 선사인 함부르크 쥐트(Hamburg Süd)를 인수한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 머스크 라인(Maersk Line, 덴마크에 본사 소재)도 2020년 컨테이너 물동량이 2,527만 TEU으로 2019년 2,659만 TEU보다 약 5% 감소하며 팬데믹의 여파를 실감했다. 하지만 매출액은 2020년 291.8억 달러를 기록해 2019년 287.8억 달러 대비 1.4% 증가하였으며, 감가상각전 영업이익(EBITDA)는 65.5억 달러로 2019년 44.4억 달러 대비 약 48% 성장하였다.

하팍로이드 및 머스크 라인 컨테이너 해운부문 실적 추이(2019~2020)
(단위: 백만 TEU, 억 달러)
< 하파그로이드 > < 머스크 라인 해운부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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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하파그로이드, 머스크 라인

양사 모두 공통적으로 물동량을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40% 넘게 증가하였다. 유럽을 대표하는 두 해운선사가 2020년 1~2분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입은 후 가파른 V자 반등을 시현할 수 있었던 이유로 아래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① 글로벌 수요 회복
독일 경제는 수출 중심 경제 성장모델로 세계은행에 따르면 독일의 2019년 기준 무역의존도는 약 88%, 수출의존도는 약 47%를 기록하였다. 이는 G20 국가 내 1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독일의 수출입은 글로벌 교역량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한다. 세계무역기구(WTO)는 2020년 4월 코로나19 위기로 글로벌 교역액이 13~32%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하였고, 결과적으로 2020년 독일의 수출입액도 각각 전년대비 9.3%, 7.1% 감소하였다.
* 무역의존도는 GDP 대비 수출입액 비중, 수출의존도는 GDP 대비 수출액 비중임.
그러나 독일의 수출입액은 코로나19 팬데믹 1차 유행이 정점에 이르렀던 2020년 4월에 전월대비 20% 이상 급감한 이후 빠르게 반등하였다. 이러한 추세는 독일 최대 항만인 함부르크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독일의 월별 수출입액 추이(2019년 12월~2020년 12월)
(단위: 십억 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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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계절 조정은 미반영
자료: 독일 연방통계청(DESTATIS)

독일 함부르크항 분기별 컨테이너 물동량 추이(2020년)
(단위: 백만 T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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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함부르크항만공사(Hafen Hamburg)

이는 미국, 중국 등 거대 시장의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머스크 라인의 2020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 수요는 2019년 대비 2% 감소했으나,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실시한 미국에서 하반기 들어 민간소비가 크게 증가하면서 감소폭을 줄였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면서 운동기구, 자전거, DIY 품목, 가구, 전자 제품 등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0년 권역별 컨테이너 해운시장 성장률(2019년 대비)
(단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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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머스크 라인

② 노선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확보
글로벌 수요 회복과 함께 독일 등 유럽 해운선사들이 업황을 개선할 수 있었던 다른 이유로는 노선 효율화를 꼽을 수 있다. 2020년 3~4월 유럽 해운사들은 물동량이 줄어들자 비용 절감을 위해 운항 노선을 줄이고 운항 취소를 단행하는 등 고육책을 단행하였다. 화물 운송 수요가 줄어들자 공급측면의 선복(shipping space, 선박 내 화물 적재 공간)을 같이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독일선주협회(VDR, Verband Deutscher Reeder)에 따르면 2020년 5월에는 전 세계 컨테이너선의 11.3 %가 운항을 중단하였다. 이는 약 520 척의 컨테이너선이 유휴 상태로 정박해 있다는 것을 뜻하며 물동량 기준으로는 265만 TEU에 맞먹는 수치였다. 독일 최대이자 세계 5대 선사인 하팍로이드는 2020년 6월 수익성 악화 속에 2020년 가을까지 운항 축소하는 계획을 발표하였으며, 일부 선박은 수에즈 운하 통항료를 절감하기 위해 가격이 저렴한 남아공 희망봉을 경유하도록 노선을 조정하였다.
또한 기본적으로 글로벌 해운 선사들이 해운동맹을 결성하여 선사간 과도한 운임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감소를 방지한 것도 선복 조절 협력에 도움이 되었다. 하팍로이드는 세계 3대 해운 동맹 중 한국의 HMM(구 현대상선)이 소속된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에 속해 있으며, 머스크 라인은 스위스 MSC와 함께 `2M 얼라이언스(2M Alliance)`를 이끌고 있다. `오션 얼라이언스(Ocean Alliance)`까지 합한 총 3개의 해운동맹 소속 선사들이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80%에 육박한다. 이러한 거대 해운동맹들이 선사들 사이의 과도한 경쟁을 예방하는 역할을 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선복 공급에 대한 선사간 협력이 보다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세계 3대 해운동맹 소속회사 및 물동량 현황(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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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일본의 3대 선사였던 NYK, MOL, K-LINE은 Ocean Network Express(ONE)으로 통합됨.
자료: Shiplilly

이처럼 글로벌 해운선사들이 운항을 축소한 상황에서 앞서 살펴본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자 상황이 역전되어 선박 공급 부족현상이 심화되었다. 그 결과, 세계 컨테이너 운임지수(WCI)*는 5월 28일 기준 1,575.97 달러/FEU(40피트 컨테이너)**에서 12월 10일에는 3,451.32달러/FEU로 2배 이상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이를 통해 하팍로이드, 머스크 라인, CMA CGM(프랑스)와 같은 유럽 해운선사들은 기록적인 매출 흑자를 달성할 수 있었으며, 컨테이너 운임지수는 2021년 들어서도 상승 추세에 있다.
* 영국의 글로벌 해운조선업 리서치 기관인 드로리(Drewry)에서 발표하는 지수로 아시아, 북미, 유럽 등 주요 8개 기간항로(Main Line)를 중심으로 집계하는 통계임.

세계 컨테이너 운임지수(WCI) 추이(2019.3~2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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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0피트 컨테이너(FEU) 1개당 해상운임 추이를 나타냄.
자료: Drewry

③ 저유가를 통한 비용 절감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는 선박 운송 수요가 감소했으나 해운 선사들이 선박 공급을 줄이고 노선을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하였고, 점차 글로벌 수요가 점차 회복되면서 운임은 오히려 상승하였다. 여기에 전반적인 유가 하락은 해운 선사에 비용 절감효과를 불러왔다.
원래 2020년은 친환경 해운 시대 원년으로서 선사들의 비용 증가가 예상되던 시기였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 1월 1일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기존의 3.5%에서 0.5%로 강화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운 선사는 저유황유 사용, 탈황장치(스크러버) 설치 또는 아예 기존 선박 대신 LNG 추진선을 도입하는 3가지 방안 중에서 효율성을 고려해 하나를 택해야 했다.
선사 입장에서는 신규 투자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저유황유인 VLSFO(Very Low Sulphur Fuel Oil, 황 함유량 0.5% 이하 연료)를 쓰는 것이 선박에 탈황장치*를 설치하거나, 신규 LNG 추진선을 도입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다. 다만, 저유황유 가격이 고유황유 HSFO(High Sulphur Fuel Oil, 황 함유량 0.5% 초과 연료)의 약 2배에 육박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 글로벌 금융 정보 서비스업체인 S&P 글로벌에 따르면 선박에 따라 탈황장치 설치비용은 대략 1백만 달러~5백만 달러 수준임.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세계 각국이 록다운에 들어간 가운데 선박 운송 수요가 급감하자어들자 저유황유 가격도 따라서 급락하게 되었다. 2020년 1월 1일까지만 해도 정상적으로 유지되던 저유황유와 고유황유의 가격차이(스프레드)가 급속하게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7월말에는 고유황유 가격이 저유황유의 약 80%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다. 이처럼 저유황유의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저렴해진 저유황유 구입을 통해 탈황장치 설치나 LNG선 도입 시기를 조율할 재정적∙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었다.

국제 저유황유(VLSFO) 및 고유황유(HSFO) 가격 추이(2019.12~2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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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싱가포르 선박연료 시장 기준
자료: Integr8 Fuels

독일 조선업계, 코로나19 위기 속 구조조정 가속화

코로나19 팬데믹 초창기의 위기를 딛고 완연한 업황 개선에 웃는 독일 해운업계와 달리 조선업계는 크루즈산업 침체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독일 정부는 고용 창출 기여도가 높은 조선업에 긴급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나 조선업계 내 구조조정은 점차 가속화되는 중이다.
기본적으로 조선업은 도크, 대형 크레인 등 선박 건조를 위해 대형 설비를 갖추어야 한다는 점에서 자본집약적이고, 선주(Ship Owner)의 요구에 맞춰 설계부터 제조까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문 설계 생산방식(ETO, Engineer to Order)으로 운영되기에 복합적인 기술력이 요구되는 기술집약적 산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조선업은 제조 공정이 복잡다단하며 거대 장치산업으로서 그간 자동화에 한계가 있어 노동집약적인 성격이 강해 글로벌 조선업의 중심축이 1970년대부터 유럽에서 아시아로 서서히 이동하였다.
2019년 12월 말 수주잔량 기준 약 177만 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로 세계 6위*, 유럽 3위 규모를 자랑하는 독일 조선산업도 1970년대에는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 아시아 국가들이 조선업계 강자로 부상하면서 심각한 불황에 직면하였다. 이에 따라 독일은 가격경쟁력이 부족한 화물선의 비율을 줄이는 동시에 다수의 조선소를 폐쇄하고 경쟁력 있는 곳들만 일부 남겨 크루즈선 및 페리, 풍력 특수선 등의 고부가가치 선종 건조에 집중하였다. 그 결과, 독일은 마이어 베르프트(Meyer Werft) 등 크루즈선 및 페리 건조에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조선소들을 보유하며 다년간 침체된 글로벌 조선업 경기에서도 2019년까지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하였다. 독일 조선업에서 크루즈선과 요트 등 레저용 선박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선박 인도액 기준으로 90.5%에 이르렀다.
* 중국(2,709만CGT), 한국(2,070만CGT), 일본(1,202만CGT), 이탈리아(423만CGT), 프랑스(211만CGT) 순

독일 조선산업 내 레저선박의 CGT 및 매출액 점유율(2019)
(단위: %)
< 레저선박의 CGT 점유율 > < 레저선박의 매출액 점유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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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독일 조선해양기술협회(VSM)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크루즈산업 등 관광업 전반이 일시 정지되면서 레저선박 비율이 높은 독일 조선업은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카니발, 로얄 캐리비안 등 글로벌 크루즈선사들이 매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독일 조선소에서는 수주 절벽 현상뿐만 아니라, 건조 중인 선박의 인도도 취소되는 사례가 속출하였다. 이렇다 보니 선박 기자재 납품업체들의 사업 환경도 함께 악화되었다. 이처럼 독일 조선업은 가격경쟁력이 약한 화물선을 거의 취급하지 않으면서 글로벌 해운업 업황과의 괴리가 커져왔기에 2020년 2~3분기부터 진행된 해운업 경기 회복에도 큰 수혜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 결과, 독일 조선해양기술협회(VSM)에 따르면 독일 조선업계의 수주량이 8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크루즈선사 매출액 추이(2019~2020년)
(단위: 억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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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괄호 안은 본사 소재국이며 매출액은 소수점 둘째자리에서 반올림 처리.
투이 크루즈의 매출액은 1유로/1.19달러를 적용하여 달러 환산
자료: 각 기업 홈페이지

독일 주요 조선소 최신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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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각 기업 홈페이지, 북독일방송(NDR)

독일 조선업계는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일 조선업계에 크게 3가지 트렌드가 떠오르고 있다.
① 친환경화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양연료 황함유량 규제 강화로 2020년부터 본격적인 친환경 선박 시대가 시작되었다. 환경규제 정책에 따른 노후 선박의 친환경화 작업이 시급한 시점에서 EU 차원의 기금 투입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독일 조선업계도 이에 맞춰 친환경 선박 분야 투자를 확대하는 중이다. 독일 선박관리업체 B사 관계자가 “독일 선사들이 친환경 선박 시대를 맞아 LNG선 관련 부품, 탈황 장치(스크러버) 등 친환경 선박 제품에 관심이 많은 상황”이라고 밝히는 등 관련 분야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선박 기자재 업체와 독일 조선업계간 협력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수소 에너지를 활용한 탈탄소화가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다. 독일 연방정부가 2020년 6월 `국가수소전략(Nationale Wasserstoffstrategie)`을 발표하면서 수소를 활용한 운송업의 탈탄소화를 추진하고 있어 독일 조선업계 내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수주 급감한 상황에서 이러한 친환경 선박으로의 건∙개조와 수소 선박 연구개발 등은 탄소 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발 맞추며 조선업 위기에도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② 디지털화
독일 조선업계는 인더스트리 4.0 트렌드와 연계하여 무인 또는 자동화 선박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어 스마트 선박 부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자동 생산체계 구축 등 생산공정 최적화 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화를 통해 전반적인 생산공정을 효율화하면서 조선업이 가진 기존의 노동집약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③ 공공발주 확대 가능성
앞서 살펴본 것처럼 독일 조선업은 크루즈선을 주력으로 하여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 공략에 성공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크루즈산업 침체로 경영난에 직면하였다. 미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확대되고 있으나, 국가간 이동을 수반하는 크루즈산업의 특성상 전 세계적인 백신 보급이 본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크루즈산업의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독일 조선업계에서는 수주 급감에 대한 현실적인 타개책으로 군함, 쇄빙선, 연구선 등 공공선박 발주에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독일 정부는 2020년 2월 국방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군함 건조 기술을 국가 핵심기술로 새로이 선정하였다. 원래 독일 정부는 신규 군함 발주 시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발주를 진행해야 했으나, 상기 조치로 독일 조선업체의 프로젝트 직접 수주가 가능해졌다. 독일 조선해양산업협회(VSM) 크리스티안 쉴링 회장은 당시 “군함 건조 기술을 국가 핵심 기술로 채택한 정부의 결정을 환영하며 이는 향후 독일 조선업체의 수주 증가를 위한 필수적인 정책이다”고 밝혔으며, 업계에서는 이로써 독일 조선산업의 R&D 강화 및 효율적인 선박 건조 기술 개발을 위한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2020년 6월 집권여당인 기민기사당 연합(CDU·CSU)과 연정파트너인 사민당(SPD)은 독일 조선소에 해군 전함 및 각종 연구선을 발주하여 조선소를 지원하자는 의견을 내놓는 등 관련 논의가 연방정부 차원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향후 독일 조선소를 대상으로 군함, 쇄빙선, 연구소 등의 공공선박 발주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시사점

오는 3월 11일(목)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팬데믹을 선언한지 만 1년이 된다. 이후 세계 곳곳에서 감지되는 양극화 현상은 `K자형 회복`이란 단어를 유행시켰다. 산업 차원에서도 비대면 중심의 제조업은 업황 회복이 비교적 빠른 반면, 대면 중심의 서비스업은 장기화되는 팬데믹 속에서 백신 보급을 통한 점진적인 회복을 기대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독일의 해운업계과 조선업계는 해양산업(Marine Industry)이라는 공통 분모에 속해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뚜렷한 K자 회복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서비스업에 속하지만 제조업 경기에 연동되는 해운업계는 2020년 1~2분기 글로벌 해상 운송 수요가 급감하였으나, 선박 공급 감축과 노선 효율화로 대응하였고 저유가로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다. 이후 글로벌 수요의 빠른 회복 속에 시장 협상력을 보유한 독일 및 유럽 컨테이너 선사들은 오히려 2019년을 능가하는 실적을 기록하였다.
반면, 제조업에 속하지만 크루즈산업 등 서비스업 경기에 연동된 독일 조선업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산하 세계관광기구(UNWTO)가 2021년 1월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관광업 전문가의 41%가 글로벌 관광업이 코로나19 수준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024년은 되어야 할 것으로 내다보는 상황에서 레저선박을 주력으로 삼는 독일 조선소들은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독일 조선업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조선 경기가 다년간 침체된 시기에도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 집중하면서 글로벌 조선업계의 롤모델이 되어왔기에 불과 1년만에 나타난 이러한 갑작스러운 변화는 매우 생소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선박 친환경화, 디지털화 및 공공 발주 확대가능성은 독일 조선업이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친환경·디지털 선박 부품 및 관련 기술을 보유한 우리 기업과 코로나19 위기를 딛고 일어날 독일 조선업과의 협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해본다.


자료: 독일 조선해양협회(VSM), 독일선주협회(VDR), 독일 연방통계청(DESTATIS), 독일 연방경제에너지부(BMWi), 함부르크항만공사(Hafen Hamburg), 라이프니츠 경제 연구소(RWI-Leibniz), 브레멘 해운 경제 물류 연구소(ISL),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북독일 방송(NDR), 일간지 벨트(Welt), 일간지 슈피겔(Spiegel), Shiplilly, S&P Global, Drewry, Integr8 Fuels, Statista, 해양수산부 및 KOTRA 함부르크 무역관 보유자료 종합

썸네일: 함부르크항만공사(Hafen Hamburg / Falcon Crest Air, https://www.hafen-hamburg.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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