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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새싹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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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모처럼 볕이 따뜻하다.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우수절에 때 아닌 한파가 들이닥쳐 세상을 꽁꽁 얼리며 봄에 대해 웃자란 기대를 싹둑 자르는가 싶더니 은근하게 어깨를 짚어오는 햇살이 밤새 다투고 돌아섰다가 이내 마음이 풀린 아내의 손길처럼 더없이 따사롭다.

봄바람은 평생을 두고 헤아려도 알 수 없는 여인의 마음만큼이나 변덕스러워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빙점을 사이에 두고 오르내리길 거듭하는 기온 때문에 수시로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끝내 밖으로 향하는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것은 봄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봄은 다가서고 물러서기를 반복하면서 가까이 다가선다.
3월이 가까워지면서 일조량이 조금씩 늘고 온도계의 수은주도 미세하게 키를 높인다. 겨우내 깊은 동면에 빠졌던 식물들이 기지개를 켜고 내부의 효소가 활성화되면서 세포분열을 시작한다. 바야흐로 생장의 계절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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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에서 올라오는 꽃소식에 마음이 들떠 나뭇가지로 눈길을 주어보지만 그 낌새를 알아차리는 것은 쉽지 않다. 수목원에서 들려오는 복수초나 납매, 풍년화 등의 개화 소식은 옷깃을 파고드는 찬바람에 먼 나라의 일처럼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파트 사이를 어정거리며 지나치는 나뭇가지를 끝없이 관찰하고 마른 풀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초록에 주목한다.
겨울과 봄이 갈마드는 이즈음에 명확히 계절을 구분할 순 없지만 수양버들 가지에 서린 연둣빛과 겨우내 말라죽은 것만 같던 나뭇가지에 윤기가 나고 생기가 도는 것을 직감한다. 이미 나무 안에 수액이 흐르기 시작했다는 확실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나는 두터운 외투와 목도리로 무장하고 자전거를 타고 천변을 산책하듯 느리게 달린다. 연신 물속에 머리를 처박고 먹이사냥을 하는 물오리와 백로와 저만치 모래톱에서 볕을 쬐는 왜가리의 모습도 한결 생기가 넘쳐나는 듯하다. 잠시 자전거를 세워두고 물가로 다가선다. 한 쌍의 물오리가 나의 접근하는 발소리에 놀랐는지 홰를 치며 날아올라 왜가리가 있는 모래톱으로 내려앉는다. 물속에선 팔뚝만한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을 치고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은빛물결이 바람에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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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둑엔 마른풀 사이로 어느새 파릇한 풀포기가 제법 자라있다. 우리가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두툼한 겨울 외투로 몸을 꽁꽁 싸매고 ‘춥다 추워!’를 연발하는 사이에도 초록의 생명들은 얼어붙은 땅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가장 낮은 곳에서 쉬지 않고 초록의 새싹을 틔우고 있었던 것이다.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따지기 전에 순수하게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을 보고 들었을 때 저마다 느껴지는 감정에 귀 기울여보는 게 중요하듯이 자연을 대할 때에도 아무런 선입견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 바쁘다는 핑계로, 삶이 팍팍하다는 이유로 그동안 자연에 무관심했다면 이제라도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에 눈길을 줄 일이다. 자연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커다란 위안이 된다. 거기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바라보고 관찰하면 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자연이다.

해가 바뀌고 봄이 가까워져도 코로나바이러스는 좀처럼 물러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춘래불사춘(春來不思春)이란 말이 절로 떠오를 만큼 봄을 느끼기엔 우리의 마음이 너무 꽁꽁 얼어있다. 일찍이 박노해 시인은 ‘사람만이 희망이다’라고 말했지만 자연 속에선 얼어붙은 대지에 초록의 기운을 불어넣는 새싹이 곧 희망이다. 가장 여리지만 가장 강한 힘으로 검은 대지 위로 돋아나는 새싹을 보라.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 차 있지 않은가. 초록의 위로가 절실한 요즘이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집단 우울증에 시달린다. 올봄엔 많은 사람들이 초록 새싹을 보며 절망을 딛고 마음속에 희망의 기둥을 우뚝 세울 수 있기를 간절히 빈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사진없는 기자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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